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금침혈, 선인의 지혜인가 막연한 두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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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금침혈, 선인의 지혜인가 막연한 두려움인가
  • 승인 2014.08.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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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동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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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123>

[출처] 1)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do they exist? da Silva AV et al. Acupunct Med. 2011 Jun;29(2):135-6
2)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historical wisdom? Betts D et al. Acupunct Med. 2011 Jun;29(2):137-9
3)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no plausible mechanism for risk. Cummings M. Acupunct Med. 2011 Jun;29(2):140-2


[개요] 최근 경희대학교에서 박지민, 손영주, 이향숙 연구팀에 의해 임신 중 침치료가 안전하다는 체계적 문헌고찰이 Acupuncture in Medicine 저널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산모를 침치료 할 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으며 임신금침혈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동안 연구동향팀 기사는 주로 임상연구/실험연구 위주로 소개를 했는데 이번에는 ‘임신금침혈’이라는 주제의 매커니즘 및 문헌고찰에 관련된 debate(Acupuncture in Medicine, 2011)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review도 아닌 1~2명 저자에 의한 debate 수준의 문헌들이기 때문에 임상에 이용할 때는 참고하는 수준으로 활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논문 내용] (1번)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do they exist?
이 Debate의 저자들은 브라질에서 임산부들에게 침치료를 하고 여러 학회에 발표해 왔으나 동료들에게 ‘임신중 침치료가 안전한가?’ 에 대해 여러차례 격렬한 항의를 받아왔습니다. 임신금침혈 개념은 한의고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이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개념이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현대의 문헌에서는 합곡, 삼음교, 곤륜, 지음, 하복부나 요추부의 경혈 등이 임신 3개월이 되기 전에는 위험하고 배꼽 주변의 혈위는 임신 3개월 이내에만 자침하도록 서술한 서적(Auteroche et al, Maciocia)도 있으며, Dale, Worsley등은 그 외에도CV 2,3,4,5,6,7; GB 2,9,21,34; GV 3,4,5,6,7; KI 4,7; LI 2,4,10; SP 1,2,6; ST 4,12,24,25,36,45; BL 60,67 등 많은 경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런 혈위들이 왜 유산을 유발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조산을 막기 위해 금침혈로 알려진 공손혈을 사용했거나, 분만지연 환자의 자궁수축을 유도하기 위해 삼음교, 태충 등의 혈위를 사용한 경우, 실험연구에서 옥시토신으로 유발된 조기분만을 억제하는 결과, Rat을 임신 4~20일 기간에 하루 6시간 동안 전기 자극을 했으나 부작용이 없었던 결과 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2번)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historical wisdom?
<문헌검토> 고전에서는 임신 중 발생하는 증상에 대한 치료보다는 분만을 위한 침치료에 대한 기술이 훨씬 많습니다. 합곡, 삼음교, 견정, 차료, 곤륜, 지음혈 등이 분만통이나 난산에 활용되어 왔으며 효과가 강력한 만큼, 위험도 수반되므로 분만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기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대의 婦科心法要訣 같은 책에는 임신 중 관리 수단으로 한약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를 참고하면 왜 현대의 문헌에서 임신 중 침치료가 분만을 촉진한다거나, 복부의 경혈은 금침혈이라는 서술을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서적의 금침혈에는 명확한 문헌적 근거가 없는 경우도 많으며 화타협척혈이나 열결, 조해 등의 혈위는 분만 촉진과 명확한 연관관계가 없음에도 임신금침혈로 서술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런 혈위의 취혈은 시술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리학적 측면> (3)번 논문의 생리학적 측면 참고

<최근의 연구> Smith.C 등의 연구에 의하면(2009, Acupunct Med) 임신 중 침치료로 인한 치명적 부작용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지만 임신금침혈로 분류된 혈위는 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임신 초기의 오심구토에 대한 침치료 연구들은 임신금침혈들을 피했습니다. 골반통에 합곡, 차료, 곤륜혈, 흉통에 합곡혈이 사용되었으나 임신 12~36주 사이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중국의 연구에서 침에 의한 유산시도 성공률이 임신초기에 75.46%, 중기에 30.9%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이며 같은 치료방법도 임신주수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재태 15~23주차 산모 7명에게 합곡과 삼음교로 유도분만을 시도했던 보고에서 결국 서양의학적 개입이 필요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자궁수축이 시작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치통을 합곡으로 치료했던 연구에서 치료가 있었던 날 밤 자궁수축을 나타내서 치료를 중단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비록 분만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지만 산모가 걱정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Discussion> 최근 임신금침혈로 분류된 것 중에서는 고전적 문헌근거를 가지지 않은 것들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debate의 저자들은 합곡, 삼음교, 견정, 차료, 곤륜, 지음 등의 혈은 문헌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분만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임신주수에 따라 서로 다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이 혈위들은 루틴하게 치료에 이용하기보다는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복부의 혈위 등을 자침할 때에는 일반 환자와는 다른 자침, 수기법을 이용해야 합니다. 일부 연구에서 합곡, 차료, 곤륜 등의 혈자리를 임산부의 요통이나 흉통에 사용했지만 이는 12~36주 사이의 산모이며 대상환자 수가 적었기 때문에 이 혈자리들이 임산부에게 루틴하게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결론내서는 안됩니다.

