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불평등은 ‘上熱下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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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불평등은 ‘上熱下寒’
  • 승인 2015.12.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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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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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불평등’을 연구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앵거스 디턴 교수가 받았다. 이것은 전 세계의 경제적 화두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금수저, 흙수저’ 혹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표출된 말들이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전 세계는 지금과 같은 불평등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 한의학에서의 상열하한(上熱下寒)이 바로 불평등한 현재 사회와 똑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면 세계 석학들이 제시한 해결책이 한의학적 치료법과도 일맥이 닿아있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낙후된 후진국으로 갈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하다. 부유층은 세계 최고수준의 부(富)를 누리지만 서민층은 극도로 가난하다. 국가 시스템이 부를 적절히 재분배하여 사회를 발전시키지 못한 결과다.

한의학에서도 상열하한이 심해지면 결국 가운데 있는 비위(脾胃)가 약해지는데 사회에서의 가운데가 바로 중산층이다. 후진국처럼 부유층과 서민층의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산층은 사라진다. 반대로 중산층의 삶이 힘들어지고 부유층에게 재산이 더 집중되고 있다면 사회는 퇴보 혹은 병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다. 대부분의 북유럽 복지국가들과 서유럽 선진국들은 중산층이 두텁다. 중산층이 두터우면 왜 선진국일까? 중산층은 상당수 고등교육을 받은 계층이므로 상류층의 부도덕이나 부조리한 국가 시스템이 있다면 문제인식을 한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인식은 변화를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생명력’이다.

국가도 살아있다면 이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어 있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대규모 시위는 그 국가가 아직 살아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부패한 지도자들은 국민이 ‘교육’받는 것을 내심 꺼려한다. 교육은 곧 ‘현실에 대한 자각과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상열하한일 때 차가워진 아래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열이 과도한 상부(上部)에도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병이 생긴다. 이런 문제가 부유층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부분은 적지만 최상위층의 부자나 재벌들은 여러 가지 연구결과와 분석을 통해 부의 집중이 과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기부행위가 전적으로 그들의 양심과 착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들은 최고의 사업가이지만 타고난 장사꾼들이다. 계산에 능하다는 말이다.

아닐 굽타(Gupta) 매릴랜드 대학원 학과장은 자본주의 내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면, 가장 큰 문제는 사회 혁명(Social Revolution)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프랑스 혁명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불평등 문제의 해결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가 아니라 ‘성공하고 부(富)를 이룬 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에서부터의 해결은 결국 혁명을 의미하는데 현대사회에서 혁명은 사회의 붕괴, 쿠데타를 뜻하므로 국가적으로나 국민들에게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굽타 교수는 상부로부터의 해결을 제안하고 있다.

상부로부터의 해결로 대표적인 방법이 기부다. 이미 전 세계의 부자들은 기부에 앞장서고 있는데 빌 게이츠의 기부는 널리 알려진 바고 페이스북의 창업자 주커버그도 자신의 재산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부자들의 기부는 한의학에서 상부를 식혀 기혈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청상(淸上)온하(溫下)의 치료법과 같다. 쓰고 차가운 약재들을 사용하여(黃蓮) 강제로 열을 없애는 방법(淸熱瀉火)이 아니라 스스로 열이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데서 세계 최고부자들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성장을 빠른 시간에 이루었지만 그에 맞는 인식수준의 성장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구성원의 희생이 있더라도 투자해야 되는 부분이 바로 ‘국민의 인식수준’이다. ‘상류층의 엄격한 도덕성, 일반시민들의 공중도덕,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같은 것들이다.

우리나라는 사춘기의 남학생처럼 몸은 커졌지만 정신이 덜 성숙한 상태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 부와 권력을 많이 가진 상부의 계층부터 먼저 각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기본골격이 무너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한의계도 많은 재산을 가진 소위 부자의사, 부의(富醫)들이 먼저 한의학의 발전과 한의계를 위해 기부하고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부의(富醫)가 의료계의 보편적 룰과 법을 더 안 지키고 부정한 방법(본인부담금 할인, 불법 환자유인행위 등)으로 더 많은 부를 축적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서두에 소개한 노벨상 수상자 디턴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은 나라와 사회에 빚진 것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와 한의계도 디턴 교수의 충고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부유층일수록 더 엄격한 도덕성이 필요하듯이 부의(富醫)일수록 더욱 양심적인 진료행위와 한의계를 위한 사회적 기부가 필요하다.

사회에서 세금은 상류층의 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를 유지시켜주는 ‘사회의 냉각수’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금을 통해 충분한 복지정책이 이루어져야 사회자체가 붕괴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사회의 부유층과 한의계의 부의(富醫)들이 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와 한의계가 발전할 수 있다.
사회나 한의계 모두 불평등 문제에 대한 ‘위로부터의 노력’이 가장 근본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과 공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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