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90] 역사의 뒤안길에서, 治腫術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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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90] 역사의 뒤안길에서, 治腫術의 흔적
  • 승인 2015.07.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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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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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種藥部」


수년전 모 방송사에서 전통 수의학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꾸민 역사드라마가 대중의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이미 드라마 허준이나 대장금이 인기몰이를 넘어 전 세계를 순회 방영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일반인들이 미처 몰랐던 전통의학 소재들이 가진 엄청난 문화적 파급력을 새삼 절실하게 실감한 바 있다.

 

 

 

 

◇ 「종약부」

 

 

드라마 마의는 조선 현종대에 활약했던 白光炫이란 인물을 모델로 전통한의 외치술을 각색하여 꾸민 것이다. 백광현은 원래 독학으로 침술을 익혀 말이나 소를 치료하는 천대받는 침쟁이에 불과했는데, 뛰어난 종기 치료술로 인해 점차 사람들의 종양을 치료해 주다가 명성을 얻게 되어 조정에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지자 일약 治腫敎授로 발탁되어 내의원 의관을 겸하였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병세가 심각하고 뿌리가 깊은 악성 종기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려냈으며, 특히 현종의 목에 난 大腫과 효종비 仁宣王后의 髮際腫, 숙종의 喉腫과 臍腫을 치료함으로써 神醫라고 불려졌다.

1670년 현종의 병을 완치한 일로 다른 의원과 함께 한 품계가 더해졌고, 마침내 御醫에 올랐다. 1683년(숙종 9) 강령현감에 이어 포천현감에 제수되었고 1691년에는 지중추부사, 이듬해에는 숭록대부에 올랐다.

그에 관한 사적은 韋菴 張志淵(1864∼1921)이 저술한 「逸士遺事」의 白太醫傳에 전한다.

장지연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皇城新聞 主筆로서 신문에 ‘是日也放聲大哭’이란 논설을 써서 망국을 개탄해 마지않았던 유명한 언론인이자 애국계몽 사상가였다.

그는 백광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피부를 절개하여 치료하는 법은 白太醫(백광현을 말함)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사에서 침으로 수술하는 외과적 치료술을 사용한 인물로는 백광현보다 훨씬 앞서 중종대에 활약한 任彦國이라는 뛰어난 의원이 있었다. 그는 「治腫秘方」이라는 저술을 남겼고 제자들이 그의 외과수술법을 기록한 「治腫指南」을 펴낼 정도였다. 드라마 마의에서 보여준 외치술도 대부분 이들 책에 기록한 치료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에 발표한 해당 편을 참조하기 바라며, 번역본이 나와 있다. 245회 조선 자생 외과수술법의 흔적 - 「治腫秘方」(2005), 350∼351회 해외에서 찾아낸 우리 옛 의학책, 사라진 외과술의 흔적을 찾아서 - 「治腫指南」(2007), 그리고 561∼563회 治腫醫 임언국이 남긴 秘傳 外科術 - 「(한글)治腫方」(2012) 등.

서두가 좀 길어졌지만 이렇듯 장광설을 펼치는 까닭은 비교적 근세기에 이르도록 이 치종술이 실낱같은 명맥을 이어왔을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런 치종술에 사용되던 아주 조그만 소책자로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볼품없이 종이끈으로 묶어 만든 비망기에 가깝다.

표제에는 ‘種藥部’라고 적혀 있어 자칫 약재를 재배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모아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부스럼 ‘腫’자를 피하여 같은 음을 가진 ‘種’자로 차음하여 기록한 것일 뿐이다.

앞뒤 표지를 다 합해서 고작 10장이니 기껏해야 본문이 20장이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이다.

하지만 좁쌀같은 작은 글씨로 촘촘하게 적은 처방들은 거의가 다 종창치료에 쓰이는 외용약들이며, 주로 환산제나 고제용 방제들이다. 예컨대 消疥散, 拔根散, 千金不易丹, 生血散 , 一氣丹, 二氣丹, 臘礬丸 등이다. 이밖에도 특정한 이름 없이 走馬痰, 連珠瘡, 陰瘡藥, 手足至腐者用, 腹瘧神方, 治痰瘇藥, 後産難症, 痔疾方, 背瘡으로 적힌 치방이 들어 있으며, 적응증보다는 주로 제조법이나 복용법 위주로 기재되어 있어 짐작컨대 주로 민간에서 전승된 치종방을 채록한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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