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1] 의학공부의 기본, 초학용 字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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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1] 의학공부의 기본, 초학용 字典
  • 승인 2015.05.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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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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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韻考」

 
의학교육과 학습에 반드시 필요한 공구서이자 초학용 자전인 「醫學韻考」라는 낡은 책자 하나를 소개한다. 흔히 ‘玉篇’이라고 통칭하는 조선시대 自學字典으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했다. 대개 淸의「康熙字典」에 기반을 둔 「奎章全韻」이나 「全韻玉篇」과 같은 책이 조선 후기에 가장 널리 보급된 자전으로 손꼽을 수 있다.
 

◇ 「의학입문」 음자(音字)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등장한 것은 1907년에 나온 池錫永(1855∼1935)의 「字典釋要」와 1925년 최남선(1890∼1957)이 朝鮮光文會에서 간행한 「新字典」을 들 수 있다. ‘자전’이란 널리 사용되었던 옥편이라는 이름에 갈음한 명칭이다. 「자전석요」는 정조대에 간행한 「奎章全韻」을 규범으로 삼았고, 「신자전」은 청대의 나온 「강희자전」을 모범으로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위의 두 가지 辭書는 근대식 자전의 시작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후에 나온 대다수의 자전은 거의 모두가 이 두 가지 자전을 전범으로 삼아 펴낸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도 자전이라는 말 대신에 옥편이라는 명칭이 더 흔하게 쓰이고 있으며, 한자검색과 뜻풀이에 있어서 자전과 옥편은 동등한 의미를 지닌 명칭으로 쓰인다.

의학 분야에 있어서도 신체부위나 질병, 혹은 본초, 경혈 명칭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難字나 僻字 혹은 전문용어가 많이 쓰여 의학공부에 반드시 전문자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학전문 자류나 용어들은 자전이나 운서에서 찾아내기가 어려워 의학전용 자서가 필요했고 의서를 펴낼 때 아예 책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글자를 모아 첨부하여 간행하기도 하였다. 「의학입문」‘音字’가 바로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또한 ‘醫書玉篇’이니 ‘醫學字典’과 같이 별도의 교학용 자서가 등장하였다. 오늘 소개할 자료에는 고전의서 가운데 등장하는 질병명이나 신체부위 명칭, 증상명칭 등이 열거되어 있는데, 대개 부수나 성운별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앞서 언급한 「전운옥편」이나 「규장전운」과 같이 널리 통용되던 기존 자전운서 가운데서 의약과 관련성이 많은 글자들만을 따로 발췌하여 모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자류는 각 면마다 6행씩, 각행은 4자씩 배열해 놓았는데, 본 글자는 큰 글씨로 굵게 표기하고 각 글자마다 그 아래 2행으로 풀이와 주석을 달아 놓았는데, 음과 성운을 비롯하여 뜻풀이를 간략하게 한자로 기재해 두었다. 때로는 풀이가 적혀있지 않고 음만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 아마도 본문 내용에서 파악할 수 있는 의미보다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讀音이 더 우선시 되었던 모양이다. 예컨대, ‘瘜’은 ‘音息, 惡肉’이라 하였고 ‘瘻’자에는 ‘音漏, 瘡口成孔’이라고 적혀있다.

각 부류는 주사를 갈아 만든 안료를 사용하여 시작하는 지점에 붉은색 글씨로 크게 적어놓아 한눈에 구별되게 표시해 놓았다. 예컨대, 병부질 疒, 발족 足, 육달월 月, 뼈골 骨, 입구 口, 터럭발 髮, 코비 鼻, 이치 齒, 거죽피 皮, 주검시 尸, 피혈 血, 눈목 目, 마음심 心, 忄, 손수 扌, 물수 水, 불화 火, 쇠금 金, 나무목 木, 풀초 艹, 돌석 石, 술주 酉, 밥식 食, 벌레충 虫, 새조 鳥, 큰개견 犭 등이다.

간혹 한자로만 표현하기에 부족했던지 아예 한글로 표기한 곳도 더러 눈에 띤다. 키작을 왜 ‘矮’자에는 ‘音倭, 꼬(ㅅ+ㄱ+ㅗ)보아지타’, 핥을지 ‘䑛’에는 ‘音低, 할(ㅎ+아래아+ㄹ)타’라고 표기되어 있다.

또 아예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곳도 있는데, ‘이길 날’자에는 ‘捏, 音날’이라고 적혀 있다. ‘턱 이’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다. ‘頤, 音移, 輔車骨, 又養也’라고 적어놓아 일반적인 풀이보다 의학적으로 중요한 뼈 이름을 우선하여 적어둔 것으로 보아 작자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초라하게 보이는 작은 책자, 그 안에는 의학을 공부하느라 불철주야 노력했던 어느 의학도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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