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2] 돌연한 전염병의 유행과 防疫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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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2] 돌연한 전염병의 유행과 防疫대책
  • 승인 2015.06.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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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染疾治方」

 
예기치 못했던 ‘中東呼吸器症候群’(MERS로 약칭)이란 생소한 이름의 급성전염병이 유행이다. 지난 달 중동의 한 국가를 다녀온 뒤에 발병한 한 사람의 환자로부터 시작하여 단 며칠 사이에 주변에 있었거나 병실을 거쳐 갔던 10여명의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방역당국을 비상 상황으로 만들며 전 국민을 긴장시키고 있다.
 

◇ 염질치방

비교적 우리에게 낯선 이 열병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 질환이기에 명칭에 中東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지난 2003년 중국남부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어 8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로 약칭)과 유사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하니 그때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감염된 이후 잠복기가 1주일 가량 되며, 고열이 나면서 기침과 호흡곤란 등 주로 호흡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사스와는 달리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치사율이 무려 40%에 달하여 사스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초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렸지만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 여러 나라에서 집중적으로 감염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라고 명명되었다.

모든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있진 않지만 과거 역사 속에도 수 없이 많은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며 거쳐 갔던 것으로 보인다. 대개 疫病이나 疫疾, 染病, 染疾, 癘疫, 厲疾, 疫癘, 輪疾 등 다양한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마침 민간에서 돌림병이 유행할 때에 궁여지책으로 사용했던 민간요법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제목은 ‘染疾治方’으로 독자적인 방역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자오유주침법’ 책자의 권두에 본문보다 앞서 부록 형태의 별권으로 붙어 있다.

화제와 함께 染疾符도 곁들여져 있어 눈길을 끈다. 순박하고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 혹독한 돌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했던 민중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병마에서 회복되기를 염원했을 심정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처방에는 황금, 마황, 황연, 형개, 시호, 전호, 강활, 독활, 곽향, 지각, 진피, 소엽, 반하, 승마, 감초, 건갈, 천궁, 백지, 계피, 석고, 활석, 창출, 향부자 각3돈, 세신, 사인 각1돈이 들어가는데, 이 약재들을 곱게 가루 내어 꿀을 넣고 활석가루로 옷을 입혀 밤톨 크기의 환으로 빚는다. 생강 5쪽과 파뿌리 3개를 넣고 달인 물에 3알씩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방제의 구성으로 보아 이때 유행한 감염병도 역시 호흡기 증상을 수반한 급성 열병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20여 가지 이상의 각종 약재가 즐비하게 포함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다양한 병증변화에 수응하려고 고려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환제로 만들어 강총탕으로 삼키는 복용법을 제시한 것은 아마도 전염지역의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복약의 간편성을 추구하고 이동이나 구제활동에 편리함을 가미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감염병의 유행에 설마 우리나라에 먼저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는 방심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특출한 치료방법도 강구되지 못했다 하니 감염원 주위를 격리 차단하고 감염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한다.

지난번 조류독감과 신종플루, 구제역 등이 유행할 때에도 우왕좌왕하며, 시기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경험이 적지 않다. 환자 주변에서는 아마도 우습게 보이는 染疾符라도 한 장 얻어다가 붙이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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