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80] 오늘에 되살릴 鄕藥論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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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80] 오늘에 되살릴 鄕藥論의 진정한 의미
  • 승인 2015.05.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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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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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法鄕藥方」 ②


지난 회에 새로 발견된 이 향약방을 소개하고 난후 마침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열린 향약집성방 학술연구발표회에 기조강연을 맡아 향약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볼 기회를 가졌다.

 

 

 

 

◇ 「신법향약방」

 

 

한의학연구원이 주관하고 산청동의보감촌에서 개최한 이 날의 발표회에서는 조선 전기 판본과 인용문헌을 통해 서지적, 의사학적 가치가 논구되었고 향약의 인문지리적 특징에 대한 발표가 이어져 매우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논점 가운데 그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초기 향약의 개념에 대해 陽村 權近(1352∼1409)이 「향약제생집성방」 서(「陽村集」수록)에서 ‘易得之物, 已驗之術’이라고 천명한 말의 의미를 재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唐藥, 즉 멀리서 구해야 하는 값비싼 약재를 선호할 필요가 없고 가까이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약재를 이용하되, 이미 오랫 동안 경험하여 몸에 익숙한 치료법을 이용하자는 것이 바로 鄕藥論의 골자이다.

그렇지만 수입이 자유화되고 원거리 통상이 간편해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토산품만을 고집 한다든가 단순히 身土不二라는 관점에서 국내산약재를 애용해야한다고 강조해서는 다소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뒷말에 역점을 두어 세대간 전승을 통해 오랫동안 채취하고 재배하고 스스로 징험하여 그 효과를 확신할 수 있는 치료기술과 전통지식을 보전하고 실지응용에 주력하자는 것이 좀 더 현실에 바탕을 둔 접근방식이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토산약초에 대한 전승지식이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현대적 가치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기로 하자. 예컨대 이 책에서 창양 종독의 초기 증상에 적용하는 神異膏라는 외용제가 등장한다.

본방에 가감한 변방에는 여러 가지 약과 함께 늙은 고추뿌리(老枯草根)를 곱게 가루로 장만하여 신이고에 섞어서 바르라고 하였다. 또 醍醐란 약은 악성 창양을 두루 치료하는데, 곧 사람의 젖(人乳)을 말하니 바로 기름처럼 끓여서 쓴다고 하였다.

또한 특이하게 參葉 즉, 인삼의 잎을 약재로 사용한 예도 보인다. 産後風頭痛에 쓰이는 竹葉防風湯의 경우, 荊芥穗를 주재로 구성한 처방에 삼엽을 7푼 가량 넣어 복용한다. 아마도 산후허증으로 인한 두풍증에 峻補하기 보다는 消風之劑에 완만한 參葉을 넣어 강약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효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인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갖가지 부위별 활용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전통지식의 권리 주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면이라고 하겠다.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한 경우가 적지 않게 보이는데, 예컨대 甫兒(보시기), 篩下(체질하여), 觀其病症加用無妨(병증을 보아 더 써도 무방하다)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精紛, 黔金, 僧頭籩, 芭根, 開金, 釅醋, 明松, 古椒 등과 같이 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향약명이 보이는데, 앞으로 이와 같이 민간에서 관습적으로 표기한 약재 이름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연구소재로 보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지 효과보다는 의료민속에 가까운 俗信도 찾아볼 수 있다. 난산에 甲寅年 冊曆을 인쇄한 첫 장을 불에 살라 그 재를 白沸湯으로 삼킨다. 갑은 십간 중 甲坼하는 기운을 가진 木氣가 강한 해이고 호랑이해는 화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아마도 태아가 앗 뜨거워라 하면서 엄마 뱃속을 밀고 나오리라 여겼던 모양이다.

실제 효과를 떠나 옛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를 유추하여 인간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처치법이다. 고전지식의 현대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현세대의 과업임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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