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차별화와 창의력, 그리고 한의학!
상태바
[김영호 칼럼] 차별화와 창의력, 그리고 한의학!
  • 승인 2014.10.09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한의학이 앞으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늘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우리에게 세계적 석학의 컨설팅을 들어볼 자금(money)은 없고 경영전략이라는 강의들은 대부분 ‘친절과 고객감동’이라는 근시안적 서비스 개선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금과옥조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세계적 기업들의 미래 전략 탐구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외부의 시각을 우리 한의계에 접목해보고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동물인 침팬지는 인간과 1.5%정도의 DNA 구조만이 다르다고 하고 고릴라도 2.3%의 차이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는 고작 0.1%차이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차이의 정도에 비하면 DNA구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전략적으로 아주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크게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영과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 교수는 차별화의 3가지 전략으로 “바람직(desirable)하고 지속가능(durable)하고 독특해야(distinctive)한다는 것”을 꼽았는데 이 원칙을 한의학에 접목해본다.
 
①바람직한 의학
앞으로의 미래는 점점 더 투명해져 갈 것이다. 과거, 의사들은 미래에 처방전이 공개되고 그 처방전의 약물을 인터넷에서 모두 검색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제 한의학도 외부에 공개되는 부분이 더욱 많아질 것이므로 ‘투명한 전략’으로 의료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의학’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신비주의나 과도한 한약 처방이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앞으로는 더욱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소비구조와 패턴에 합리적인 의학이 되도록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저렴한 진료는 확실히 저렴하게, 고가의 진료는 효과가 확실하게’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②지속가능한 의학
서양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외과와 감염파트는 비약적인 차별화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였으나 항생제 내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질병에 있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관여하는 부분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양의학의 치료한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의료소비자에게 영상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눈에 보이는 진료, 병원 문턱을 낮춘 보편적 의학이 된 부분은 국민건강 증진에 있어서 아주 큰 역할을 하였지만 지속 가능한 의학으로서의 한계는 점점 더 나타나고 있다. 수천 년간 지속되어온 한의학은 지속 가능한 의학임이 역사적으로 검증되어 온 셈이지만 대한민국 어느 한의원에 가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동일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치료와 진단 매뉴얼이 갖추어져야 지속적으로 의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의학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소비자들의 선택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③독특한 의학
 이 부분이 가장 강점이자 문제가 큰 부분이기도 하다. 한의학은 이미 환자들이 느끼기에 신비함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데 한걸음 더 나아가 보편적 한의학과는 다른 길을 가는 한의사 분들도 적지 않다. 사주나 기(氣)치료 혹은 본인만의 독특한 체질관 등으로 특이함을 통해 차별화는 되었지만 그것이 한의계 전체로는 독이 묻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의 학문적 문화와 교육을 통해 과도한 독특함은 배제하거나 사용하고 설명함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독특하지만 학문의 체계와 보편성에 부합하는 ‘공통된 독특함: Common distinction’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에 비만치료, 성장치료, 약침, 추나 등 지금은 보편화된 치료들이 처음에는 독특한 치료수단이었듯이 공통된 독특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의학 치료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새로운 호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차별화나 혁신이라 하면 무조건 상대보다 뛰어나야 된다는 선입관이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비교우위의 차별화보다 차별성을 느끼는 분명한 지대(zone)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오래전 소련에서 만든 군사용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기도 불편하고 광도 조절도 안 되어 사장(死藏)되어 있다가 1990년대 초 오스트리아 청년들에 의해 독특한 색감과 모호한 초점으로 ‘로모 카메라 열풍’을 일으켰듯이 한의학도 우리만의 지속가능한 차별화 전략을 계속 준비해나가야 한다.  패션계의 거장 랄프 로렌의 인터뷰로 맺음말을 대신한다.

‘혁신이란 딱 반보(半步) 앞서는 것이다. 그저 새롭기만 해서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 시류에 맞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항상성을 가져야 한다’ - Ralph Laure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