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통합암치료 가이드라인’ 발표가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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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통합암치료 가이드라인’ 발표가 하이라이트
  • 승인 2014.11.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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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혁/윤호영

박지혁/윤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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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11회 통합암학회(SIO) 국제학술대회 참가 후기

임상연구 워크숍 등 내용 다양

한국 한의사들 능력-임상성과 비해
세계통합의학 발전 주도 못 하는 건 아쉬워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암치료분야에서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MD Anderson 암센터가 위치한 텍사스의 휴스턴에서 SIO(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통합암학회)의 11번째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종양학 분야의 전 세계 통합의학 관련 의료인 및 관계자들이 모인 이번 학회는 ‘Personalized Integrative Oncology(개인 맞춤 통합종양학) : Targeted Approaches for Optimal Outcomes(최적의 결과를 위한 표적 접근)’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되었다. 이번 SIO 학술대회에서는 기존의 통합의학 관련 학술대회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여러 요법들의 효능이나 효용성을 발견하는 연구 발표들은 물론, 개인별 유전자 맞춤 치료 등 암치료의 최신 트렌드와 통합의학적 치료모델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앞세운 것을 알 수 있었고, 통합의학센터의 경영모델 및 임상연구 워크숍 등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첫날 학회 공식 일정 직전 오전에는 ‘임상연구’ 관련, 그리고 ‘임상실제 및 비즈니스 모델’ 에 대한 워크숍 두 가지가 진행되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암센터들이 통합의학센터를 거의 대부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입원환자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전학의 통합종양학에의 기여라는 기조강연에서는 유전자 분석이 암환자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러한 총체적인 정보의 종합을 통해 암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선정하는데 역할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별도로 마련된 포스터 발표회장에서는, 대체의학의 활용, 암 생존과 증상조절, 심신요법, 개인 맞춤식 치료접근, 침치료, 영양관리, 의료체계에서의 전통의학, 천연물 응용 등의 주제로 세계 각국의 통합의학 연구자들의 다양한 발표가 있었다. 한국의 한국한의학연구원, 대전대 , 경희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아주대, 소람한방병원 등에서 발표한 포스터에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2014년 통합암학회(SIO) 국제학술대회 참가한 한국 참가자들. 왼쪽부터 윤호영, 김종민 한의사, 유화승 교수, 박지혁 한의사.

학회 둘째 날 이른 아침부터 다 함께 요가 동작을 따라하는 ‘통합암학회’다운 시간을 가졌다. 한의학과 침치료, 심신요법,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약물로서의 음식, 보건정책 등 원하는 주제별로 참가할 수 있는 조찬 토론회도 있었다. 스트레스와 암 기조강연에서는 타액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분석 결과를 통하여 암과 스트레스의 관계를 논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각종 자기개발서와 사회뉴스를 탐독하는 것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관찰 결과였다.

이번 학회의 하이라이트는 유방암 통합암치료 임상가이드라인 발표였다. SIO에서는 수 년 전에 통합암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고, 그 내용은 국내에서도 ‘한의통합종양학’ 교과서에서도 다루어진 바가 있다. 또한 최근 한국의 대한암한의학회에서는 국내의 임상 한의 암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번 SIO 학술대회에서는 새로이 유방암 통합암치료에 대한 근거중심 가이드라인이 정식으로 발표되었고, 통합종양학에 대하여 JNCI에 게재된 논문 중에 강조될 만한 부분을 소개하였다.

전체 강연이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이 학회장의 서로 다른 네 곳에 관심주제별로 선택적으로 참여하여 강연을 듣고 간담회를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천연물제제, 심신요법 등의 주제들도 궁금했으나, 이번 학회의 전체 주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암환자와 암생존자를 위한 개인 맞춤 통합치료 전략 개발’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기로 하였다. MD Anderson과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 통합의학센터에서 어떻게 암환자들 각각에 맞추어 통합의학적 치료서비스를 구성하여 제공하는지 증례별로 아주 상세히 현장감 있게 다루어 실제 진료에 참고가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암환자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많으면 심신요법이나 명상, 침치료 중에 가장 적합한 것을 통합의학센터의 의사가 선택적으로 판단하여 치료계획에 더하는 식이다.

