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본초 그리고 성분’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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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본초 그리고 성분’을 시작하며…
  • 승인 2015.05.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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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희

공병희

mjmedi@http://


공병희의 ‘본초이야기’ <1>

과학적 연구방법론은 다른 학문과 동일하게, 한의학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의학 연구의 새로운 길이 생겨났습니다. 그중 ‘침’이 먼저 주목받게 되는데, 침의 과학적 연구는 1950년대 중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공 병 희
사랑채움한의원 원장
그러나 당시는 냉전시대였기 때문에, 이때의 연구들은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서구는 교류를 시작하는데, 침에 대한 자료 역시 이때 세상에 나왔습니다.(현재는 16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1)

침 연구에 비해, 본초와 처방에 대한 연구는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본초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과 처방의 형태, 방제의 이론 등이 너무 복잡한 탓으로 생각됩니다. 때문에 본초의 활성성분 및 유도체로 양약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본초와 한약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신약개발의 어려움과 연구방법의 발전 그리고 묵묵히 한의학을 연구한 연구자들의 결과에 힘입어 한약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증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현대한의학의 지식, 특히 처방의 기본이 되는 현대본초의 연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본초, 성분을 이야기하다
한약과 본초의 이해에서 성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앞으로의 칼럼에서도 종종 성분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사실 한의학의 본초와 처방은 이미 성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분자체를 분리하고, 구조식을 파악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포제의 방법과 처방의 구성으로 특정 성분의 작용을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쉬운 예로 한의사들은 생강과 건강을 나눠서 따로 사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생강은 진저롤(gingerol) 성분이 풍부한데, 건강으로 건조되면서 진저롤이 쇼가올(shogaol) 성분으로 변하게 됩니다.

즉 처방에 생강을 선택하는 경우는 진저롤, 건강을 선택하는 경우는 쇼가올의 작용이 더 우세하도록 설정하는 것입니다.2) 또한 지황의 경우도 생지황, 건지황, 숙지황의 포제에 따라 지황의 iridoids와 catalpol 성분 함량이 달라집니다.3)

이어 독성성분을 배제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그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부자입니다. 부자를 사용할 때, 독성을 줄이기 위해 포제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때 독성을 유발하는 주요성분인 DDAs(diester-diterpenoid alkaloids) 성분이 MDAs(monoester-diterpenoid alkaloids) 성분으로 변환됩니다.4)

이처럼 한의사의 처방은 그 자체로 자연 그대로를 이용한 것이 아니며, 특정 성분을 증가시키거나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하는 목적(치료)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때문에 현대적인 한약의 이해는 성분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로 합니다.

본초의 약리, 임상 적용 그리고 부작용
또한 본초단미의 약리연구를 이야기하고, 이어 진행된 임상연구 역시 이야기할 것입니다. 약리연구를 통해 특정질환에 특정본초를 선택하는 이유를 예측해볼 수 있으며, 임상연구를 통해 한약이 실제 작용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더하여 한의학의 본초는 ‘약’이기 때문에 사용용량부터, 예상가능한 부작용 등이 존재합니다. 이는 독성학의 이름으로 연구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약은 식품으로 사용될 만큼 안전한 본초부터, 사용에 주의해야 하는 본초가 존재하며 본초의 독성을 줄이기 위한 포제 및 처방의 조합도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칼럼은 위와 같은 구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추가적으로 흥미로운 처방이나 연구, 가설 등의 보고가 있다면 그 역시 이야기해볼 것입니다. 칼럼을 통해 한의학의 연구는 아직 부족하고, 나아갈 길이 멀지만 반면에 과거에 비해 깊어진 오늘의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 다가올 한의학의 변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1. Y Xia, X Cao, G Wu, J Cheng. Acupuncture Therapy for Neurological Diseases. springer(2010)
2. Xiao-Lan Cheng et al. Steamed ginger (Zingiber officinale): Changed chemical profile and increased anticancer potential. Food Chemistry 129 (2011) 1785?1792
3. 이선동, 박영철. 한약독성학 I. 한국학술정보.(2012) 283-304
4. Zhou G et al. A review on phytochemistry and pharmacological activities of the processed lateral root of Aconitum carmichaelii Debeaux. J Ethnopharmacol. 2015 Feb 3;160:173-93. doi: 10.1016/j.jep.2014.11.043. Epub 2014 Dec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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