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현실판 ‘외인구단’, 그 열정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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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현실판 ‘외인구단’, 그 열정은 영원하다
  • 승인 2015.05.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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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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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파울볼

1986년,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이현세 원작의 만화인 ‘공포의 외인구단’이 이장호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 주류 야구계에서 퇴출되었던 감독과 선수들이 각고의 지옥훈련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판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다는 내용으로 오혜성, 엄지, 마동탁, 백두산 등의 유명한 캐릭터와 ‘난 너에게’라는 OST가 어우러지면서 당시 많은 관객들을 동원시켰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2012년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이 현실이 된 듯 ‘고양원더스’ 야구단이 창단되었고, 야구계의 레전드인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미, 일 3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최향남과 국내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김수경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에서부터 헬스 트레이너, 대리 운전기사까지 오직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이 야신 김성근 감독을 만나 한국 최초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창단된다.

지옥훈련을 견뎌내며 프로구단 진출만을 꿈꾸는 선수들은 3년 만에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총 31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내지만 2014년 9월 11일, 갑작스런 구단 해체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필자는 어릴 적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 어린이 회원 중 여성 1호일 정도로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연고팀이 계속 바뀌는 와중에 야구를 끊는 시기가 있다가 2009년 우연히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보면서 다시 야구를 즐기게 되었다.

감독 : 조정래, 김보경
출연 : 김성근, 고양원더스 선수들, 조진웅(나레이션)


그렇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 채 2011년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다시 야구 중독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고양원더스로 간 김성근 감독을 보면서 과연 그가 지도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묵묵히 지켜 봤는데 역시 김 감독은 단순히 야구감독이 아닌 인생의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을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잘 나가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들만 보다가 정말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똘똘 뭉쳐진 선수들의 모습 속에서 현재 나의 모습을 대비하면서 반성하게 되고,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이해하면서 지도하는 김성근 감독의 모습 또한 감독 이상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노령의 나이에도 직접 펑고를 치고, 감독직을 그만 두고 난 후에도 펑고를 치고 싶다고 얘기하는 모습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세계에서 이러한 열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파울볼>은 원래 고양원더스 구단의 해체를 예상치 못한 채 제작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뒷마무리가 좀 아쉽게 끝났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야구팬들은 2015년,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온 야신에 열광하면서 마약야구에 빠져들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야구가 이렇게 재미난 스포츠인지 새삼 느끼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정신력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어 낸 김성근 감독이 왜 야신인지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김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진정한 이 시대의 리더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고양원더스 팀이 해체되었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계속 기억될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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