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보건학에서 근원적 변화의 싹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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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보건학에서 근원적 변화의 싹을 찾자”
  • 승인 2014.11.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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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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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공공보건사업 지원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천병태 회장(유정한의원 원장)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행보가 거침없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모유수유 상담에 관한 강의부터 공공보건사업 자문에 이르기까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모유수유에 도움되는 한약 처방 및 다양한 한의학적 정보라는 구슬을 잘 꿰고 있다. 학회를 이끌고 있는 천병태 회장을 만나 학회 활동과 최근 불거진 한의계 이슈, 그리고 한의학의 역할 및 비전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이번 공중보건사업도 ‘모자보건학’의 갈래


▶최근 국제인증수유상담가 시험에 합격했는데. 어떤 시험인가.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증이다. 모유수유 중인 엄마와 아기에 대한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상담에서의 전문성을 보여준다고 할까. 소아과-부인과 등 전문 진료에 도움이 된다. 이 자격은 북미유럽에서 시작됐다. 일정 시간 이상의 모유수유 상담 경력, 그리고 자격시험 응시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응시 조건은 의료인이어야 한다. 의사, 한의사 모두에게 문호가 열려 있다. 간호사들도 많이 응시한다. 지금 학회에서는 연간 온라인 강의 80시간 오프라인 강의를 30시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모유수유한의학회 활동이 활발하다.
2007년 처음 ‘바른 모유수유를 위한 한의사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4월 정식으로 학회를 창립했다. 지난해에 대한한의학회 예비학회로 인증 받았다. 조만간 정회원학회심사도 받을 예정이다. 학회는 이제 정착 단계다. 올해만도 참 활발하게 강의도 하고, 논문도 발표하고, 집담회도 하고, 정책에도 반영하고 정신없이 활동했다. 지방 강연도 많았다. 임원진들 간에 팀워크가 탄탄하다. 내년에도 당연히 활동을 기대해도 좋다.

▶이번에 학회 주도로 공공보건사업을 자문했는데.
임산부 건강증진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자들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지은영 이사(약수아이누리한의원 원장)가 정말 많은 애를 썼다.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요청이 왔고 학회에서 도움을 줬다. 이번엔 한의사 출신 공무원이 마침 그 업무를 맡았고, 우리 학회에 의뢰가 와서 도왔지만 앞으로는 프로세스가 좀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의학계가 공공보건 파트에 한의 관련 프로그램을 제시해서 공공기관을 통해 시행되게 해야 한다.

▶한의학에 대해 말들이 많다.
한의사는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한의학은 국민과 함께 한다.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의학이다. 당연히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합리적이며, 근거 있는 의론을 제시해야 한다. 전통한의학을 잇되 그것들을 현대의 언어와 도구로 풀어서 소통해야 한다.

▶추나요법의 급여화로 시끌시끌하다. 양방에선 근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어처구니 없다. 추나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치료법이다. 그동안 학술적으로도 추나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다. 추나, 도인, 안교 등 다양한 한의 수기요법은 효용성과 안전성이 이미 검증됐다.

▶의료기기 문제 등도 진전이 더디다.
가령, 골절을 말할 때 양방인가 한방인가? 사실 이건 양방도 한방도 아니다. 이건 몸의 상태일 뿐이다. 의사는 이것을 진단하고 치료만 하면 된다. 한·양방 구분할 필요가 없다. 모든 학문이 서로 영향 받고 발전하는데, 왜 유독 한의학에만 현대과학의 응용을 막으려 하나. 당뇨를 진단할 때 한의사들은 옛날처럼 오줌을 찍어먹어야 한단 말인가. 조금만 합리적이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다 안다. 양방 의사들도 사적으로 만나면 같은 의료인으로서 이해하던데, 공식적으로 말할 때 보면 참 의도적이다.

▶오랫동안 한의협, 한의학회, 한의언론 일을 했다.
30년간 한의계 여러 활동을 했다. 협회 부회장도 하고, 감사, 대의원도 했다. 한의학회 감사도 하고, 신문사 운영도 해봤다. 지금 거론되는 많은 이슈-얘기들은 과거에도 열심히 강조했던 부분이다. 된 것도 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많다.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실천이다. 신문사 운영을 할 때 한의계의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기획한 적이 있다.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런데 요즘도 여전히 그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근원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게 어떤 건가. 어디서 실마리를 풀어야 하나.
꼭 집어 얘기한다면 한방보건학이다. 한의의료정책이나 의료관리 등 그 실마리를 보건학에서 찾아 풀자는 말이다. 많은 것들이 이것과 연관 있다. 모유수유한의학회에서 최근 지원했던 공공보건사업도 모자보건학 갈래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담당 업무가 뭔지 찾아본 적이 있다. 법으로, 행정명령으로 규정된 그의 업무는 30여개였다. 그런데 한의 관련 내용은 하나도 없더라. 당위로만 주장해 봐야 정책으로, 입법으로 반영이 안 된다. 한의계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그들이 그걸 반영하던가? 정책 집행에는 힘이 있어야 관철된다. 한의계의 힘이 그 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힘이 없기에 그 힘을, 힘의 근거를 학문에서 끌어오자는 얘기다. 그 힘이 보건학에 있다. 협회가 할 일이 있고, 학회가 할 일이 있다. 이 부분은 대학에서 해야 한다. 각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한의대 교수들과 책임자들이 그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각 대학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런 기능을 하고는 있지 않나. 예방의학교실도 있고.
그런 기능을 한다고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고 초보적이다. 돌아보라.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한의대가 있는가를. 양방의 좋은 점들은 벤치마킹해야 한다. 양방에서는 서울대를 위시해 보건대학원들이 그런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발전적,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한의계의 인재들도 보건대학원에 들어가서 배우고, 연구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 걸로는 부족하다. 그 인재들을 각 한의대에서 전문적으로 기르고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의의료 영역이 확대된다.

▶한의계가 비전에 목말라 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무엇보다 한의계 바깥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게 보건학이다. 무엇하나 연계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한의대 내에 보건학이 정식으로 채택되고, 각 대학마다 보건학교실이 활성화돼야 한다. 거기서 연구를 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서 채택하고, 의원들이 법안 만들고 그렇게 된다. 현재 애를 쓰고 있지만 협회의 제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협회 활동은 어떻게 보나.
협회가 일부 성과도 내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귀를 열고 들었으면 좋겠다. 소통과 의견 수렴의 절차는 더 좋은 의견이나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급하더라도 가능하면 의견 수렴의 장을 많이 만드는 것도 염두하고 일했으면 한다. 현재 회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실비보험에 한방 참여인데 타이밍을 놓치는 것 같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전략이다.

▶신문사 경영도 오래 했다. 한 마디 해달라.
신문은 쓴소리를 해야 한다. 특히 협회의 회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데 주저말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고비마다 그런 언론의 역활이 한의계에 도움이 됐다. 특히 민족의학신문은 늘 한의계를 위한 입장에서 길을 제시하고 비판했다. 그 때 썼던 글들을 요즘 다시 보면 어쩜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놀랄 지경이다. 이 말을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후배 및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참여다. 강의를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집단지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천병태 회장은?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 후 의료보험 전국확대 추진운동(의확추)부터 민족의학신문 창간. 한의협 정책기획위원장, 부회장, 대의원, 감사, 민족의학신문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민족의학신문 명예회장, 모유수유한의학회 회장으로 있으며 서울 금천구에서 유정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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