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의대 평가인증과 교육체계 변화에 두려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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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의대 평가인증과 교육체계 변화에 두려워 말자
  • 승인 2014.10.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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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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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한의계 주변은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태풍의 눈이라고 하는 한 복판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주변은 비바람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해일이 마을을 집어 삼킨다. 폭우가 쏟아져 재난이 발생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이러하다.

한의대 교육환경과 정원조정에 대한 학생의견
지난 주 한 학생이 진료가 끝나 혼자 일에 열중하던 날 찾아 왔다. 언뜻 보기에 학생이라 하기에는 나이가 더 들어 보였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눈빛이나 태도가 당당하며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컨설턴트로 기업의 인수합병 및 재무 구조조정 등에 관여해 왔으며, 나름 성과 있는 인생전반기를 살아왔다고 하였다. 수년전에 한의대를 편입학했다가 한의대 교육현장에 대한 실망감과 한의계 임상현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자퇴를 하였다고 하였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다시 재입학을 하였는데 학생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수년전보다 훨씬 못해진 학생들의 학업능력과 자세를 보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이 학생의 주장은 한의대 학생들과 교육환경의 현실을 과장 없이 정확히 봐달라는 요구였다. 물론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변화해야한다는 것이고 한의대생 정원을 줄여야한다는 의견이었다.

국립의대 신설 관련 다양한 논의
최근 전남지역에 국립의과대학 신설이 핫이슈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왕의 남자’라 지칭된 한 여당 국회의원의 공약으로 표면화되면서 언급되기 시작하였으나 이게 처음은 아니다. 거의 매 선거 때마다 출마한 후보자들이 추진을 공약(公約)했으나 대부분 공약(空約)이 되어 버려왔다. 지역주민들의 간절함이 여당실세 정치인을 선택한 이유이며, 야당의 아성에서 이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이다. 지역 국립의과대학이나 의전원을 신설하게 된다면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남에는 의대가 없으니까 신설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현실적으로는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지역의 부실 의대를 정리하고 그 정원을 받아 추진하기를 기대했던 의과대학 교육전문가들은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교육부와 적극적인 로비와 법정싸움으로 버틴 사학재단의 대처에 돌파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조심스레 전남지역의 한의대와 의대정원을 연계해서 해석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현행법의 한계가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대학의 의대생과 한의대생의 정원을 연계해서 답을 찾아 보려하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광주전남지역에는 국립대인 전남의대와 사립대인 조선의대가 있고, 나주에는 동신대 한의대가 있다. 수년전 국립한의전을 설립하려할 때를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한의계는 한의사 정원이 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산한의전의 신설에 동의하였고, 정원 50명은 5개 대학의 정원을 10% 줄여서 만들어 냈었다.

정부 부처와 의료계 단체들의 대응
의대생 정원을 늘리려고 하는 대학과 이에 긍정적 입장이었던 교육부에 반해 의료계 단체의 반대의견에 동조해 왔던 보건복지부가 작년부터 의사정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는 국방부가 별도로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결국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막판까지 의료계를 초긴장시켰던 바 있다.
이번 상황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의료계는 전남지역의 국립의대가 신설되는 것은 반대하지 않으나 의대생 졸업정원을 늘리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의계는 한의과대학 입시성적의 저하와 한방의료시장의 정체 혹은 퇴조라고 여기는 사회적 시각을 고려하여 한의대생 입학정원 축소를 제기하는 입장이다.

미래 한국의 의학교육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
이미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의학과 한의학은 각각의 학문영역이 있고, 존치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이원적인 것은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며, 미래지향의 의료시스템을 고민한다면 지양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다.
혹자는 혁명을 이야기 한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에는 혁명이 필요하며, 현재 한의과대학 교육시스템 또한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의료리더십포럼에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2차례에 걸쳐 의학교육과 한의학교육의 통합과 의료 및 한방의료시스템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보건의료인평가원연합회는 역시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공동으로 의대와 한의대의 평가인증제도의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과 이에 따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이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의대 교육과 한방의료시스템 주변 세상은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는 태풍이 불어 닥칠 징조들이 보이고 있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만 하고 변화의 현장을 회피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생각보다 밝지 않을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올라타고 혁신하는 창조적 자세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싸여 변화에 수동적이면 괴멸할 것이다.
쫄지 말자. 내일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세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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