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38] 명의 醫案 속에 숨은 사연들
상태바
[고의서산책 638] 명의 醫案 속에 숨은 사연들
  • 승인 2014.06.27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歷代名醫經驗方」②
전호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 명의경험방에는 상습질환이 아닌 奇病이나 難治症에 대한 명의들의 치험례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희한한 경험방과 치험례가 적지 않다. 그 중 몇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가려내어 살펴보기로 하자.
◇「역대명의경험방」

다음은 희한한 방법으로 상한병을 치료한 의안이다. “상한으로 병이 난 것을 다스릴 때였다. 땀을 내지 못하여 병자가 미친 듯이 하천을 따라 달렸다. 공이 나서서 물속에 내던져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금하였다가, 한참 지난 뒤에야 건져내서 두터운 이불로 감싸주었더니 땀이 나면서 풀렸다.” 아마도 이 병증은 땀으로 사기가 빠져나오지 못하여 속에서 熱鬱이 된 나머지 發狂한 것으로 물속에 오래 두어 안팎으로 한열이 상박해 있다가 조금 따듯하게 해주니 저절로 땀이 나면서 해소된 경우인가 싶다.

이것은 명의 葛乾孫의 의안으로 그는 원래 용력이 남보다 월등하고 전술과 병법에 관한 온갖 技藝에 정밀하지 않은 바가 없었다. 장성해서는 마음을 접고 책을 읽었으며, 진사시에 응시해 次席으로 선출되고 나서는 끝내 다시 응시하지 않았다. 전해지는 저술로는 「醫學啓蒙」과 「十藥神書」가 있다. 「의림촬요」 歷代醫學姓氏에는 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인물평이 실려 있다.

“힘겨루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그가 무예에 뛰어나다고 말하고, 글 읽는 선비들은 문장에 뛰어남을 말하고, 처방과 의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가 의술에 뛰어나다고 앞을 다투어 말하니, 모두가 그의 학문이 이른 경지를 보지 못한 것이다. … 무릇 사람들이 명예롭게 일컫는 것들은 모두 그가 싫다고 버리면서 부끄러워하는 일들이었으니, 당시 세상이 그를 알아보고서 등용하였다면 공덕과 업적이 어찌 적었겠는가!”

부인방에는 다음과 같은 의안이 실려 있다. “어떤 규수를 다스렸다. 월경을 거른 지가 5달이나 지나 배가 임신한 것처럼 불러왔다. 공이 진찰하고 나서 얼굴색이 잠시 희었다가 잠깐 붉어졌다 하는 것은 귀신 때문이다. 특별한 꿈을 꾼 것이 아니라면 귀신의 혼령이 깃들었을 터이라고 하면서, 이에 桃仁煎을 썼더니 돼지의 간처럼 생긴 핏덩이 5~7개 정도를 下血하고 나았다.”

이것은 하복부 어혈로 생겨난 鬼胎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험의안의 주인공은 呂復이란 의가로 그 역시 「尙書」와 「周易」을 공부하다가 어머니의 병환으로 의술에 파고든 儒醫이다. 의경을 연구하고 고금의서를 섭렵하여 많은 저술을 남겼지만 모두 일실되어 전해지는 것이 없으니 이 책에 실린 몇 가지 의안 속에서 그의 학문적 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다음과 같이 일상에서 한번쯤 마주칠 만한 얘기도 실려 있다. “한 부인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잠깐 정신이 들면 소리를 지르다가 하품을 자주하면서 다시 정신을 잃곤 했는데 肝脈이 弦數하면서도 滑하였다. 공이 이르기를 이것은 화를 낸 뒤에 억지로 술을 마신 것이라 하고 바로 가래를 삭이고 화를 내리게 하는 화제에 향부자를 더해 肝鬱을 풀었더니 바로 나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丹溪 朱震亨의 의안이다. 그는 元나라 말기 義烏 사람으로 朱子의 四傳 제자에게 배웠는데, 스승이 병석에 누워 의학공부를 권유하자 선비가 진실로 1가지 技藝에 정성을 기울여서 사물의 어짊에 미칠 수 있다면, 비록 때맞춰 벼슬을 하지 못하였더라도 오히려 벼슬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곧바로 과거를 포기하였고 오로지 의학에만 진력을 다하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