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61] 月經異常에 대한 새로운 인식, 調經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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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61] 月經異常에 대한 새로운 인식, 調經論
  • 승인 2014.12.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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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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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科大要」①
「여과대요」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의원에 의해 전통방식으로 집필된 보기 드문 부인과 전문의서이다. 비록 이 시기에도 여전히 부인과에 있어서 「婦人良方」,「濟陰綱目」같은 책들이 주요 교재로 읽혔고 「達生秘書」나 「産方隨錄」같은 조선의 저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두루 통용할 만하고 확고부동하게 부인과의 대표서적이라고 손꼽을 만한 책이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권두에는 고종때 典醫를 지내고 全鮮醫會를 개최하는데 앞장섰던 晴峰 金性璂의 ‘深贊化育’이라고 쓴 휘호가 붙어 있고, 이어 우리나라에 최초로 서양식 牛痘種法을 도입한 松村 池錫永이 ‘參贊造化’라는 말로 축사에 대신하였다. 또한 실명 없이 松菴이라고 호만 밝힌 분이 “癸水丙火, 貳律反合”이라고 篆字體로 적어 水火交濟, 陰陽化合의 이치가 生産의 묘리가 된다는 의미에서 題辭를 남겼다.
◇「여과대요」

이 책의 저자는 李載乾으로 밝혀져 있으나 그에 관한 자세한 사적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진즉 이 문헌에 대해 한방부인과학 측면에서 학술적인 검토를 진행한 논고(김윤상, 2008)에 따르면 저자인 이재건은 전주 이씨로 1887년 別試文科에 급제하고 弘文館校理와 侍講직을 역임하였으며 中樞와 都廳을 지낸 인물이라고 밝혀 놓았다.

또 생몰연대를 1868∼1911년이라고 밝혔으나 본서의 서문을 대신 한 조경론에는 작성시기가 1922년(大正11, 영인본에는 壬戌로 표기)으로 적혀 있어 무언가 부자연스런 느낌이다. 게다가 1926년「坤道要訣」이란 책도 저술한 것으로 되어 있어 생몰연대에 오류가 있던가 아니면 동명이인일 여지가 있기에 좀 더 문헌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전서는 調經章, 胎前章, 産後章 이렇게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84장 1책으로 묶여져 있다. 그중 조경장은 126조목으로 나뉘어 기술되어 있고 胎前章은 112조목, 産後章은 92조목으로 도합 340조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별도로 간행경위나 취지를 밝히고 있는 저자의 서문은 보이지 않으며, 다만 調經章에서 곧바로 조경에 관한 개설을 겸하여 의론을 전개하고 그 말미에 1922년 3월 ‘李載乾書’라고 집필시기만을 밝혀 놓았을 뿐이다.

저자는 특히 조경장 서론에서 婦人經候不調의 원인으로 脾虛, 衝任損傷, 그리고 脂痰凝滯, 이 3가지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二陽病이 心脾 두 장기에서 발생한다(“二陽之病, 發心脾, 有不得隱曲, 女子不月….”)는 「황제내경소문」陰陽別論篇의 이론에 의거하여 비위가 허약하여 음식이 감소하고 결국 血枯하거나 血閉가 초래된 나머지 過期不行하거나 수개월 만에야 겨우 한번 이르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는 여자의 성품이 조급하고 분노하거나 투기하여 肝氣를 손상한 나머지 血氣가 妄行한 끝에 붕루가 오거나 미처 달이 차지 않았는데 다시 月事가 찾아오는 폐해가 있다고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여자가 아직 월경이 찾아오지 않았는데 억지로 합궁하면 기혈이 동하여 나중에 예측할 수 없는 병을 앓게 되므로 여자가 14세가 되어 월경이 시작되기 이전에 남자가 강제로 합방하거나 월경 중에 아직 하혈이 그치지 않았는데 남자가 정욕을 참지 못하여 충임맥이 손상되어 혈해가 견고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병이 생긴다고 설명하였다.

세 번째는 脂痰凝滯한 경우로 膏脂가 충만하여 元室之戶(자궁을 의미하는 듯)가 열리질 않고 痰涎이 壅塞하여 자궁의 혈액이 순조롭게 돌지 않아(血海之波不流) 기일을 넘겨 월경이 오거나 몇 달 걸러 월경이 찾아오게 되는 경우에는 나중에 피가 혼탁해지고 經閉되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월경부조에 대한 원인설에 당대 인식을 가미하여 정리한 조경론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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