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2] 日常에 점철된 민간전래 생활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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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2] 日常에 점철된 민간전래 생활비방
  • 승인 2015.03.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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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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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壽民錄」②


필자가 이 책에 원작자의 성명이 직접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도 사대부 집안에서 펴낸 의서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까닭은 주로 본문의 筆法 가운데서 전해지는 느낌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본문에 앞서 수록된 몇 가지 단방법을 채록해 놓은 작성자의 筆記 때문이다.

 

 

 

 

◇ 「수민록」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衄血에 靑蒿[져비쑥]로 콧구멍을 막은 다음, 냉수로 머리 뒤통수를 적시되 코피가 그치기를 한도로 한다.” 이 짤막한 글의 말미에는 ‘右丁茶山方’이라는 출처가 밝혀져 있다.

청호는 골증노열을 다스리지만 뉵혈에 응용한 예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다산 정약용이 장기와 강진 등지에서 유배객으로 지낼 적에 직접 체험한 단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 이러한 내용도 들어 있다. “牙疳口瘡에 人中白(火煅), 枯礬, 梅肉(燒存性) 각2푼을 쓰는데, 먼저 韮根과 陳艾 달인 즙을 새의 깃털에 찍어 문드러진 살에 발라 피고름을 씻어낸 다음 앞의 약을 하루에 2차례씩 붙인다. 또 枯礬, 五倍子, 靑黛, 黃柏 각1돈을 가루 내어 쌀뜨물로 입을 헹군 다음 뿌려준다고 하였다.

그런데 위의 두 구절은 ‘李景華方’이라는 출처를 밝혀놓았다. 심심파적 삼아 이 구절을 이경화의 「廣濟秘笈」에서 찾아보았더니 같은 책 권3의 소아문에서 동일한 문장이 검색되었다. 한두 글자의 출입 이외에는 정확히 일치하여 이 책이 그저 길거리에서 얻어들은 것으로 작성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또 그 옆줄에는 소아복학 치료약으로 木棉子와 유황을 가루 장만하여 밀가루[眞粉]와 참기름[法油], 꿀[淸蜜]에 개어 먹이는 방법이 적혀 있는데, ‘金櫹秘方’이란 주기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작자의 주변 인물로부터 전해들은 방문을 채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작성자가 직접 주변에서 見聞한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채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문 중에는 예상 밖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온역문에 기록된 체험담 1조문인데, 사연인즉 다음과 같다. “醫官 金載璜이 淸國으로 가는 사신 행렬을 따라 北京에 갔을 때인데, 때는 바야흐로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짐꾼으로 따라온 마부들이 마른 참새 같은 것을 사서 먹는 것을 보았다. 무엇인지 물으니 바로 불에 구운 개구리라고 하였다. 일꾼들이 말하길 이것을 먹으면 종일토록 달려도 숨이 가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지방 사람들이 잡은 것을 쳐다보니 등은 푸르고 배는 붉으며 크고 작은 것이 보통의 개구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 약성과 약리를 물으니 痰과 不伏水土하는 병증을 다스리기 때문에 자주 먹는다고 하였다.

위의 내용은 消渴에 쓰이는 단방 가운데 한 사례인데, 짐 나르고 말을 끄는 인부들에게 값싸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고단백 영양식이 좋은 食治方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도 재미난 사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지면관계상 다 살펴볼 수는 없고 지역성이 물씬 풍기는 의안 하나 더 소개해 보기로 한다. 面瘡조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생해삼을 붙이면 즉효가 난다는 내용이다.

東萊에 살았던 어떤 사람에게 面瘡이 생겨 치료한 경우이다. 이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처음에는)면창에 海蔘이 들러붙은 것을 보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번 붙이고 나서는 곧바로 나았다. 바다가 가까운 지역의 현지에서나 있었을 법한 얘기인데, 아마도 「동의보감」에 나오는 蜞鍼法처럼 해삼의 흡반이 膿血을 빨아내어 흡각 효과를 낸 것으로 여겨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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