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7] 본초약물에 앞서 올바른 診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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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7] 본초약물에 앞서 올바른 診脈
  • 승인 2015.07.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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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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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瀕湖脈學」①


「본초강목」을 지은 李時珍(1518~1593)은 明代를 대표하는 본초학자이자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박물학자로 자리매김 되었지만, 그밖에 진단학이나 경락학, 장부학 등 기초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 「빈호맥학」

 

 

그는 자를 東璧, 호를 瀕湖라 하였는데, 지금의 중국 湖北省인 蘄州 사람이다. 일찍이 유학을 공부하여 과거를 본 적이 있었으나 나중에는 과거공부를 그만두고 의업에 투신하였다.

역대 의약문헌 및 관련서 800여 종을 광범위하게 참고하였고 몸소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 희귀한 약초를 직접 채취하였으며, 村老들이나 어부·농민·막일꾼· 마차꾼·사냥꾼·갖바치·떠돌이 약장수[일명 鈴醫라고 불림] 등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 민간의약 지식까지도 널리 채집하여 방대한 규모의 「본초강목」을 저술할 수 있었다.

그는 또한 「瀕湖脈學」을 지어 진단학 연구에 일조하였으며 「奇經八脈考」, 「五臟圖論」, 「命門考」 등의 저술을 지었는데 앞의 두 가지 이외에는 이미 없어져 전해지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 李言聞도 의술로 이름을 날렸고 맥학서를 집필하여 부자 2대에 걸쳐 의약에 일가를 이루었기에 이시진도 家學을 이어받아 약물 연구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또 부록으로 奇經八脈攷와 脈訣刊誤가 들어 있으며, 이와 함께 李言聞이 刪補한 ‘四言擧要’의 내용도 곁들여져 있다.

오늘 소개할 책 「빈호맥학」은 기간행한 판본을 후대에 손으로 옮겨 적은 등사본으로 권두에는 ‘癸卯秋七月上澣’에 ‘張洲 張鼎思’가 작성한 서문이 붙어 있다. 이 간지의 시기를 추적해 보면 명 만력 31년이자 조선 선조임금 36년으로 서기 1603년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전해지는 가장 이른 시기에 刊刻된 판본인 셈이다.

그러나 권미에는 ‘正德甲午年端午日’이라고 적은 간기와 함께 ‘御書物所 江戶唐本屋淸兵衛, 京都萬屋作右衛門, 京都唐本屋八郞兵衛’라고 발매처가 기재되어 있어 이 책이 1714년에 일본에서 다시 간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본은 일본각본을 보고 다시 옮겨 쓴 셈이다.

한편 이 책의 권미에는 또 ‘己未至月十一筆終’이라고 적은 등사자의 필기가 남아 있다. 제책이나 지질을 고려할 때, 한일합병 이후인 1919년에 일본각본을 저본으로 옮겨 적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00∼200년 사이의 시대 간격을 두고 중국의 원작을 일본과 조선에서 각기 등사, 간행했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권두의 서문에 의하면 원래 이 책은 「본초강목」의 뒤에 부편으로 붙여 펴냈던 것인데, 저자는 高陽生의 맥결에 맞지 않는 점이 적지 않아 바로잡아야 할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의가의 맥론 가운데 정수만을 가려 뽑아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집필동기와 학술적 배경은 허준이 다른 어떤 분야의 책보다 앞서 「纂圖方論脈訣集成」을 펴내었던 이유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아울러 비록 간행은 되지 않았으나 지면을 통해 소개한 「圖註王叔和脈訣」을 허준이 교정해야했던 이유와도 너무 흡사하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발표했던 소개자료(23회 許浚의 처녀작 - 「찬도방론맥결집성」, 2000년2월7일자, 238회 허준이 註釋한 太醫令의 眞訣 - 「도주왕숙화맥결」, 2005년3월28일자)를 함께 참조해 보면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옛적의 뛰어난 의원[良醫]들은 병을 다스릴 적에 먼저 반드시 진맥을 하였다”고 했으며, 「황제내경」 이후로 사람이 숨을 쉬고 들이 마시는 사이에 목숨이 달려 있어 진맥으로 생사를 구별하고 질병의 경중을 가려내야하는데, 맥법이 명료하지 않으면 의학의 요체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본문에 수록된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이어서 살펴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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