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9] 고령시대에 대비한 老人養生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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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9] 고령시대에 대비한 老人養生편
  • 승인 2014.09.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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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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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衆新編」②
단언컨대,「濟衆新編」은 내의원 의관 강명길과 정조 이산이 동궁시절부터 함께 「東醫寶鑑」을 학습한 연구의 성과물이자 조선의학의 개정판이라 말할 수 있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지 거의 20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나온 이 책은 그저 지나쳐간 시대의 유물을 물려받아 요약해서 만든 축약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제중신편」에는 어떠한 특장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실용지식을 선별하는데 주력하였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역대 문헌의 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보다는 우선 당장 목전에서 마주치는 임상병증 소견을 위주로 脈, 症, 治 체제로 변환한 데서 본디 이 책의 편집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중신편」

둘째, 臨床經驗을 중시하였다는 것인데, 그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내경과 외형, 잡병으로 나뉘는 「동의보감」의 全書式 체계를 버리고 실제 常病 위주의 六淫 외감 질환과 잡병문을 우선 배치한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자신이 겪은 실제 의안에 해당하는 新增經驗을 덧붙인 것은 임상활용의 측면에선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셋째, 변화된 의료 환경에 적극 대처한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양노편과 약성가의 편성이다. 이 항목이 신설되는 계기는 선대왕의 조섭을 위한 필요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령층을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의료환경에서 가장 모범적인 전례로 삼아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특히 80여종의 신증약성이 대부분 식용 가능한 재료에 할애되었음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일찍이 지창영은 그의 논문(2003)에서 「동의보감」은 편제가 우수하고 내용이 충실하여 「제중신편」이 편찬될 무렵에도 의원들이나 식자층들로부터 상당히 폭넓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강명길이 지은 발문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서 중에 오직 許浚의 「동의보감」만이 상세함을 고루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문장이 혹은 번쇄하여 군더더기가 많고, 혹간 말이 重疊되거나, 간혹 병증 가운데 빠트린 것이 있으며, 처방 가운데 쓸만한 것이 빠져서 기재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황제내경」에서 󰡐그 요점을 아는 자는 한 마디말로 써 다함이 있지만 요점을 알지 못하는 자는 이러 저리 흩어져 그침이 없다(‘知其要者, 一言而終, 不知其要者, 流散無窮󰡑)고 말하지 않았는가? 너는 널리 醫方書를 가져다가 번잡한 것을 없애고, 그 요점을 취하여서 별도로 하나의 方書를 만들라󰡓고 명하였다.

위의 내용은 정조임금이 직접 언급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에 「동의보감」이 내용이 상세하여 많은 내용이 골고루 갖춰져 있기에 널리 읽혀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정조가 지적하고 싶었던 점은 다만, 「동의보감」이 내용상으로는 「黃帝內經」으로부터 明代에 이르기까지 의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지만, 유용한 처방 혹은 중요한 증상 가운데 빠진 부분이 있고, 문장이 중복된 부분도 많아서 이용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질병 양상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처방들을 보강하여 새로운 임상 의서를 편찬하고자 한 것은 시대적 필요성에 부응코자한 것이라 하겠다.

정조의 이러한 생각은 조선후기에 출간된 의서들에 그대로 표출된다. 「醫門寶鑑」,「廣濟秘笈」,「醫宗損益」등의 의서들이 모두 여전히 「동의보감」을 가장 중요한 '인용의서'로 채택하고 있음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 의학에서는 이 책을 통해 임상에서의 활용도가 한층 더 확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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