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05] 젊은 선비의 마음을 녹여낸 吾心之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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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05] 젊은 선비의 마음을 녹여낸 吾心之茶
  • 승인 2015.11.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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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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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賦」②


寒齋 李穆(1471∼1498)이 지은 이 ‘茶賦’는 지은이가 성종연간에 활동한 점을 감안할 때 조선 전기 고유의 차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귀중한 차문화사료이다. 삼국시대 이래 이 땅에서 오랫동안 차를 음용해 왔지만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대표할 만한 茶書가 변변히 전하는 것이 없었다. 이 책 이후 무려 3백여 년이 지난 뒤인 1830년대에 이르러서야 한국차의 中興祖로 떠받들어지는 草衣禪師(1786~1866)가 출현해서 「東茶頌」과 「茶神傳」을 지어 차문화를 선양한 사실을 상기하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茶 전문서로 이 책의 존재 가치는 한결 돋보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다부」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하였던 徐兢이 중국에 돌아가 남겼던 기행문 「宣和奉使高麗圖經」에도 고려인들은 ‘茶湯爲藥’ 혹은 ‘茶藥竝用’ 즉, 차를 달여 약으로 삼는다고 하였을 정도로 차를 상용하였으며, 오죽하면 손님을 접대할 때 차를 마시지 않으면 접대가 소홀한가 하여 몹시 불안하게 여겼다고 전한다. 또 이러한 습속이 지나쳐 아예 아프고 병이 들어도 의원을 찾아가 약을 쓸 줄 모르고 차를 달여 마시고 山川大水에 빌기만 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전문을 모두 소개하긴 어려우니 서문의 요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서두에서 “대개 사람이 어떤 물건을 아끼거나 혹은 그 맛을 즐기되 평생토록 물리지 않는 것은 그것이 지닌 본래의 성질 때문이다. 예컨대 이태백이 달을 사랑하고 劉伯倫이 술을 좋아함은 서로 대상은 다르지만 그 즐기는 것이 지극함은 매한가지이다”라고 전제하였다.

이어 “내가 차에 대해서 잘 모른 채로 지내다가 陸羽의「茶經」을 읽고서야 조금씩 차의 성품을 깨닫고 마음속 깊이 진귀하게 여겼다. 옛날 中散은 거문고를 즐겨서 琴賦를 지었고 陶淵明은 국화를 사랑한 나머지 섬세한 아름다움을 노래로 드러냈거늘 하물며 차의 공덕이 가장 높은데도 아직 칭송하는 이가 없으니 세상이 어진 사람을 내박쳐두는 것과 같다. 이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차탄하였다.

이에 “여러 가지 종류의 차 이름과 종류를 살펴보고 그 산지와 제법을 증험하며, 품질이 높고 낮음에 따라 특성을 가려서 차 노래를 짓는다”라고 자신이 이 다부를 짓게 된 동기를 밝혀놓았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저자의 짧은 인생에서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차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자 「다부」를 짓게 된 진정한 목적의식일 것이다.

이와 아울러 현실적인 문답도 기술되어 있다. “어떤 이가 묻기를 차는 저절로 세금을 불러일으켜 도리어 사람에게 병폐가 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좋다고만 하는가? 이에 답하기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하늘이 萬物을 만들어낸 본래 뜻이겠습니까? 사람이 잘못된 것이요, 차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또한 나는 차를 너무 즐긴 나머지 이런 것을 따질 겨를도 없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잘 아시다시피 한약재로서 茶는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다. 상충된 기를 내리고 宿食을 소화시키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하고 잠을 줄여준다. 또 불에 굽거나 기름에 볶은 음식의 독을 풀어준다고 했으니 기름진 육식을 즐기는 이에겐 필수적인 음용재이다. 또 차게 마시면 담이 생기므로 반드시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고 했다.

저자의 결론은 ‘내 마음속의 차(吾心之茶)’라는 시로 대변한다. “나 태어난 이 세상, 풍파가 거칠도다. 양생에 뜻을 둔다면 널 버리고 무엇을 구하리오. 나는 너의 손을 끌어 마시고 너는 나를 쫒아 노니는구나.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까지 즐기고 즐겨도 물리지 않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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