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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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2003)
  • 승인 2003.10.3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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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 가족이 떠나버린 식탁


공포영화는 피떡이 된 시체들과 마구잡이로 휘둘려지는 흉측한 살인귀의 칼질이 연상되는 저급하고 보잘 것 없는 장르로 치부된다. 사실 칸이나, 베니스 등 이름 높은 영화제 수상작으로 공포영화는 어색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국 및 유럽의 대성한 감독들 중 상당수는 데뷔 당시 저예산 공포영화에서 기량을 닦아 메이저 영화사로 진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공포영화를 얼마나 무섭게 만들 줄 아느냐가 곧 감독의 싹수가 노란지, 파란지를 가리는 기준이 됐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게다.

공포영화 매니아들은 “인간의 두려움의 근원은 ‘없어짐’, ‘존재의 소멸’ 즉 죽음으로 귀결되고, ‘죽고 죽이는’ 작업을 모토로 하는 공포영화야말로 인간의 원색적인 본능과 가장 가까운 장르”라고 말한다. 죽음이라는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붙이기 위해 더 충격적인 음모와 비밀을 만들어야 하는 공포영화가 온갖 욕망이 충돌하는 장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소름’ ‘여고괴담’ ‘장화홍련’ 그리고 최근에 개봉된 ‘아카시아’등 일련의 영화들은 한국 공포영화의 성장을 느끼게 한다. ‘4인용 식탁’ 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

피를 공포의 매체로 사용치 않는 ‘4인용 식탁’은 근현대 가족형태에서 절대 성역화된 모성애와 가족의 뒤틀린 이미지를 통해 긴장을 조성한다. 가령 여기에서 독극물로 아이를 살해하거나,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뜨리는 주체는 모두 어머니였다. 어찌보면 섬뜩할 정도의 드라마라고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파괴적인 이미지들은 충분히 충격적이다. 반면 주인공 정원과 연 이외의 조연캐릭터들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지하철에서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을 무심코 보게된다. 그 아이들은 어머니에 의해 독극물로 살해된 후 버려져 시체인 채로 보도되고, 정원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끔찍한 환영에 시달린다. 결혼에 앞서 집에 들여놓은 4인용 식탁에 죽은 아이들이 앉아있는 것.

두려움에 쌓인 정원은 자신이 인테리어를 맡은 정신과 병원에서 알게된 기면증 환자 연(전지현)이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도움을 청한다. 연은 정원이 환영을 보는 이유, 그리고 잊혀져 있던 그의 유년시절의 비밀을 밝혀낸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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