<결론>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까지 합곡, 삼음교, 견정, 차료, 관원, 곤륜, 지음 등의 혈자리는 주의 깊게 사용되어야 하며 특히 임신 초기나 임신 말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번) ‘Forbidden points’ in pregnancy: no plausible mechanism for risk.
부작용의 발생률은 전향적 연구에서만 조사 가능하며, 임산부 침치료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적습니다. 게다가 ‘임신금침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임상의들이 그 혈위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므로 더욱 연구하기가 어렵습니다. Guerreiro da Silva 등은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재태기간 동안 임신금침혈의 부작용에 대해서 찾아낼 수 없었으며 최근의 rat을 이용한 실험연구에서도 합곡, 삼음교 그리고 Sacral point들이 위험이 없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임산부 침치료는 생리학적 측면에서 3가지 위험성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생리학적 측면> 1) 임신초기에 배아는 low oxygen 환경이 발달에 적합하고 10~12주가 지나서야 high-level oxygen을 필요로 하는데 침치료가 임신 초기에 산소공급을 늘려서 배아발육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요?

임신 초기에 전침자극은 자궁의 혈류를 증가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소공급 자체가 많아져서 태아의 성장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게 될까요? 7~10주차에 배아의 산소분압은 태반의 spiral artery에 존재하는 영양막에 의해 조절되고 양수에는 산소운반체가 없기 때문에 자궁으로의 산소공급이 늘어나더라도 그것이 배아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을 추정됩니다.  

2) 임신을 유지시키려면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하며 초반에는 황체에서 생산되고 4개월 정도가 되면 태반에서 직접 생산을 합니다. 침치료가 임신 12주 이전에 프로게스테론 레벨에 영향을 미쳐 임신유지를 방해할 수도 있을까요?

임신초기에 황체에서 생성되는 프로게스테론은 영양막의 βhCG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침치료가 호르몬 분비에 조절을 미치는 기전은 시상하부 - 뇌하수체를 통해 조절됩니다. 침치료로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다는 보고는 있지만 임상적 연관성은 불분명하며, Gonadotrophin-releasing hormone 수치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저하를 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Pubmed 검색결과 침이 프로게스테론 레벨을 줄인다는 연구는 없으며 대부분의 연구는 호르몬 수치에 효과가 없거나 수치를 정상화시킨다는 보고들입니다.

3) 임신 말기에는 옥시토신 레벨이 높아지고 자궁 수축을 빈번히 하게 되는데 임신말기의 침치료는 중기 때와 달리 옥시토신 레벨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임신 초기 10~12주까지와 마지막 4주에는 침치료가 자궁으로의 혈류량을 늘리고,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키며 자궁의 수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지는 않을까요?

최근의 체계적 문헌고찰의 결과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3건의 RCT에서도 침치료가 조산을 유도하지 않았으며, 60명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시리즈에서도 조산은 억제하고 정상분만은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한 7명의 산모에게 임신중기에 침을 통해 유산을 시도했을 때 자궁수축은 관찰되었으나 결국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투여를 필요로 했던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침치료가 자궁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산모에게 해롭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필진 의견] 3개의 문헌들은 debate이고 저자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기사를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840호(2012/02/09) 연구동향팀 기사에 ‘임신금침혈은 임상적 의의가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침시술을 통해 분만촉진을 할 수 없었던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과연 임신금침혈이 임상적 의의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 debate는 임신금침혈이 존재하는지 고전문헌, 생리학적 기전, 현대의 임상/실험연구를 통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치료효과가 불명확한 치료법은 주의 깊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지만 산모들이 불편해 하는 많은 증상은 현대의학으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단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따라서 해롭다는 임상적 근거나 이론적 설명 없이 치료법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산모들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2)번 저자의 생리학적 위험성에 대한 주장에 대해 (3)번 저자는 안전하다는 반박과 함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임상의의 정확한 진단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번에는 위에서 언급한 임신 중 침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debate와 더불어 임상에서 산모 침치료 안전성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링크]1)http://www.ncbi.nlm.nih.gov/ pubmed/21422007, 2)http://www.ncbi. nlm.nih.gov/pubmed/ 21444295, 3)http://www. ncbi.nlm.nih.gov/pubmed/ 21617035

※8월 참여필진 : 김도윤, 이지영, 임정태
연구동향팀 필진을 모집합니다. 특히 일본어나 중국어 가능하신 분, 연구자, 전공의, 전문의 선생님의 참여 기다립니다. 기사에 대한 문의, 요청하고 싶은 주제는 editor@mjmedi.co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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