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집단의 눈을 피해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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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집단의 눈을 피해 탈출하라
  • 승인 2015.11.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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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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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이스케이프

11월 14일 토요일 오전,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켰더니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에 관련된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즐거운 주말의 아침에 들려온 참담한 뉴스는 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도대체 왜 그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왜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에 공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테러가 특정한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영화에서나 표현되던 테러 장면들이 남 일 같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감독 : 존 에릭 도들
출연 : 오웬 윌슨, 피어스 브로스넌, 레이크 벨
잭(오웬 윌슨)의 가족은 해외 파견근무로 낯선 외국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곧 역사상 최악의 테러에 휘말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자비한 테러리스트 집단의 타깃이 된다. 눈에 띄는 즉시 살해당하는 상황 속에서 잭의 가족은 테러 집단의 눈을 피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11월 초 생존 액션 스릴러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개봉된 <이스케이프>는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파리 테러 이후 관심을 받게 된 작품으로 낯선 곳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한테 테러를 당하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파리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전만 해도 홍보문구처럼 한 가족의 생존기를 다룬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정도로 치부되면서 단순히 액션 장면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 이 영화를 본다면 감상 포인트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액션 장면을 마음 놓고 보기에는 불편해질 것이다. 오히려 주인공 가족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 어떤 영화들보다 더 큰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로인해 <이스케이프>의 액션장면은 엄청난 긴장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관객들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다. 특히 주인공에게 급작스런 상황이 다가오거나 심경 변화가 있을 때마다 슬로모션과 함께 사운드를 없애고 잠시 동안 정적의 상태를 만들어버리는 연출기법은 긴박한 순간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끌며 쫄깃쫄깃한 긴장감의 최고조를 표현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개연성이 부족한 장면들로 인해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지만 평소 코미디 배우로 각인된 오웬 윌슨이 아버지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띄고, 테러라는 잔혹한 상황에서도 가족과 함께 한다면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어릴 적 여행을 갔다가 내전을 경험했던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스케이프>는 강도 높은 액션신을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영화적인 것을 떠나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준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이 세상의 모든 테러가 근절되기를 바라며 파리 테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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