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의약은 바이오천연물시장의 새로운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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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의약은 바이오천연물시장의 새로운 동력
  • 승인 2015.03.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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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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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역사를 부정하는 자들
한의학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자들은 우리의 민족문화와 전통의학의 유산을 부정하는 자들이며, 역사를 부정하는 자들이다. 연건동에 위치한 대한의원은 1976년 사적 248호로 지정되었는데, 1899년 4월 최초의 국립병원으로 1900년 6월 광제원(廣濟院)으로 바뀌었다가 1907년 3월 대한의원으로 개칭되었으며, 1910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개칭되었다.

하지만 그 건물 앞 동상은 지금도 꿋꿋하게 서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의학발전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서있을 것이다. 그 동상은 의생면허 6번 지석영 선생의 동상이다. 종두법으로 잘 알려진 선생이 관립의학교 설립을 청원하여 만들어졌고 일제하에서 그는 이 학교 교장으로 재임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한의학과 양의학은 서로 대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사실과 근거에 입각한 토론이 필요
지난 6일 KBS라디오 공감토론에서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 쟁점과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공영매체에 나가 토론에 참여한다면 적어도 사실에 입각하여 발언하고 객관적 사실은 왜곡하지 않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위원으로 참여한 토론자가 “한의사는 여러 전래요법 중 하나인 중국에서 유래한 토속전래요법인 한방요법을 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며, 영상의학에 대한 교육정도를 이야기하는 데에서는 굳이 “한방사는 의과대학 수준에 한참 못 미치며, 심지어 저희 의협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간호대학이나 약학대학보다 못한 수준으로 배우고 있는 게 밝혀졌다”라고 말하였다.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의사들의 우려는 오진과 남용인 것으로 보인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사나 한의사의 의무이고, 그들이 최선을 다 할 때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니겠는가?

오진과 남용의 문제는 의사나 한의사 개인 개인의 문제이며, 이는 자질의 문제일 뿐 아니라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명확히 밝혀내고 처벌해야 할 문제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측정하기 위한 도구를 사용하는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축에서의 이야기이다.

자국의 전통의학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다른 대처
1961년 12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김두종(대한의학협회장)의 “한의사법 개정에 대한 사견”이라는 글에는 “한방의학 중에는 과학적 몽매시대의 유물인 음양오행설을 기본으로 한 철학적 공론과 우매한 미신분자가 많이 섞여 있어 그것이 한 독립된 학술로서 세계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중의학의 융성이나 전통의학의 역할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2013년 3월 15일에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원 총리로 선출된 리커창(李克强)은 올해 3월 5일 전인대 개막일에 정부보고를 통해 ‘중의약과 민족의학사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건강한 중국을 위해 중의약이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으며, 중의약 진료수준의 제고뿐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조기치료 서비스 구축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2003년 중국은 SARS치료에 중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당시 중국정부는 중의약이 SARS 예방과 치료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신종인플루엔자 H1N1의 치료 등에도 중의약 진료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출혈열이 발생하자 중국은 작년 9월 이후 3차례 의료진을 현지에 파견하였는데, 1월 14일 제3차 의료진 파견 때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단에 금은화, 연교, 판람근, 구기자, 감국 등 19종의 중약제제와 500여개 향낭을 지참하도록 하였다.

실제로 중국의료진은 에볼라출혈열 확진 환자 50례를 대상으로 극독방(克毒方: 금은화, 치자, 황련, 고삼, 생지황, 곽향, 석고)을 투여해 경과를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새로운 처방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이오천연물시장의 새로운 동력
최근 한의학의 처방원리인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유용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KAIST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한약 화합물과 인체대사 산물의 구조 유사도를 분석해 한약의 인체 내 약효 작용원리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약의 다중성분이 상승효과를 통해 다중표적에 약효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명공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3월호에 ‘A systems approach to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연구팀에서는 “한의학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다수의 화합물들이 상승효과를 통해 약효를 발휘한다는 점인데, 한의학의 약효 원리가 명확히 밝혀진 화합물 조합들을 분석한 결과,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 조합들은 대부분 주요 약효를 전달하는 화합물과 이를 보조하는 화합물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런 화합물 조합의 구성은 한의학의 처방 원리인 ‘군신좌사’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은 2013년 11월 2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2012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0년 동안 1554억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 이도헌 단장은 “우리나라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에 비해 스위스 파마톤사의 진사나(Ginsana)는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으로 만든 천연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연간 3억 달러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가 인삼 종주국으로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천연의약품에 대한 연구와 과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한의학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의학은 조선시대나 중국의 한나라 때에 있었던 전통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한의학은 사라져줬으면 하는 비과학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세계 각국은 아직 초기단계인 세계 천연물 신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능력과 기회가 있다.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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