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도뇨관, 넬라톤 카테터, 그리고 할아버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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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도뇨관, 넬라톤 카테터, 그리고 할아버지 ①
  • 승인 2014.05.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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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이선행

mjmedi@http://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이 선 행
마스터리의 전공의 생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 전임의http://blog.naver.com/civil011
산불은 여러가지 피해를 남기기 때문에 빨리 진화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입니다. 예로부터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 싸움구경, 사람구경’이라고 했듯이, 산불 영상을 보면 불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짜릿’한 느낌도 듭니다.

 

이러한 느낌을 유치도뇨관(foley catheter)에서도 느꼈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뒤 1일 정도 유치도뇨관을 낀 상태로 누워있었는데, 마취상태에서 끼웠기 때문에 끼울 때의 느낌은 알 수 없지만, 뽑을 때는 정신이 붙어있어서 느낌이 없다가, 요도 끝부분에서 뽑을 때 ‘찌릿’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foley catheter에서 ballooning하는 부분이 약간 두꺼운데 그 부분이 요도 끝을 자극하면서 소변 보는 말미에 힘주어 배설할 때 요도가 불타오르는 듯 찌릿한 느낌 비슷한 것을 받았습니다.

foley catheter를 처음 접한 것은 학생 시절 신계내과학 교과서에서 도뇨관 삽입 장면입니다.

당시에 받은 첫 느낌은 ‘굉장히 아프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라면 성기에 공을 맞거나 싸우다가 맞는 등 타격을 입었을 때의 고충을 알 것입니다. 그 정도로 외부 자극에 민감한 부위에 관을 삽입한다는 것은 엄청난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음경의 발기 상태와 아닌 상태의 신축성을 고려해보면 윤활제를 충분히 잘 바를 경우 그 정도의 관은 큰 무리 없이 삽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큰 자극 없이 관이 삽입되구요.

foley catheter는 움직여서 소변을 보기 힘든 경우 중 잔뇨 체크가 필요 없는 경우에 배뇨를 돕습니다. 배뇨기능에 장애가 온 중풍환자들은 대부분 끼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유치해 놓거나 관리가 잘 안 될 경우에 요로감염이나 협착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잔뇨량 등의 배뇨 능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배뇨시마다 nelaton catheter(1회용 foley catheter라 보시면 됩니다. 관이 더 얇고 고정에 필요한 ballooning 부분이 없습니다)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nelaton catheter는 남자 환자의 경우 매번 인턴이 가서 연락이 올 때마다 소변을 뽑아야 해서 인턴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불편합니다. 여자 환자의 경우에는 요도가 짧기도 하고 남자 인턴에게서 수치심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 간호사들이 foley나 nelaton catheter를 시행합니다.

처음으로 foley catheter 삽입하는 것을 본 것은 인턴 근무 셋째 날 저녁에 레지던트가 암환자에게 시행할 때입니다. 당시 아무도 해보지 않아서 손을 놓고 보고만 있었는데, 레지던트가 도뇨관을 삽입하다가 잘 들어가지 않아서 관경이 더 얇은 것을 가져오라고 한 뒤 삽입 후 식염수를 넣어 ballooning 고정하고 살짝 당겨서 고정을 확인했습니다.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았으나, 잘 안 들어갈 경우에는 당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foley catheter는 배뇨뿐만 아니라 방광세척(bladder irrigation)에도 사용합니다. 발열의 원인이 방광의 염증으로 생각되었는지 당직이던 어느 날 저녁에 “xx 환자분 bladder irrigation 해주세요”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순히 식염수를 큰 멸균그릇에 모두 따른 뒤 주사기를 이용해 foley catheter의 urine bag과 연결되지 않은 구멍으로 넣었다가 다시 뽑아내서 식염수통에 넣는 것이었습니다(I/O를 체크하는 경우 들어간 수액량과 나온 수액량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바로 버리지 않고 모아놓습니다). 설명을 듣고 바로 시행했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여자 환자라 foley catheter는 간호사가 끼워둔 상태고, 저는 식염수 세척만 하면 되었습니다. 초반에 뽑은 것은 노란 소변색이 완연했으나, 나중으로 갈수록 식염수에 가까운 투명한 색이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발열로 고생하는 중풍 환자가 bladder irrigation 후에 체온이 1~2도 가까이 떨어져 미열 상태로 호전되는 것이었습니다. 중풍 환자에게 通便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nelaton catheter는 foley catheter와 비슷하게 사용하지만 도뇨관 삽입 후 유치시키지는 않고 요검체 획득, 배뇨 혹은 잔뇨 체크 등 원하는 목적 달성 후 바로 제거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희 한방병원의 경우 여성에게 도뇨관은 여간호사가 시행하기 때문에 인턴 때의 기억으로는 모두 할아버지들과 관련된 기억만 있습니다.

