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31] 평소에 익혀 두어야할 위급대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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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31] 평소에 익혀 두어야할 위급대비책
  • 승인 2014.05.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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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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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救護手帖」①
국가재난 사태로 이어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인한 참사가 미처 수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지라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런 책에 눈길이 꽂힌다. 핸드북 형태의 작은 휴대용 응급구조 매뉴얼인 셈인데, 저자 서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救護第一線」과 1947년에 나온「조선소년단교본」, 그리고 1948년 발행한「응급구호법」을 토대로 새로 엮어낸 소책자이다.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만들어진 시점이 광복 이후 아직 대한민국정부가 정식 수립되기 이전인 과도정부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척 어렵게 펴냈을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또 하나 일제치하 왜곡된 역사교육으로 인한 조선인 비하의식에서 벗어나고자 민족자존과 위생계몽 사상이 곁들여진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구호수첩」

첫머리에 간단한 추천사가 붙어 있는데, 1948년 남조선과도정부 보건후생부장 李容卨(1895∼1993)의 추천장에는 ‘현규환 지음/구호수첩’, “右書冊은 現下朝鮮一般大衆의 衛生思想啓發에 가장 必要한 書冊으로 認定하고 玆에 推薦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용설은 평양 출신의 의학자로 1919년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였다. 북경 協和大學병원에 근무하던 중, 독립지사 安昌浩를 만나 그의 사상에 감명을 받아 1924년 흥사단에 입단하였으며, 이후 일생동안 흥사단운동에 헌신하였다. 제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세브란스대학병원장을 위시하여 대한나협회장, 대한병원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사회봉사 활동을 펼쳤다.

또 吳天錫(1901∼1987)의 추전장도 함께 실었는데, 그는 교육학자로 1932년부터 보성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족교육에 힘썼으나 일제 탄압으로 중국 상해로 피신하였다. 광복과 함께 귀국하여 미 군정청 문교부 차장·부장(1945∼1948)을 역임하면서 와해된 한국교육을 재정립하는데 힘썼다. 특히 교육위원회를 조직하여 弘益人間의 교육목적을 설정하고, 6·3·3·4학제 제정, 국립서울대학교 창설 등을 주도하였고, 민주주의와 아동존중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새교육운동을 추진하였다. 이후 대한교육연합회장, 한국교육학회장, 제2공화국 문교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교육대학 신설, 향토학교운동 등을 통하여 교육민주화를 추진하였다.

본문에 앞서 ‘구호제일선’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박스 처리하여 강조한 표어에는 “위급하다고 덤비지 말라/ 똑 바른 판단을 내리고/ 재빠르게 차근차근히/ 깨끗하게 처리하라”(이하 표준어표기)고 쓰여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구호가 막상 다급한 상황에서는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어 지은이의 머리말에는 “우리는 일생을 통하여 개인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비상시기를 많이 당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위생사상이 너무나 박약하여 구호에 대한 지식조차 부족해서 뜻 아닌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다. 이것이 적게는 개인과 가정에 크게는 국가사회에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왔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응급구호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이어 그는 “이 책은 이러한 의미에서 보통사람으로서도 꼭 알아두어야 할 응급처치 방법과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이라도 능히 실행할 수 있는 쉬운 의료기술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이러한 지식을 평상시에 상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바라는 바이며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이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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