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59] ‘백번을 단련’…약 짓고 글 쓰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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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59] ‘백번을 단련’…약 짓고 글 쓰는 어려움
  • 승인 2014.12.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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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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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傅靑主醫書」②
지난 주 우리에게는 淸代의 대표적인 의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만 알려진 傅靑主란 인물이 실은 청조에 항거하여 구명활동을 펼쳤던 우국지사이자 서화가였던 傅山임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또 청말 중국의 사상계를 주도했던 梁啓初(1873~1929)에 의해 顧炎武, 黃宗羲, 王夫之 등과 함께 淸初六大師로 손꼽혔다고 한다. 학술방면에서도 그는 儒士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老莊을 말하였으며, 주자학적 입장에 배치되는 새로운 주장을 많이 펼쳤다.
◇「부청주의서」

의학방면에서 그는 의술을 병법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는데, “의술은 병법과 같으니 예전의 병법과 陣圖를 마땅히 하나라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 이것을 운용하는 묘리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醫猶兵也, 古兵法陣圖無一不當究, … 用運之妙, 在乎一心)라고 하여 용병술에 용약법을 빗대어 설명하였다.

또한 “좋은 처방을 얻었다할 지라도 반드시 한 가지 약재마다 여러 차례 점검해야만 한다. 자고로 글쓰기가 어렵다하는데, 잘되고 못되고는 손가락 한마디만한 마음속에서 이미 알아차리는 것이니 의학의 도리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여 명문장을 절차탁마하는 일과 좋은 약을 처방하는 어려움이 동일함을 토로하였다. 이 말은 그의 시문집인 「霜紅龕集」에 실려 있다.

첫째 편인「傅靑主男科」는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권에는 傷寒, 火症, 鬱結, 虛勞, 痰咳, 喘症, 吐血, 嘔吐, 臌症, 水症, 濕症 등 11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권에는 泄瀉, 痢疾, 大小便, 厥症, 癲狂, 怔忡驚悸, 腰腿肩背手足疼痛, 心腹痛, 麻木, 脅痛, 濁淋, 腎病, 雜方, 小兒科 등 14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전서는 총 25문, 226편의 병론으로 짜여진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매 병증마다 病形을 논하고 病脈을 거론하지 않았으며, 장부관계를 중심으로 변증론치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처방하는 법도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였으나 용약은 평탄하고 온순하게 하였다. 또 치병의 대법에 있어서는 扶正祛邪를 강조하는 한편, 病邪가 치성했을 때에는 ‘攻補兼施’할 것을 주장하였다.

부청주의 의학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雜病치료에 있어서는 氣血과 痰鬱을 중시한 朱丹溪와 脾腎을 중시한 李中梓의 의학사상을 이어 받아서, 虛勞 병증을 치료할 때에는 氣血과 陰陽을 벼리로 삼았고, 五臟의 偏盛과 不足으로 증후를 구분하지는 않았는데, 이것이 그의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偏枯不遂는 心과 胃를 치료해야 하고, 대개 口眼歪邪를 木과 金을 다스려야 한다고 믿지만 이 병증은 胃土의 氣가 끊어지려고 하는 위급한 증상이므로 胃土를 크게 補해서 元氣를 충실하게 하면, 활기를 되찾은 원기가 血脈을 따라서 周遊하면서 偏症이 회복된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부청주만의 독특한 견해이므로 좀 더 상세하게 추찰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부청주 의학의 성취 가운데 가장 백미라 할 만 한 것은 역시 여과에 있다 할 수 있는데, 그의 부인과학의 요체는 나중에 나온 「傅靑主女科」에 수록되어 있다. 다음 호에는 시대를 앞서간 그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부인과질환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그가 태어나 활동한 산시성 태원에 가면 太原頭腦라 불리는 약선요리가 있는데, 한약재를 넣어 양고기를 찐 것이라 한다.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데 이것도 역시 傅山이 만든 보양요리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혹여 이 지역으로 효도관광을 떠나시려거든 명의가 머리를 짜내어 처방한 이 요리를 한번 맛보시기 바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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