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론의 재해석…21세기 눈으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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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의 재해석…21세기 눈으로 바라보다
  • 승인 2014.11.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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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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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 상한, 갈등과 해소의 이론
약 1800년 전에 나온 장중경의 「상한잡병론」은 동한 이전의 임상의학에 대한 전면적인 모음으로 그 의미나 비중에 대해 더 설명할 필요 없는 고전이다. 상한론은 한의학의 뿌리이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준 혜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편저자 이정찬 박사는 “이 상한론을 비롯해서 상한론의 논리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한의학 전체는 지금 현 시점에 통용되는 언어 내지 표현으로 재해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책을 내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정찬 編著
청홍 刊

“지금에 와서 상한론은 마치 맥이 끊어진 것처럼 여기저기 흐릿한 구석이 많다. 원전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 온 비유와 상징, 예시들이 지금은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이제는 이것들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새로운 비유와 예시로 채워야 한다.”

이 책은 현대적 인식 방법을 통해 상한론을 분석해 정리해본 작업이다. 책의 내용은 상한론의 조문들을 통해 육경병(六經病) 이론과 그 병리 구조들을 ‘갈등관계’라는 현대적 개념으로 풀어보는 일종의 재해석이다. 상한론의 육경병을 갈등, 또는 대립의 큰 구조에서 변형, 파생하는 여섯 가지의 작은 구조임을 밝히고 그런 통일된 관점으로 육경병을 이해하려 했다. 편저자는 “상한론에 대한 이런 재해석의 과정이 상한론의 논리에 현대 서의학의 옷을 입히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상한론이 포함하는 개개의 논리를 모두 그와 대응하는 서의학의 논리로 바꾸어가자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현대적 시각에 맞게 실용적인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따라서 상한론에 관한 제가설을 떠나서 독자적인 해석을 통해 전체 흐름을 정리하고자 했다. 또한 음양오행이나 영위기혈, 오운육기 등은 비록 황제내경으로부터 출발한 한의학 개념들이지만 원래 상한론에서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서 다의적이고 때로 불명확한 해석이 나오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여기서는 철저히 배제했다.”

이 책은 또한 본초의 재해석을 통해 주석 내용의 근거를 제시했다. 상한론에서 본초나 처방의 의미가 해석되지 않으면 그 원형의 개념을 얻기 어렵다며 본초의 해석에 있어서는 일단 기미론(氣味論)이나 귀경설(歸經說) 등을 배제했다. 성분 분석을 통한 약리에서도 떠난다. 다만 원전에 기록된 효능 자체를 통해 해석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것은 최소한의 객관성이 보장되고 본초의 원래 의미가 살아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해석을 토대로 상한 육경병이 몸에서 일어나는 힘들 사이의 갈등관계로 정리된다는 결론이다.

편저자는 “정교하고 확고한 논리를 생명으로 하는 현대물리학의 흐름도 뉴턴의 역학에서 상대성 이론으로, 상대성 이론에서 양자역학, 양자역학에서 끈 이론, 끈 이론에서 막 이론 또는 M이론, 다시 평행 우주론, 다중 우주론 등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며, “그 와중에 논리가 수립되었는가 하면 깨지고, 또 깨지고 부정했던 논리에서 다시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발견되는 흐름이 계속되는 것을 보는 것처럼 상한 이론, 우리 의학도 이제 이런 돌출과 깨짐이 반복되는 소용돌이를 거쳐 그 전모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이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고 이 책이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했다.

편저자 이정찬 박사는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 후, 경희대 한의과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동신대와 세명대 한의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안산시 성제한의원 원장으로 있다. (값 5만5000원)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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