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4] 스러질 위기에 처한 한국 전통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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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4] 스러질 위기에 처한 한국 전통침법
  • 승인 2015.04.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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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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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舍岩鍼灸學要訣」 ①


“학문의 자유라는 美名下에 核武器가 연구 완성되어 무한정의 파괴력을 자랑하며 혹은 無謀한 농약의 撒布로 耕作에 유용한 鳥蟲마저 撲殺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핵무기의 위협은 인류의 정신면에 잠재적인 불안을 조성하며 농약의 과용은 오곡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그 피해가 尤甚하지 않습니까? …”(저자 서문)

 

 

 

 

◇ 「사암침구학요결」

 

 

이 글은 가장 한국적인 전통 침구법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사암침법 연구에 몰두하였던 한 침구임상가가 적은 자작서문의 첫머리이다. 방사능 피해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대문명생활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으며, 한층 더 위협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 잠재적으로 절대적인 권위와 지혜를 갖춘 지도자가 출현하는 것과 둘째, 악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간의 생명력을 助長하는 일이 그 방법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강력한 지도자란 아마도 세상을 구제할만한 神醫 같은 존재를 가정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두 번째 방법에 있어서 인체의 自己助長 혹은 自己更新하는 주체로서 經絡을 비정하고 한의학을 중심으로 의학계와 생물학계를 총괄하는 제3의 의학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생명력의 조장을 위한 五行穴의 운용에 새로운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소간 비약이 있어보이지만 한의학에 대한 충정과 사암침법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주장이 아닌가?

저자는 자칭 ‘舍岩陰陽五行鍼灸學硏究家’라고 표방하는 金東匹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이 책을 펴낼 당시 그는 당시 부산에서 瑞林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본서의 모태가 되는 「舍岩陰陽五行鍼灸學」 총론 및 각론을 펴낸 바 있었다.

사실 이 책자들을 고의서로 간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50∼60년대에 발행된 다른 책자들처럼 물자가 부족하고 제반 생활여건이 열악했던 시기에 발행된 것들인지라 갱지에 등사판으로 인쇄하여 산화가 심하고 소량의 부수만을 배포하였기에 보존 활용 측면에서는 종종 조선시대 한적보다도 더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시기 대부분의 교재들은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값싸게 공급해야 했기에 인쇄품질과 제본 상태가 저열하며, 파손의 우려가 높아 보관에 취약점이 많다. 게다가 이 시기의 저작물들은 아직 본격적인 연구대상으로 삼기에 시기가 어중간하다.

따라서 제대로 기초조사가 이루어진 바가 없으며, 간략서지나 단순한 이미지 보전처리조차 거치지 않은 채 개인서가나 책더미 속에서 나날이 스러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때마침 연변에서 고국을 방문하신 孫永錫 선생이 朝醫學 - 중국에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의 전통의약이라는 의미에서 한의학을 부르는 말, 입장에서 중의침구와는 차별화된 가장 전통이 강한 우리 민족의 고유 침법으로 이 사암침법을 국제학계에 적극 조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사암침법의 창안자로 알려진 사암은 바로 俗名이 黃廷學이라고 불린 스님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사암침법을 한국의학 여러 학술유파 가운데서 대표적인 불교의학의 사례로 조명하고자 고심하고 계시다 한다.

이렇듯 여러 가지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사암침법이 적힌 헐어빠진 책 한권도 소중한 의학유산일 수밖에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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