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54] 心眼으로 그려내는 갖가지 脈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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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54] 心眼으로 그려내는 갖가지 脈象
  • 승인 2014.10.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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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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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圖」
조선 후기 민간에서 등사된 필사본 의서 가운데 맥결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표지나 본문에서 고유한 서명이 특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개의 서제가 난립되어 있어 무어라 딱히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본문에 들어 있는 내용이 주로 맥결가에 집중되어 있는지라 그중에서 가장 걸 맞는 ‘脈圖’를 대표서명으로 삼기로 한다. 등사자에 대한 인적 면모를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지도 보이지 않으나, 단지 뒤표지 이면에 ‘金生員’이라 적은 낙서로 보아 아마도 시골 선비집안에서 등출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맥도」

본문의 첫 부분은 傷寒賦로 이렇게 시작한다. “傷寒爲病, 反覆變遷, 賴先師究詳之遺旨, 成後學診治之良詮.” 후학에게 상한병에 대한 치법을 전수하려는 목적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어 “太陽則頭痛身熱脊强, 陽明則目疼鼻乾不眠, 少陽耳聾脇痛寒熱嘔而口爲之苦, 太陰腹痛自利尺寸沉而津不到咽, ….” 짧고 간략한 시구로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상한병의 전변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맥결은 상한부가 마치는 장 다음에 곧바로 이어지는데, 浮, 沈, 遲, 數, 滑, 濇, 虛, 實의 차례로 등장한다. 각 맥상에는 本脈狀이 기술되어 있고 이어 體狀詩와 相類詩, 主病詩 등이 이어져 있다. 예컨대, 浮脈은 양맥으로 “浮脈擧之餘, 按之不足, 如微風吹烏背上毛, 厭厭攝攝, 如循楡莢, 如水漂木, 如捻蔥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부맥이란 손끝을 들면 가득 찬 듯하고 누르면 다 차지 않으니 마치 까마귀 등 위에 난 깃털에 실바람이 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가득 차 있으되 가벼운 모양이 마치 콩꼬투리를 더듬는 것이나 물위에 떠있는 나무토막, 혹은 파 이파리를 비비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비유가 다양하고 화려하지만 조금은 모호한 느낌이 있어 여전히 확신을 얻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體狀詩는 기본 맥상에 더하여 이 맥이 나타나는 경우, 건강상의 의미와 질병의 예후에 관한 판단이 적혀 있다. 또 相類詩에는 본맥과 유사한 맥상과의 감별점에 대해 논하였는데, 예컨대 浮大한 맥상에 가운데가 비어 있으면 芤맥이 되고 탁탁 치오르면서 부한 것은 洪脈이 된다. 또 부맥이 있지만 부드럽고 가느다란 맥상이 보이면 이것은 濡脈이 되니 버드나무 꽃이 여기저기 흩날려 종적을 쫒기 어려운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主病詩는 본맥이 의미하는 병증상이니 부맥의 경우, 양증이자 표병을 뜻하며, 浮遲하면 풍이요, 浮數하면 열이요, 浮緊하면 한증인 것이다. 또 부하면서 有力하면 風熱이 많고 無力하면 바로 血虛를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結代脈까지 27맥이 모두 열거되어 있고 이어 要覽편이 이어지는데, 浮, 沈, 遲, 數 4가지 주요맥으로 나머지 맥상을 범주화하여 간략하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浮類에는 洪, 虛, 散, 芤, 濡, 微 맥이 역시 7언의 가구로 간단하고 보기 좋게 비교 설명되어 있기에 대조해서 학습하기에 편리하다.

권미에는 ‘四言擧要’가 실려 있다. 이 내용은 明代 李時珍의 「瀕湖脈學」이란 책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1564년에 지어졌다고 전한다. 이것은 원래 이시진이 高陽生의 「脈訣」에 그릇된 점이 많다고 여겨 여러 가지 맥결 가운데 정수를 골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명쾌한 어구와 생생한 비유를 사용하여 각종 맥상을 표현하였고 비슷한 부류의 서로 다른 맥상을 감별하는 방법과 주치증을 모두 歌訣로 작성하여 입문자가 외워서 익히기 좋게 편집하였다. 그러니 비록 그 방식은 다르나 허준이「찬도방론맥결집성」을 새로 지은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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