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1] 火魔 속에서 건져낸 宮中秘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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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1] 火魔 속에서 건져낸 宮中秘法
  • 승인 2014.07.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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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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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命秘方」①
표제에 「生命秘方」이라 이름붙인 이 책은 빛바랜 한지에 모필 묵서로 써내려간 전통방식의 필사본으로 표지에는 ‘隨聞隨記神效方’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것으로 보아 작성자는 그때그때 자신이 보고 들은 여러 가지 신기하게 효험이 높은 비법들은 잘 적어두어 훗날 뜻밖에 닥칠지도 모르는 환난병고에 유용하게 사용할 작정으로 장만한 것일 것이다.
◇「생명비방」

원작에는 서문이나 발문이 없어 지은이를 확정하긴 어려우나 표지 전면에 ‘曙町 金郁烈’이란 아호와 이름자가 본문과 유사한 필체로 적혀져 있어 그가 바로 실제 작성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에 대한 자세한 인적사항은 더 이상 알려진 바가 없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 필사본은 표지와 본문의 상단부 일부가 불에 타고 그을린 상태인데다가 그 중 일부는 박락이 진행되어 부슬부슬 부서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다행히도 본문만큼은 비교적 완정한 형편이라 내용을 살펴보는 데는 아직 큰 지장이 없다.

표지에 적힌 書題가 예서체로 단정할 뿐만 아니라 본문의 필치도 정갈하여 보기에 좋다. 표지 이면에는 隆慶3년(1569)에 “宣祖大王朝服後, 咳嗽永差之仙方也”라는 구절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말 앞에는 7언으로 된 方劑歌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一兩淸油二兩蜜, 丰兩生薑搗取汁, 紫莞麻黃兼杏仁, 細辛乾薑又添入, 訶子藁本各二錢, 人蔘貝母入五錢, 款冬三子隨勢量, 文武煎來如黑糖, 臨臥每服二三匙, 明朝咳嗽無蹤跡."

여러 가지 약재와 꿀과 참기름, 생강즙 등을 함께 넣고 오래 달여 엿처럼 고아서 조청을 만들고 잠자리에 2∼3숟갈씩 먹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다행이도 선조 임금은 이 약을 먹고 기가 막힌 효험을 보였던지 이튿날 아침이 밝자 해수 기침이 종적을 찾을 길 없이 깨끗이 나았다고 노래하였다.

본문은 표지에 적힌 말처럼 그때그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임의로 수록해서인지 일관된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 다만 본문에 앞서 각종 약재를 補劑, 潤劑, 寒劑, 熱劑, 燥劑, 濇劑, 消劑, 散劑, 汗劑, 功劑, 吐劑 등 효능별로 분류해 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이어 彭祖接命丸이라는 처방이 수재되어 있는데, 하수오, 복령, 토사자, 우슬, 당귀, 파고지, 복분자 등의 약재를 主材로 꿀로 환을 빚어 먼저 매 2돈쭝씩 먹이다가 7일 후부터 점차 3돈쭝씩 복용량을 늘려가며 먹는데, 精水를 더해주고 骨髓를 보하여 助元陽하며, 피부를 자윤하고 근골을 튼튼히 하며, 요슬을 다스리고 下元虛損, 오로칠상, 반신불수 등을 낫게 한다고 하였으니 보약 중에도 보약의 효과를 골고루 갖춘 셈이다.

그런데 이 처방의 설명 뒤편에는 옛적에 정순공주가 나이 37세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수태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 약을 먹은 이후에 아이를 잉태하여 연이어 두 아들을 낳았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의안이 조선의 이야기라면 여기에 등장하는 정순공주(1385∼1460)는 조선의 3대왕인 태종의 맏딸로, 어머니는 元敬王后 閔氏이다. 1399년(정종1) 領議政府事西原府院君 李居易의 아들인 사헌부감찰 李伯剛에게 출가하였다. 태종의 즉위년인 1400년 11월 태종의 즉위와 함께 정순공주에 봉해지고, 이 후 태종·세종·문종·단종·세조로부터 두루 두터운 은총을 받았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1422년 무렵의 일이라 여겨지는데, 죽을 병을 살려내거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거나 실로 인명을 살려낸 비전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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