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와 싸우는 게임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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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캐릭터와 싸우는 게임 마니아
  • 승인 2015.10.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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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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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픽셀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 아담 샌들러, 케빈 제임스, 미셸 모나한, 피터 딘클리지, 조시 게드


최근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매우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의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사람들은 거의 스마트폰 화면들을 주시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보는지 살짝 들여다보면 동영상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게임을 하고 있다.

사실 20~30여년 전만해도 게임은 동네 오락실이나 유원지 등에 가야만 할 수 있었고, 매 게임을 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게임기가 보급되면서 게임 장소가 집으로 이동했다가 10여 년전 부터 이동이 가능한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스마트폰의 개발은 게임 문화를 촉진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로인해 최근에는 톱스타들이 게임 광고의 모델로 출연할 정도이기에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1982년, 나사(NASA)는 외계와의 접촉을 희망하며 지구의 문화를 담은 타임캡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아케이드 게임을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오해한 외계인들은 팩맨, 갤러그, 동키콩, 센티피드,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모습으로 나타나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30년 전 동전 몇 개로 수천 번이나 세상을 구했던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고수 3인방인 샘 브레너(아담 샌들러)와 윌 쿠퍼(케빈 제임스), 에디 플랜트(피터 딘클리지)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치게 된다.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오락실에 드나들었던 관객들이라면 <픽셀>을 통해 오랜만에 갤러그나 팩맨 같은 게임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아날로그 감성을 맘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소라는 뜻을 갖고 있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픽셀>은 최근 게임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정말 리얼리티라고는 하나 없는 투박한 화소의 캐릭터들이지만 그 시대만의 정감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내가 마치 게임 속에 들어가 함께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영화는 80년대 오락실 게임 매니아들이 게임 캐릭터들과 싸운다는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로, 기존의 SF 영화와 달리 외계인과 맞서는 사람들이 뛰어난 과학자도, 군인도 아닌 디지털 시대에 뒤쳐진 아날로그 세대의 루저라는 점도 이 영화의 특이성을 보여 준다.

물론 이 영화는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주로 가족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할리우드 B급 영화의 대표적인 배우인 아담 샌들러가 출연하는 영화답게 <픽셀>은 B급 정서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오히려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의 미국 대통령 모습과 살림의 여왕인 마샤 스튜어트와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깨알재미도 볼 수 있다. 단,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보기에는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좋은 영화이다.

또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투박한 픽셀의 게임 같은 화면에서 지금까지 본 영화를 아주 짧게 축소하고 있으니 끝까지 놓치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게임은 적당히 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힐링의 매체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하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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