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6] 山水간에 펼쳐든 玉片遺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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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6] 山水간에 펼쳐든 玉片遺稿
  • 승인 2014.08.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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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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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今良方集」
오랜 만에 연락을 받고 대학에서 퇴임하신 후 瑞草洞서 山水遊覽을 즐기시는 김병운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여전히 환자진료에 손을 놓지 않고 계시지만 진료실안 묵향 그윽한 서화 속에 파묻혀 지내신다. 겸재가 화폭에 담은 인수봉이 곁에 있으니 산수간이 따로 있으랴! 학창시절부터 용비를 아껴 모았다는 고서더미를 광주리에 한가득 담아 내오신다. 어느 것인들 평생에 걸쳐 갈고닦은 임상경험이 녹아있는 希書奇方임에 틀림없지만 그중에서도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이 ‘鳳岡 田光玉先生 遺稿’라고 적힌 서책이다.
◇「고금양방집」

마분지를 잘라 표지를 삼고 갱지에 괘선을 그린 다음, 펜글씨로 또박또박 옮겨 쓴 모양새가 여간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표지에는 ‘古今良方集/經驗方’이라는 서명이 붓글씨로 적혀 있다. 제목 아래엔 또 작은 글씨로 ‘仁川漢醫師學術硏究會提供’이라고 쓰여 있어 이 내용이 인천지역에서 이루어진 한의사들의 학술집담회에서 공개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 첫머리에도 역시 ‘遺稿 古今良方集’이란 서명이 적혀 있고 그 아래 서문이 붙어 있다. 門下生이라고 밝힌 金商一의 서문에는 “自少至老로 濟人之方을 閱覺則古之秘와 而今之驗이 汗牛充棟者也라”라고 전제하고 이어 “大半淺價易得之品과 庭畔路過에 易採之物則雖黔黯之貧寒이라도 倉庫之急에 在此慮온니 此非施術之仁耶아”라고 하여 하찮은 약재라도 미리 구비하여 두지 않으면 창졸간에 필요할 때에 닥쳐 구해서는 병을 막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에 저자는 “然則至於此書하여 何以歸於休紙乎아! 余亦門人으로 模範鳳岡先生之志하여 廣濟後人之心이 思日歿歿하여 勵而發刊하고 名曰古今良方集이라하니 惟願有志君子는 誠之誠之를 幸希耳”라고 간행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서문에 작성 시기를 ‘歲在甲戌下元端午日’이라 밝혔으니 1934년경 봄으로 여겨진다.
목차를 살펴보니 풍한서습조화 六淫門으로부터 淋病, 痰門, 내상문, 반위문, 허로문 등 잡병문이 이어진다. 또한 학질, 사수 다음에 다시 신형문, 정문, 신문, 몽문, 혈문, 성음문, 진액문 등 내경편이 이어지고 소변, 대변 다음에 다시 頭部, 모발, 면부, 안부, 이부로부터 전음, 후음까지 외형편의 門目이 이어진다. 이어서 옹저, 제창, 구급, 해독, 刺鯁, 腋下狐臭까지 잡방문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부인문의 여러 병증문목과 소아문의 제반 병론이 들어 있어 가히 임상전서의 체제를 구비하고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문을 들여다보니 장수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여기저길 뒤적여보니 10장이 채 못 되는 본문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등사자의 필기가 남아 있다. “본 古今良方集은 中斷되여 不得已 中止함.”
어쩌다 강의가 중단되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저기 뒤적여보니 고금역대 명저에 수록된 갖가지 단방기방들이 조목조목 발췌되어 있고 각각의 끄트머리에는 출전이 일일이 밝혀져 있다. 그중에는 고전의방서 말고도 경험방이나 廣濟秘要, 東醫方, 實驗方 등 조선의 경험방들이 다수 채록되어 있다.

특히나 출전이 ‘鳳岡’으로 밝혀져 있는 곳도 여러 곳 눈에 띠는 것으로 보아 전광옥선생의 임상경험방들이 채록된 것이 분명하다. 특히 본문 초입에는 “東方藥界 4292년 10월호에서 轉載”라고 밝혀져 있어 이 원고본이 당시에 간행된 한방잡지에 연재된 글에서 발췌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래 1950년대까지 선생이 남기신 경험방들이 한의계에 두루 회자되고 있었던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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