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작은 약속-작은 잘못, 이것부터 지키고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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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작은 약속-작은 잘못, 이것부터 지키고 바로잡자
  • 승인 2014.08.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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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얼마 전 28개월 된 아들이 밤에도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집을 찾아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한 지 1년 만에 또 이사를 하는 지라 이번에는 인테리어도 거의 하지 않은 채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는데 화장실과 주방은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공사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역시나 공사 업자들은 큰 공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로 문제를 일으켰다.

화장실 공사를 맡았던 사장은 함께 보면서 타일 공사를 해주기로 했던 부분을 원래와 다르게 시공해놓고 자신은 처음에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고 주방공사를 맡았던 담당자는 부가세 포함 견적으로 합의를 해놓고서는 부가세를 더 내거나 연말까지 기다려야 세금 계산서를 내어 주겠다고 하였다. 결국은 모두 바로 잡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사를 직접 관찰하였던 아내와 부친이 고생을 한 결과이다.

모든 시공업자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유독 인테리어와 관련된 여러 시공업자들은 거짓말과 약속미루기, 적반하장 식 책임전가 하기의 전략이 몸에 밴 듯하다. 그래서 상대가 지치면 좋은 거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해주는 거고.

우리나라의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원칙과 소명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이런 자잘한 잘못들이 왜 평범한 일상이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는 ‘남들도 하고 나도 그렇게 당해왔는데 뭐’라는 인식이 있다. 일을 배우면서 또 다른 업자 혹은 고객에게 이런 일을 당하다 보니 이렇게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 ‘사회화’라고 스스로 합리화 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자기의 인생과 직업에 원칙과 소명의식(프로의식)이 없어서이다. ‘내가 밥을 먹고 내 가족이 생활을 하는 원천인 ’돈‘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나의 고객이 만족감을 느끼는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휴가 때마다 외국에 여행을 가보면 그 나라의 수준은 경제력이나 국방력과 같은 것에 있지 않고 ‘준법정신과 공중도덕’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경제가 발전한 국가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준법정신과 공중도덕이 국가의 발전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 된 국가들은 하나같이 공중도덕과 준법정신이 매우 투철했다. 공중도덕과 준법정신은 국민 서로서로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무언의 약속이다. 처음에는 나의 편리를 위해 깨고 싶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어느새 보편화가 되어 서로 절대 깨지 않는 약속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준법정신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한 듯하다.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불우한 가정이 아니라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왕따의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경쟁이 낳은 안타까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남에게 어느 정도 고통을 주더라도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작은 법규 위반이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남도 나에게 잘못하니 나도 다른 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다 해도 이것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지 나의 잘못이 아니다’ 등 이런 생각이 어린 학생들에게서부터 자리 잡고 있으니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사회 적응을 잘 한다’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융통성이 좋다’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사용되는데 이 말이 잘못 해석되어 원칙을 꼭 지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으로 퍼져나간 듯하다. ‘원칙주의자’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의식 속에 어느 정도의 원칙과 약속위반은 용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필자에게는 인생의 원칙이 있다. 첫째 ‘모든 업(業)은 쌓이고 그 잘못은 나에게 혹은 나의 자손들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다. 현재 잘못이 많은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듯 보여도 남에게 상처를 주고 악덕을 쌓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 화가 본인 혹은 자손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둘째, 큰 잘못은 반드시 작은 잘못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지금 학생들 중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런 작은 잘못에서부터 큰 잘못은 출발한다. 그래서 작은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작은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과는 일이나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 셋째, 직업은 비록 힘이 드는 일이라도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일을 통해 상대가 기분이 좋고 만족해야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돈을 받는 자(者)가 가져야 할 소명의식이 아닐까?

윗물은 아래로 흐른다. 뉴스에서 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죄를 범하는 뉴스를 접하며 살다보니 국민들도 도덕과 법에 자기만의 융통성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갑갑해보여도 원칙이 지켜져서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북유럽이나 캐나다처럼 뉴스 소재가 없어서 고민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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