■ 요검체 획득
중풍 환자 첫 입원시 여러가지 실험실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요검사입니다. 뇌졸중이 가볍게 온 경우에는 환자에게 소변볼 때 중간뇨를 받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지만, 배뇨기능에 장애가 오거나 요도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방광 내의 소변을 검사하기 위해 nelaton catheter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중풍 턴을 돌던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처럼 노티표를 수정하고 있는데 어제 입원한 중풍 환자의 검사 처방이 뜬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볍게 경색이 온 환자라서 Mental이나 운동 기능이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은 할아버지였는데, 요검체를 nelaton을 사용해서 받으라는 처방이 있었습니다. 아침 rounding 때 할아버지에게 가서 오염이 되지 않은 소변을 채취하기 위해서 관을 사용해서 소변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경색이 왔지만 심하지 않아서 건강인에 가까운 할아버지는 옆에 할머니도 있어서인지 살짝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면서 그냥 자기가 받아서 주겠다고 거부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그냥 중간뇨를 받아달라고 하고 나중에 주치의에게 알리면 될 정도의 일인데,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합이 바짝 든 상황이라서 환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마 아침 7시쯤 되는 상황이었는데 주치의 선생님은 그 정도는 선생님이 알아서 하라고 했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아침 일찍 전화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쁜 상황이기도 했고 결국에는 중간뇨를 받아서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Routine 요검사 방법이 nelaton이기 때문에 환자가 극구 반대하면 인턴 재량으로 중간뇨를 얻어서 검사를 할 수도 있다는 융통성이 필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오염된 뇨가 받아진다면 재검 때는 반드시 nelaton catheter를 사용해야겠죠.

■ 배뇨
foley catheter를 사용하기 힘든 환자에게서 배뇨의 목적으로 nelaton을 사용하는 경우는 6시간이나 8시간 간격(1일 3~4회)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낮에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되는데 자정에 nelaton을 시행한 후 오전 6시에 일어나서 nelaton을 해야 하는 것 때문에 수면량 부족으로 매우 피곤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인턴 일이 익숙해진 후에는 적절히 시간을 조절해서 자정 nelaton-오전 6시 nelaton은 저녁 10시 nelaton-오전 6시 nelaton이나 저녁 11시 nelaton-오전 7시 nelaton으로 임의로 바꿔서 시행하는 인턴도 있었지만, 저는 그냥 자정-오전 6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6시간 또는 8시간 CIC(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tion)에 관해서는 2명의 할아버지가 떠오릅니다.

한 명의 할아버지는 경색으로 배뇨장애가 왔지만 C. difficile 감염 때문인지 foley catheter보다는 좀 더 청결한 관리가 가능한 CIC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nelaton을 사용할 때는 관을 삽입한 후 하복부를 눌러서 방광이 완전히 비도록 해야 하는데, 무기력하게 CIC를 받기만 하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CIC를 받을 때 마비가 되지 않은 오른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기 하복부에 올렸고 힘을 다해 배를 눌렀습니다. 옆의 간병인과 저는 잘 하고 계시다고 격려해드렸습니다. 배뇨가 완료된 후 도뇨관을 뽑기 전 확인 차원에서 제가 힘을 다해 배를 눌러봤는데 방광은 깨끗하게 빈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의 만족스러운 얼굴은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배뇨를 해결해야 하며 긴 입원 생활에 지쳐갈 무렵에 자신의 힘으로 배뇨를 했다는 성취감을 느껴서 그런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나긴 턴 중의 수많은 CIC 동안 그런 적은 1번뿐이었는데, 필자의 경우에도 중풍 환자가 스스로 nelaton의 과정에 참여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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