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한의학’ 비판설 실체 찾아 검증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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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한의학’ 비판설 실체 찾아 검증해보고 싶었다”
  • 승인 2014.10.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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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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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학(원)생 다산학술논문대전’서 우수상 받은 원광대 한의대 추홍민 학생

한의학의 오해를 없애자는 목적으로 다산 학술 논문대전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은 원광대 한의대 추홍민(본과 2년) 학생은 정약용 선생이 한의학 서적의 저자이면서 한의학을 부정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한의학에 친숙했다고 하는 추홍민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정약용, 한의학 부정’ 이미지 한의계 무관심 탓 같아 아쉬워
 비과학 인식 바꾸고 싶어 블로그기자단-글로벌원정대 등 참여

▶한의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자동차공학도를 꿈꾸며 공학계열로의 진학을 희망했던 평범한 과학고등학교의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과색이 짙었던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수학이나 물리에 취미를 붙이는 이과는 아닌 것 같고, 또 그렇다고 경제나 사회학을 전공할 문과 성향도 아니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그러던 도중에 사람을 대하고,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한의사였다.

◇대학(원)생 다산학술논문대전서 ‘정약용의 한의학 비판론에 대한 재고’를 주제로 우수상을 받은 원광대한의대 추홍민 학생. 
사실 한의사는 잘 알고 있는 직업 중의 하나였다. 아버지(추경수 전주홍익한의원 원장)가 한의사이기 때문인데, 전북한의사회 정책기획위원장 활동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봉사 활동,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의사가 돼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친척들 중에 의사나 약사, 수의사도 계신데, 한의사의 직업 만족도가 더 높아보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한의원이라는 공간이 친숙했고, 한약이나 침이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에 한의대에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진로에 대해서 흔들리거나 한 적은 없었다.

▶한의대를 들어와서 느낀 점과 어떤 활동 등을 했나.
한의대를 들어오고 나서 매우 놀랐던 것이 한의학, 한의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기에 걸리면 한약 먹고, 결리거나 하면 부항, 사혈 하는 것들이 이전까지 알던 ‘의료’라는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것들이었는데 인터넷 등에서 비과학이라고 비판받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런 오해가 쌓이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한의학연구원 블로그 기자단이나 글로벌 원정대, SK에서 대학생 기자단도 하면서 다른 전공을 가진 친구들과 만나며 한의학에 대해 고민해보고 소통해보려는 기회를 가지려고 애썼다.
그 외에도 정책분야에서 한의학의 역할에도 관심이 많아 작년에 통일부에서 주관하는 ‘대학(원)생 통일논문대전’에 나가 ‘통일 후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전통의학’을 주제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다산 정약용에 관한 논문을 썼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다산 정약용의 의학에 대해 논문을 쓴 것도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없애자’라는 일련의 목표에서 시작됐다. 한의학을 비판, 매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들에서 자주 예시로 드는 것이 ‘정약용의 한의학 비판론, 부정론’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 광고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 광고에서 정약용이 음양오행, 육기를 비판했다는 것을 근거삼아 ‘조선후기의 위대한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정약용이 ‘한의학’을 ‘부정’한 것에서 한의학이 비과학적이고 구시대적 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의사협회 산하기관인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에서도 정약용의 한의학 비판론을 자주 인용했다.
그래서 ‘정말 정약용 선생이 한의학의 어느 부분을 비판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왜냐하면 국사에서 배워서 알 듯 ‘마과회통’ 같은 의학서(한의학서)의 저자도 정약용 선생이기 때문이다. 한의학 서적의 저자이면서 한의학을 부정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한의대생으로서 이러한 다산의 ‘한의학’론에 대한 근원을 찾아보고 한의학적으로 옳은 내용인지 제대로 검증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마침 ‘다산학술문화재단’과 남양주시에서 개최하는 ‘대학(원)생 다산학술논문대전’ 이라는 좋은 기회가 있기에 도전해 보게 됐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정약용 선생은 마과회통이라는 방대한 의학서를 저술했고, 뒤에 부록으로 ‘의령’이라는 책을 덧붙였다. 개인의 생각이나 의문을 담고 있는 부분인데, 약 복용 법 혹은 민간 요법등도 담고 있는 ‘說’을 모아 놓은 얇은 책이다. 하지만 다산 선생의 의학에 대해 연구한 논문들을 살펴보니, 일제 강점기 초에 조선의학사를 최초로 정리한 ‘미키 사카에’의 다산의학관에 대한 정의를 답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서 다산의학을 ‘마진학에 대한 최초의 전문서’, ‘서양의학의 도입’, ‘한의학 비판’ 등으로 정의내리고 있는데, 아쉬웠던 것은 마진학에 대해 중국과 조선의 처방, 의가들의 근거를 총 정리한 한의사로서의 정약용 선생 모습보다는 기타 부수적인 내용에 대한 서술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의 도입에 대한 부분도 사체액설 같은 고대 서양의학의 내용을 인용하는 등, 미흡한 부분이 많았기에 인식을 새롭게 해야 될 부분들에 대해 근거를 찾고 한의사로서의 정약용 선생의 모습을 구체화시켜보고자 했다.
현재 ‘한의학 비판’이라고 알려진 의령의 ‘원시론’, ‘육기론’이나 여유당전서에 수록된 ‘맥론’도 전문을 놓고 보면 한의학에 대한 비판, 부정이 아니라 ‘개선’, ‘발전’의 의미가 맞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러한 내용에 대해 정리해 논문을 제출하였고, 우수상(2위)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한의계에서 어쩌면 자랑할 만한 인물일 수도 있는 정약용 선생이 ‘서양의학의 도입’, ‘한의학 비판, 부정’ 등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한의계의 무관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앞으로 허준처럼 정약용 선생도 한의계의 자랑할 만한 선배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나.
진로 계획은 매우 여러 가지인데 아직 고민 중이다. 최근 한의계 이외의 다른 연구자들이나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보았는데, 전공이라는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개인의 전문성이 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래 친구들도 보면 다른 전공의 대학원으로 가는 것에 거부감 없는 것이 신기했다. 의학계열의 경우는 반대로 자신의 전공을 심화시키려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내 경우에는 좀 다른 학문들, 한의학과 접목시킬 수 있는 실용적 학문을 연구하는 타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병원에 남아 수련을 하며 임상의로서 자질을 높이는 것도 많이 생각하고 알아보고 있다. 

▶선배한의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선배 한의사들은 모두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지금의 우수 전문직으로서 한의사의 모습을 만든 분들이다. 또, 어쩌면 현재의 한의대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의대를 다니면서 졸업한 선배들, 임상에서 잘 하고 있는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들고,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다만 연구나 공직 등 다양한 분야에 선배들이 많이 진출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오히려 현재 한의대에 다니고 있는 우리가 더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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