아줌마의 촉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상태바
아줌마의 촉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 승인 2016.09.29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범죄의 여왕

지난 여름의 폭염은 전기요금 폭탄을 던져주면서 엄청나게 강한 뒷 끝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선풍기로 더위와 맞섰던 필자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이번 달 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폭염이 쓸고 간 상처를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또한 폭염은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수도요금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그나마 누진요금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만약 내가 쓰지도 않은 수도요금이 한 달에 120만원이 나왔다면 어떻게 할까? 바로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범죄의 여왕>는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지도 않은 수도요금 으로 인해 발생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들(김대현)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왔다는 얘기를 듣자 미용실을 운영하며 불법시술도 마다않는 엄마 양미경(박지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의 집으로 찾아간다.

미경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약간의 해프닝으로 개태(조복래)와 가까워지게 되고, 수도요금에 얽힌 큰 사건이 있음을 감지하고 남다른 촉을 발동하여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치게 된다.

<1999, 면회>와 <족구왕>을 통해 신선한 독립영화 제작사로 거듭난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3번째 작품인 <범죄의 여왕>은 지금껏 형사나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수사해 나갔던 영화와 달리 아줌마의 촉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독특한 설정과 다양한 캐릭터, 스릴러 장르가 잘 어우러져 색다른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몇 년 후면 볼 수 없게되는 사법고시생을 주된 캐릭터로 하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고시촌을 배경으로 하면서 최근 각종 고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표현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된다. 

스릴러 장르답게 어두컴컴한 고시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범죄의 여왕>은 결코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404호 엄마역을 맡은 박지영이 모든 사람들과 반말로 말을 트는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우리네 아줌마, 엄마들의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영화의 원톱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다.

한동안 우리 영화에서 강인한 엄마의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들에게 완전 외면 당하는 힘없는 엄마이지만 오히려 아들 또래의 고시촌  아들, 딸들과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영화 속 깨알 재미이자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케미를 선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저예산 독립영화답게 한정된 공간과 낯선 배우들의 출연으로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이를 무색하게 하며 쫄깃한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물론 예상했던 것과 같은 결말이라 큰 반전은 없지만 오히려 작지만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반전을 주면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인상된 담뱃값 때문에 집을 버리며 이 세상은 너무 비싸다고 얘기하는 <소공녀>라는 영화의 쿠키 영상이 엔딩 크레딧 후에 나오니 끝까지 감상하며 광화문시네마의 4번째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서스펜스와 웃음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