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를 삶 속에 녹여내는 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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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를 삶 속에 녹여내는 연습 중
  • 승인 2016.02.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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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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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L강의 후기 / 조영훈 한의사(M&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 3기 수강생)
 
◇M&L심리치료연구원(대표 천병태)은 16~17일부터 제3기 M&L심리치료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시작했다.

M&L과의 만남

<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Mindfulness & Loving presence(이하 M&L)) 심리치료>는 내가 너무 하고 싶은 공부였다. 이 공부를 하게 되면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았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공부가 이토록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을까? 아, 그래! 어쩌면 공부보다도 행복하고 즐거운 삶 그 자체를 나는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는 진정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라고.

이 M&L 심리치료는 남원시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 중인 고인성 선생님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1) 그때에는 임상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치료 수단 내지 접근법 정도로만 단편적으로 이해했었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공부해야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비단 M&L 뿐만 아니라 임상적인 다른 치료방법 역시 그 당시에는 전부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학문적으로 공부해보면 좋은 치료접근법이라고.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동안 한의사로서 처음 임상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이렇게 다양한 만남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면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던 한방병원에서는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 중심의 치료적 맞춤 운동으로 진료를 했었는데, 환자 스스로 직업 환경과 일상생활에서 행동을 수정하고 적극적으로 스트레칭 및 근력운동 등 자가운동을 하게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관계성’ 문제로 귀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관계성 문제를 가지고 고인성 선생님과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만남과 교류의 장을 여러 차례 가졌는데,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마음챙김과 러빙프레젠스’의 힘과 자생력을 기르고 익힐 준비를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경계심 가득하고 불안해하는 내 안의 나를 발견하다

2015년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많이 자주 아팠다. 그런 아픔을 경험하면서 아픔이 내면의 감정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비로소 나는 처음으로 자유로운 존재임을 깨달았고, 그 어떤 것이라도 나는 선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이 소중한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나눠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러한 방법론의 일환으로 이 M&L 심리치료와 서울사이버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밀턴 에릭슨이나 빅터 프랭클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계속 마음 속에 품고서 말이다.

지난달 16일, 드디어 1박2일로 진행되는 ‘제1회차 M&L 트레이닝 코스’가 열렸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고 설레면서도 또 다른 내 안에서는 불안하고 어색함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나 자신도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모습이고, 편안하고자 하는 나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이러한 무의식의 반응은 내가 알아챌 수 있도록 보내주는 고마운 신호라는 것을 알기에 불안한 감정 자체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두 같이 원을 그리고 앉아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마이크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불안감과 떨림이 점점 더 나를 엄습해왔다. ‘EFT(감정자유기법)를 할까? 그래도 마이크를 잡으면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정말 멋지게 자기소개를 하고 성공적으로 발표한 적도 많잖아?’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정작 마이크를 잡자마자 증폭되는 떨림 속에서 황급히 나는 자기소개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오래된 무대공포증이 있었고, 나의 무대공포증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곳에서 제대로 한 번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반짝이는 당신을 발견한 순간, 편안함을 느끼는 안전의 장에 있는 나를 깨닫다

살아오면서 버벅거리며 말을 제대로 못한 적도 많았지만,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말한 적도 그 못지않게 많았다. 뭔가 조금 더 세련미 넘치는 말을 했던 경험, 멋지게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의 자원(리소스)인 동시에 반대로 발목을 잡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미문(美文)에 대한 추구,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어우러져 조금이라도 아름답지 않거나 완벽함이 흐트러지면 나는 흔들리고 견딜 수 없어 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무대공포증의 한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확인되거나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계심 없이 편안하게 내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던 순간이기도 했다.2) 내가 하는 이야기에 상대방이 공감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잘 표현하고 잘 전해줬으면 하는데, 이렇게 잘하려는 마음이 또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잘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튿날이 되어서까지도 나의 경계심과 불안은 계속됐다. 나를 해치지 않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관계가 형성된 것)은 이제 무의식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 언어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언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린 그 순간, 나는 바로 언어를 놓아버리고 감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굳이 나는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상대방의 표현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그 감정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나의 경계심과 불안함은 정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마음챙김(mindfulness) 상태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빛깔들이 더 반짝이고 선명하게 빛나보였다.3) 그저 그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내 감정과 충분히 어우러질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상대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전해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면 되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M&L은 삶 그 자체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자유로운 존재 그 자체이듯이, M&L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1박 2일 동안 내가 만나 본 M&L은 치료자와 내담자 간에 이뤄지는 대화법이기도 하지만, 치료자 스스로도 치료자 내면을 관찰하고 대화하며 돌보고,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며 대화하고 돌보는 내가 그토록 꿈꿨던 치유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꿈꾸고 바라고 상상하며 걸으려는 길과 다르지 않구나, 어쩌면 이렇게도 꼭 닮았을까 하고 발견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미 이 M&L이 내 안에 녹아있어서 삶 속에서 연습하고 실천하고 실현시킬 수 있어서 지금 나는 진정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각주
1) 2014년 9월, 고인성 선생님의 초대로 <한방정신과영역과 M&L 심리치료법>이라는 공중보건의사 직무교육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고마운 기회가 있었고, 그 때의 감상을 개인 블로그에도 남긴 바 있다. (http://blog.naver.com/pnukmed10/220114332796)

2) 그래서 M&L에서 말하는 ‘안전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 관계의 기본은 안전의 장을 구축하고 관계성을 확립하는 것이며, 심리여행은 안전성을 확보한 후에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안전한 장소여야지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러한 관계성 확립이 없는 가운데 행해지는 기법들은 위험한 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고 M&L에서는 말하고 있다.

3) M&L에서 말하는 러빙프레젠스(Loving Presence)는 치료자로서 상대방의 내면에 빛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려고 하는 자세 및 태도를 말하며, 이를 통해 안전과 안심의 관계성이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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