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98] 사방팔방 길가에서 채집한 萬病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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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98] 사방팔방 길가에서 채집한 萬病草
  • 승인 2015.10.0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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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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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草綱目拾遺」 ②

 
「本草綱目拾遺」의 저자 조학민은 당대에는 저명한 학자가 아니라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병이 난 환자를 돌보아주고 단방약을 처방해주는 떠돌이 의사로 지냈다. 이런 떠돌이의사를 走方醫, 혹은 鈴醫라고 부른다. 鈴醫란 이름은 이곳저곳 환자가 있는 집을 찾아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항상 손가락에 동그란 모양의 쇠로 된 방울종[串鈴]을 끼고 다니면서 종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던 것이다.
 

◇「본초강목습유」 본문

그는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힌 약초지식을 밑거름 삼아 발길이 닿는 곳마다 신기하고 새로운 약초를 찾아 그 형태와 성미를 탐색하고 약효를 시험하곤 하였다. 이때에 축적된 경험들이 나중에 走方郎中이라는 별칭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민간에 흩어진 단방과 주방의들이 사용하던 경험방을 모아 「串雅內篇」(4권)과 「串雅外篇」(4권)이라는 2종의 단방요법서를 내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본문 가운데 「王安采藥方」,「秘方集驗」,「經驗集」,「毛世洪經驗集」,「金居師選要方」,「經驗廣集」,「汪氏草藥方」,「祝氏效方」, 「張氏傳方」,「經驗單方」등은 민간의 古老나 다른 주방의들로부터 탐문하여 채록한 경험방서로 보인다.

게다가 「採藥志」나 「海藥秘錄」,「李氏草秘」,「汪連仕采藥書」,「丹房本草」,「龍伯藥性考補遺」같은 진귀한 본초서를 두루 참고하여 방대한 약초지식백과를 구성하였다. 특히 「百草鏡」(8권)은 저자의 친동생인 趙學楷가 지은 것으로 이 책안에 100여조가 인용되었으나 원서는 이미 실전되었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臺灣志」를 비롯하여「四川通志」,「廣東志」,「福建續志」,「雁山志」,「寧德縣志」,「滇南志」,「諸羅志」,「兩廣雜志」등 남방과 서북지방의 지리지까지 폭 넓게 참조하여 지역특산 약초의 식생이나 산출지를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본초서로서의 효용뿐만 아니라 식물지로서의 다양성까지 골고루 구비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서양에서 전래되었거나 西域에서 산출된 異國 약재까지도 폭 넓게 수록해 놓고 있어 그 광범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학질 치료의 특효약인 키니네(Quinine)는 17세기 말엽에 중국으로 전래된 이후 점차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여기서는 키니네를 ‘金鷄納霜’으로 기록하였다. 저자는 외래약물을 널리 조사하여 기록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는데, 서양의학에서 상비약으로 쓰이는 沃度丁幾(IodineTincture), 制酸劑, 沖鼻水(Nasal Spray) 등도 이 책에 기입해 놓았다. 그는 이를 위해 西藏에서 산출되는 약재를 조사하였고 때론 「七椿園西域聞見錄」같은 기행문을 참고하기도 하였다.

본문의 草部에는 요즘 건강식품으로 유행하는 夜關門이 보인다. “잎사귀는 홰나무와 비슷한데 밤에는 합해지고 낮에는 벌어진다. 노란 꽃이 피며, … 草木 2종류가 있는데, 초본이 약효가 좋고 목본은 바로 合歡이다”라고 하여 원종이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본문 각조에는 저자가 경험한 바를 자세히 적어 놓았는데, ‘親試有效’, 혹은 ‘屢試有效’라고 적혀 있어 저자가 직접 여러 차례 시험하여 사용해 보고 그 효과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어 신뢰감을 얻고 있다.

또 水楊柳 조에는 「種痘新書」를 인용하여 “수양류는 초본이니 계곡의 물가에서 자란다. 잎은 버드나무와 흡사하나 그 줄기는 봄에는 푸르다가 늦여름이나 초가을에는 붉게 변한다. … 가을이 되면 붉은 꽃이 핀다. 두창의 딱지가 검붉게 말라붙은 곳을 이것으로 씻으면 곧바로 반질반질 윤택이 나면서 기막힌 효험을 볼 수 있으며, 씻지 않은 곳과 비교해 보면 그 효험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적어놓았다.

이 수양류는 跌打損傷, 瘟疫, 解暑鬱惡毒, 痘瘡과 手足拘攣, 痔漏洗方으로 쓴다고 했는데, 두창방에 등장하는 水楊湯은 원래 이 수양류를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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