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치료 효과 본 외국인들, 앞 다퉈 찾아와 늘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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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치료 효과 본 외국인들, 앞 다퉈 찾아와 늘 북적”
  • 승인 2014.10.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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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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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한의원 진료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이현삼 부회장(공동운영위원장)

일평균 100여명 진료…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1500여명 다녀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은 한의사가 OCA(아시아올림픽 평의회)주최 국제대회에 공식적인 한의학진료를 한 의미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을 직접 치료 관리하게 됨으로써, 한의학적 치료가 얼마나 안전하고도 효과가 있는지를 널리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선수촌한의원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현삼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료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것 같다. 
초기 대회 준비과정에서는 한의계가 참여하지 못했다. 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IOC개최대회의 의료서비스 매뉴얼에 자리 잡지 않은 생소한 한의학 분야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새롭게 집어넣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한의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지만, 이번 인천대회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개최되는 인천 지자체의 행사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조직위에서도 최소한의 운영으로 최대의 개최효과를 내야만하는 입장이었기에 이해는 간다. 설득과정 중 난감했던 것은 침 치료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OCA의무위원회 및 조직위는 침 치료의 효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침 치료의 안전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봉사에 나간 한의사들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됐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임원 30명과 인천시한의사회 20명의 회원들이 9월 12일부터 10월 6일까지 25일 동안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오전 4명, 오후 6명이 진료에 임했다. 하지만 대회기간 중에는 환자가 너무 많아져서 진료인력이 모자랐지만, 자발적인 추가지원을 해주어서 10명 정도의 인원이 진료를 하게 됐다.
진료는 하루 14시간 이루어 졌는데, 임원이나 개인 종목 선수들은 꾸준히 내원했고, 구기 종목의 경우는 각 국의 같은 종목 선수들이 동시에 와서 선수촌한의원은 항상 북적였다.

▶하루 평균 몇 명쯤 진료했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최대 50명 정도의 환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침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50명을 넘었고 침 치료를 시작하면서 한의학의 즉각적인 침 치료 효과를 본 선수와 임원들의 입소문으로 100명 이상 꾸준히 내원해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약 1500명의 환자를 보았다. 특히 이중 거의 80% 정도가 선수와 임원, 그리고 75% 이상이 외국인 진료였다. 각국 임원의 치료가 특히 다른 과에 비해 많았는데 자국의 스포츠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원의 진료가 많았다는 것은 한의학의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도 임원이 먼저 치료를 받고 효과를 본 후 그 나라 선수를 동행하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어떤 진료를 많이 했는지 궁금하다.
자세한 통계는 아직 처리중이지만, 치료환자의 52% 정도가 선수였던 만큼 주로 근골계의 과사용증후군이 많았다. 응급손상은 선수촌 구성특성상 정형외과에서 담당했고, 경도의 급성손상이나 만성적인 과사용 증후군을 치료했다. 그리고 경기를 앞두고 근육의 경직을 풀거나 테이핑을 원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각국의 임원들은 주로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과 내과질환 치료를 원했고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나 운영요원들은 과로로 인한 근육통, 환경과 기온변화로 인한 몸살 및 소화불량 등의 질환 치료가 많았다. 그리고 초기에는 선수치료에 부정적이었던 조직위원회로부터 선수와 임원을 우선순위로 치료해줄 것을 특별히 요청 받기도 했다.

“각국 임원들 진료 많아 한의학 세계화 홍보에 영향 클 듯”
“초기에 부정적이었던 조직위, 선수·임원 우선 치료 특별 요청”

 

▶진료를 받은 선수·임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개원초기 침 치료 전에도 한의학적인 도수치료와 추나 치료, 테이핑요법 만으로도 즉각적인 효과에 대해서 매우 놀라워했다. 침 시술 이후에는 치료실에서의 즉각적인 효과를 본 외국인들 입에서 “Korean magic, Miracle”등의 찬사가 절로 나왔고 이런 입소문이 임원에서 선수 사이로 퍼져나갔다. 중동의 한 임원은 치료 후 효과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성호를 긋고는 “나는 기독교인이고 기적을 믿는데 지금 그 기적을 보았다”며 감사해했다. 이렇게 선수촌 내에 한의원의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된 이후에는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종목의 선수들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치료를 맡기게 됐다.

