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3] 떠돌이 의사의 救生萬方 외과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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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3] 떠돌이 의사의 救生萬方 외과수첩
  • 승인 2014.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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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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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門八穴受鍼法」
오늘은 특별한 책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책 이름은 ‘奇門八穴受鍼法’으로 되어 있지만 작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가지 잡다한 내용을 적어놓았기에 겉표지에 적힌 서명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보인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절첩본으로 가로 7cm, 세로 12cm 가량의 크기이며, 앞뒤 표지가 모두 헐고 닳아빠진 모습이 어지간히 아끼고 자주 사용한 모양새이다.

보통의 線裝本 한적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 글씨를 한쪽 면에만 기재하고 오른 편을 실끈으로 묶어 장정하기에 속으로 접혀 들어간 안쪽 면은 흔히 사용하지 않는다. 간혹 책의 수명이 다했을 때, 가운데를 터서 이면에 글자를 적어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절첩본은 애초에 주름처럼 여러 번 접어 사용하며, 앞면을 연속으로 이어 끈 묶음이 없기에 책장을 넘길 필요 없이 아코디언처럼 주름을 늘리거나 두 손을 이용해 재빠르게 필요한 부분을 젖혀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또 다른 특점은 앞면이 다 되었거나 앞쪽과 다른 내용을 뒷면에 연속하여 기재함으로써 서로 연관된 두 가지 혹은 서로 다른 내용을 앞뒤로 적어 손쉽게 응용하여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문팔혈수침법」

이런 측면에서 절첩본 의서류들은 대개 여행할 때에나 왕진을 떠날 때, 참고용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그 기재 내용 또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상습병이나 다급한 질병에 응용할 수 있는 약방 혹은 침구방을 적어 두는 것이 상례이다. 보통은 일반 의서에서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는 기본적인 내용만 채록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용상 학술가치가 크진 않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의원들이 구사하지 않는 특이처방이나 비방류 약처방들이 기재되어 있기도 한다.

본서는 앞뒤 표지를 제외하고 본문만 34장으로 각각 68면에 이르며, 한쪽에는 약방이 기록되어 있고 뒤쪽에는 침구치법이 상세하다. 하지만 본문을 모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아 계획적으로 기재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경험을 차차 기록해 나갔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래서 이것을 기록한 의원은 나름대로 자신의 포부를 담은 가부를 권미에 본문이 끝난 다음 장에 남겼다. “救生萬方摠留此中, 治療百病皆在那間.”

기재된 처방들을 일견해 보면 대부분이 종기나 나력, 창양, 종독에 쓰이는 외과치료처방들이다. 예컨대 여러 종기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保命丹을 위시하여 拔根膏, 生新散, 龍積散, 延壽丹, 去惡生肌散, 萬仁膏, 千金不易丹, 生肌散, 合瘡散, 膩粉丸, 淸咽至聖丸, 硼龍散, 淸咽唅化丸, 喉鼻瘡方, 烏玉散, 萬病丸, 加味白石硫黃散, 白龍丸 등의 여러 가지 외과방이 들어 있다. 이외에도 拔根法, 薰鼻法, 疥瘡方, 丹毒針法, 小兒口疳, 小兒別腹, 毁拔法, 陰瘡 치료법 등 주로 임상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난치성 외과질환이나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구급법들 위주로 나열되어 있다.

반대편 영귀팔혈법 편에는 奇經八穴法의 유래와 癎疾鍼法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倭方龍射丹이란 처방이 나와 있는데, 그 유래가 왜국인으로부터 입수된 것으로 보여 흥미를 자아낸다. 이것 말고도 腫藥方과 여러 단계별로 쓰이는 發癎丸 처방이 6차까지 기록되어 있어 다양한 용약법을 구사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또 無名惡瘡을 다스리는 拔核散도 기재되어 있어, 역시 이 필사본의서의 작성자는 외과질환 치료에 능숙한 외치 전문 의원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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