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95] 藥이 되는 음식, 福이 담긴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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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95] 藥이 되는 음식, 福이 담긴 밥상
  • 승인 2015.09.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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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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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饌饍繕冊」②


이 책의 앞표지에는 ‘반찬(ㅊ+아래아+ㄴ)하(ㅎ+아래아)난(ㄴ+아래아+ㄴ)등속’이라고 쓴 한글 표제와 함께 ‘饌饍繕冊’이라는 한자서명, 그리고 ‘文字冊’이라는 부제명이 적혀 있다. 뒷면 표지에는 ‘福囍多男’이라는 글자를 검은 종이로 오려 붙였는데, 집안에 복이 쌓여 기쁨이 넘치고, 아들을 많이 낳기를 염원하는 심정이 담겨져 있다.

 

 

 

 

◇ 「찬선선책」

 

 

본문의 반찬등속편에는 여러 가지 내용 가운데 김치류가 가장 먼저 나오는데, 무김치, 각독이(깍두기), 고추김치, 오이김치, 고춧잎김치, 갓데기, 오이김치, 짠지, 배추짠지 등등이다.

한 가지 특점은 김치종류에 생조기를 난도질하거나 굵게 찢어서 많이 넣으라고 되어 있다. 게다가 배추김치에는 조기와 문어, 전복을 저며서 배추고갱이에 한데 넣으라고 하여 식물성인 배추에 동물성 단백질을 곁들임으로써 영양소가 골고루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는 점이다.

짠지류에는 무짠지를 비롯하여 고춧잎, 마늘, 북어, 파, 박, 전복, 콩을 재료로 만든 짠지류가 실려 있다. 짠지에도 역시 다진 홍합, 북어, 문어, 조기, 전복과 같은 육고기와 해산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떡류에는 약밥, 화병, 염주떡, 증편, 백편, 꿀떡, 송편, 곶감떡, 만두 등이 등장한다. 약밥은 반드시 약용으로 먹어서가 아니라 약과 같이 귀한 재료를 사용하여 특별한 날에만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시초야 어찌 되었든 좋은 찹쌀에 살만 바른 대추살과 섞어 밥을 지은 다음, 여기에 껍질을 벗긴 밤과 곶감, 생강을 저며 넣고 참기름까지 곁들였으니 보약 못지않겠다는 심정이 들었을 것이다.

과자와 음료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산자와 과줄[약과], 증과[정과], 중박기[중박계], 주왁[주악], 박고지와 같은 과자의 제조법이 들어 있는데, 대부분 재료를 장만하여 기름에 지지거나 튀겨내야 하는 것이어서 손길이 많이 가는 종류이다.

음료로는 지금도 많이 음용하는 전통적인 수정과와 식혜가 수재되어 있다. 붉은 빛이 도는 수정과에는 하얀 빛깔의 실백(잣)을 띠우고 흰빛깔이 나는 식혜에는 붉은 색의 석류 몇 알을 동동 띄워 시각적인 대비를 통해 풍미를 돋우는 것 또한 단순한 조리기법을 뛰어 넘어 예술적인 감각을 드러내준다.

안주와 술 종류로는 북어무침, 오리탕, 전골지짐,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거리, 북어대강이, 육회, 가물치회가 등장하고 주류에는 과주, 약주, 연잎술이 들어 있다. 기타 가정상식류에 해당하는 것이 몇 조문 들어 있는데, 흰떡을 오래두고 먹는 법, 고추장 맛나게 먹는 법 등등이다. 냉장보관이 원활하지 않았던 과거에 자연의 이치를 활용하여 음식을 장기간 보존하고 食味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문자책 부분에는 다소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있지만 본문에 등장하는 음식종류나 재료들이 한자로 기재되어 있다. 예컨대, 江丁, 霰子, 藥菓, 藥食, 實栢子, 胡桃, 蹲柿, 蒸餠, 水正果 등인데 그중 어떤 것은 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음가만 표기했을 뿐 별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散炙, 醋醬, 擔卜醬, 土醬, 干醬, 枯草醬, 只念醬, 水醬 등 다양한 장류를 싣고 있는 것도 역시 발효식품의 대명사인 장류를 많이 수재했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특징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 식재료 가운데서도 大豆黃卷, 즉 콩나물의 존재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하찮아 보이는 싹나물이 바로 한반도와 만주지역이 원산지인 콩을 가공하여 식용하는 한편 치료효능을 갖춘 중요한 약재로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고 癰腫과 슬통을 다스리는 이 놀라운 치료제는 언제 먹어도 해가 없는 그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천혜의 食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밖에도 약재와 음식으로 겸용하는 많은 재료들이 들어 있는데, 예컨대 林下婦人, 石榴, 橘, 신검초(當歸, 藥), 多時麻, 馬鈴薯 등이다. 흔히 마주하는 음식물의 약성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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