▶기억에 남는 선수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 달라.
처음에 먼저 침 치료를 원했던 이라크 남자허들선수 Anid가 생각난다. 그 당시는 아직 조직위와 침 치료에 대한 협의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었는데, 본인이 ‘침 요법사’이며 계속 침 치료를 받아와서 매우 강력히 침 치료를 원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침 시술을 해줬고, 경기 전까지 꾸준히 치료했다. 매일 침 치료를 받으며 효과에 대해 놀라워했다.
또 다른 환자는 일본남자축구 Tetsu 트레이너인데 치료 후 한국축구가 강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의료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축구선수는 내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회 중에는 국내 언론사는 물론 중국신화통신과 일본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와 자국의 선수들이 선수촌한의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신기해하고 그 효과에 놀라워하며 한국의 한의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취재했다.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이훈 이사가 일본 임원에게 침 치료를 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선수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환자들은 한의학에 대해서 전혀 접하지 못한 경우, IMS같은 유사 침 치료 요법을 접한 경우, 침 치료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나뉘어졌다. 재미있게도 중동권은 부항, 사혈요법까지도 접한 경우가 많았고, 러시아권, 동남아권은 한의학이 생소했다. 일본과 중화권에서는 침은 접해봤으나 자국에서 받던 치료와는 매우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이전 경험을 보면 일본과 중화권에서는 치료를 잘 받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동양의학권인 일본과 중화권에서 많은 환자들이 와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체험하고 갔다. 그리고 한의학을 처음 접하는 러시아권과 동남아권의 환자들도 먼저 침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하면 그냥 의료인이 선택하는 치료방법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치료 후에는 그 효과에 대해 만족해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한의학적 치료는 오래된 지역적인 치료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인식했고 그 효과는 인종과 나라를 떠나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료를 보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OCA(아시아올림픽 평의회)가 공식적으로 한의학 진료를 인정한 첫 대회로, 초기에는 OCA와 대회조직위위원회의 한의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침구치료와 부항치료에 대한 자제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수치료와 추나 그리고 테이핑과 물리치료기계를 동원해 치료를 했다. 이러한 치료로도 원하는 효과를 얻어내는 선수촌 한의원 의료진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침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치료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그래서 한의사에게 침이라는 도구가 얼마나 완성도 높고 강력한 치료방법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이번에 한의진료가 조직위와 OCA쪽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차후의 국제대회에는 좀 더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활동이 궁금하다.  
1984년 설립된 대한스포츠한의학회에서는 스포츠한의학 전문 인력 양성과정인 팀닥터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성된 스포츠한의학 전문 인력이 축구, 배구, 아이스하키, 농구, 태권도, 배드민턴 등 각종 경기 단체에 의무위원과 팀닥터로 활동 중이며, ‘세계한민족축전’의 한방의료 지원을 시작으로 세계아이스하키대회, 대구세계육상대회에 진료소를 운영했다. 그리고 장애인치료 체육 종합훈련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부상치료를 담당하고 장애인 국제대회에도 꾸준히 팀닥터로 참여해 왔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국내외 대회에 의료지원을 할 예정이다.

▶태릉선수촌 등에서는 아직 한의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의 한의학, 한의사에 대한 인식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스포츠한의학회를 통해 스포츠한의학전문가가 양성되고 있고, 이번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경기대회에 도핑테스트 등 안전한 한의학 치료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미뤄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 관계부처간에 다른 부서나 다른 단체와의 협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서둘러 제도를 정비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진 스포츠한의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고 장려한다면 우리나라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 쪽에 그 파급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봉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사실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 조직위원회도 선수촌한의원의 설치에 대해서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그렇지만 인천아시안경기대회에서 선수촌한의원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운영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기간과 진료인원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5일 늘어난 14일간 선수촌한의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각국의 선수단에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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