두 번째 개별 세션에서는 한의학과 침치료, 환자 치료결과의 분석, 주요 논문의 검토, 통합치료 전략 개발 워크숍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호주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배겨레 연구원의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유발한 관절통에 대한 침치료’ 발표가 같은 한국 한의사로서 인상적이었다. 이는 대전대 유화승 교수와 호주 시드니 의대 오병상 교수의 국제공동연구 결과이기도 했다. 또한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유전학적인 분석을 통해 침치료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한국 한의학의 특징이기도 한 환자중심적 체질이론에 대한 유전학적 근거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여 흥미로웠다. 침치료는 개인 맞춤 통합종양치료의 가능성 있는 분야로 언급되었다.
학회 셋째 날 아침은 기공 수련 체험으로 시작하였다. 이 날은 통합암치료에 관련되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발표들로 가득하였다. 수면, 피로, 생물학적인 24시간 주기가 암환자에게 주는 영향 기조강연에서는 암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피로증상이나 불면증의 기전과 치료대책에 대하여 논하였다. 또한 개인 맞춤 침치료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 결장직장암 환자 312명에 대하여 한약치료로 5년간 추적 관찰하여 암 재발률이 낮아졌다는 중국의 연구가 발표되었다.

동시진행세션은 통합암치료의 건강서비스로서의 의미, 암세포에 대한 표적치료와 중개연구, 통합종양학 가이드라인 개발 워크숍, 통합암치료 임상 경력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특히 임상 경력 워크숍은 통합암치료 분야에 처음 진출하고자 하는 관련 의료인이나 연구자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접근하면 되는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논의되어 인상적이었다. 또, 유방암 환자의 갱년기증상에 사용되는 천연물에 대한 연구, 후생유전학 및 생활습관과 암의 관계에 대한 연구발표가 있었다.

에너지와 균형, 암 증상 조절, 침치료 임상연구 워크숍 또한 이루어졌다. 임상에서 암환자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암증상 조절에 대한 세션을 선택하여 듣기로 하였다. 경희대의 윤성우 교수께서 보중익기탕 투약이 암환자의 피로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 발표를 하였고, 발표 후 외국 참가자들의 관심과 질문이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종양을 없애는 역할까지 하지 않더라도, 특정 한약이 암 관련 증상에 도움이 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모든 학회 일정이 끝나고 마지막에는, 학회 참가자 중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MD Anderson 암센터의 통합의학센터를 중심으로 관련된 암센터 건물과 시설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이 통합의학센터 의료진들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진행되었다. 말로만 듣던 곳을 실제로 보고, 또 의료진들의 설명을 듣고 바로 질문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하였다. MD Anderson 암센터의 통합의학센터는 병원건물 1층의 주입구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외래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았고, 따로 작은 명상정원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치료를 주로 하는 센터의 실내는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어져 있는 다른 건물에 명상, 기공, 상담, 요리교실 등 단체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하는 큰 방들과 주방시설, 환자들을 위한 암 관련 서적 도서관 등을 따로 갖추고 있었다. 이 단체프로그램용 시설은 입원병동과 가까워 주로 입원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기존 의학계가 계속해 온 공격적인 종양치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 세계의 각종 암 치료법들을 열린 자세로 응용하고 그 치료근거를 추구하면서 통합의학의 전인적, 환자중심적, 자연친화적, 예방적 개념을 종양치료에 폭넓게 적용하는 ‘근거중심 통합종양학’을 암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에 그 동안의 통합암학회의 학술 발표는 주로 여러 가지 치료의 유효성에 대한 것에 집중하였으나,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하여 유효성 입증 연구는 물론, 의료체계와 경영적 측면에서도 통합의학모델이 병원에서 정착할 수 있을 방향을 모색하는 현실적인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의 한의사들은 6년제 한의과대학 교육을 통하여 의료인으로서의 진단권과 치료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직종이며, 다른 어떤 나라의 전통의학 관련 종사자들보다 통합의학을 주도할 수 있는 깊고 넓은 교육과 임상배경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통합의학센터에서 행하고 있는 치료와 상담을 살펴보면, 한국에서의 그것에 비해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은 수준이다.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이번 SIO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면서 한국 한의사들의 능력과 실제 임상성과에 비해 세계 통합의학 발전을 더 많이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한국의 한의사들이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이미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바를 객관적인 형태로 세계 의학계에 정식으로 알리고 상호 교류하는 것에 좀 더 활발하게 참여하여, 이를 통한 한국 한의계의 발전 역시 도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지혁 / 미국 뉴저지 자생통합의학센터
윤호영 / 방선휘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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