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인턴’의 풍부한 경험에서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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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인턴’의 풍부한 경험에서 배우는 지혜
  • 승인 2015.12.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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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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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인턴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르네 루소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 때는 정보를 하나 찾기 위해서도 수없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뭐든지 느렸던 시대이지만 나름대로의 낭만은 있었다고 본다.

물론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거의 대다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기계에 의존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어 복고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성공하는 것이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앤 해서웨이)는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없는 체력관리를 하며 야근하는 직원들을 챙겨주고, 고객을 위해 박스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30세 여성 CEO이다. 이 회사에서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게 되고,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된다.

<인턴>이라는 제목과 출연진들을 봤을 때만 해도 로버트 드 니로가 운영하는 회사에 앤 해서웨이가 인턴으로 와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만 치부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필자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 관계 속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세대 간의 격차가 아닌 먼저 인생을 산 선배의 따뜻한 조언을 들으며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해주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매 선거철마다 정치적인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 되었던 우리 사회에서 <인턴>이 예상과 달리 흥행 역주행을 하면서 36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이기에 일단 관객의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더 큰 것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이해하기 힘든 은퇴한 어르신이 젊은 여성 대표 밑에서 일하는 모습과 마치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두 세대의 만남이 매우 특별하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복고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옛 것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어르신들의 연륜을 통해 그들이 단순히 ‘꼰대’가 아닌 젊은 세대들이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진정한 ‘어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옛 것에 정체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는 영화의 내용은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리다가 쉽게 좌절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일침을 놓고 있다.

그간 따뜻하고 코믹한 가족과 사랑 얘기를 주로 연출했던 여성 감독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답게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도 소소한 우리 일상 속에서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 주고 있다.

연말연시에 모든 가족들이 함께 감상하면서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남은 2015년을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2016년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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