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 추문에서 교훈을 얻어라
상태바
성형외과 의사 추문에서 교훈을 얻어라
  • 승인 2014.04.24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종주

안종주

mjmedi@http://


안종주의 일침(一針)
안 종 주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진을 할 수도 있고 수술이나 시술하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 나쁘게 하거나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의료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병원 등 조직이나 기관 차원에서도 관리나 제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는 덜 일어나도록 조치를 한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때가 있다.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성형외과의사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나라 성형외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실태를 고백했다. 그 고백 내용을 보면 정말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동료의사들은 물론이고 언론을 포함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여기에는 단지 겉만 예뻐지려고 하는 한국 사회의 욕망을 고발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미모가 곧 성공과 돈이라는 생각에 너도 나도 앞 다퉈 성형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의 사회 풍조 탓도 있겠지만 의사들(여기에는 한의사도 당연히 포함된다. 한의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방성형이란 이름으로 유방성형, 얼굴성형 등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의 부추김도 한몫하고 있다.

의사는 생명과 직결된 것만 다룰 수는 없다. 건강이나 미용 등도 당연히 다루어야 한다. 얼굴기형이나 화상 환자, 거대 가슴이나 비대칭 가슴 등 비정상적 신체 등을 지닌 사람은 분명 현대의료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모습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이는 건강한 신체와 신체 기능에도 매우 중요할 뿐더러 특히 자신감 결여나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비정상적 정신 건강을 정상으로 되돌리는데도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따라서 성형외과 의사들이 수요자, 즉 성형을 받으려는 사람(물론 대부분은 환자가 아니다)이 원하는 바, 즉 예뻐지려는 욕망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사람을 생명을 지닌 귀중한 존재라기보다는 단지 돈을 벌어다주는 존재 또는 그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일부 성형외과 병원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다닥다닥 붙은 수술실이 10여 곳 가량 있고 이곳에서 고용의사들이 마치 대표의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미인복제품을 찍어내듯 수술한다는 것이다. 가짜 대량 미인 생산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공간에서 돈에 눈먼 의사와 겉의 아름다움에 세뇌당한 현대인들이 하나가 돼 벌어진다. 의사들은 혹여 자신이 실제 수술을 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것이 탄로날까봐 마취제를 다량 사용해 환자를 잠재운다고 한다. 그러다 일이 잘못돼 목숨을 잃는 비극까지 생겨난 것이다. 아마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수술대 위에 오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코를 높이고 쌍꺼풀 수술을 하는 간단한 수술이어서 생명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했을 터이다. 돈 버는 기계가 되면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성형외과 의사들의 이번 추문에서 우리는 분명히 읽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의료의 상업화가 절정에 이르면 의료윤리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돈만 유일한 가치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와 함께 의사와 같은 전문가집단의 경우 내부 자정이나 내부고발이 없이 건강한 집단이 되는 것은 마치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도 교훈으로 남겼다. 마구잡이로 갑상선암 진단을 하고 그 결과 수술을 하는, 그래서 세계 1위의 갑상선암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대한민국에 씌워준 것도 대한민국 의사들이다. 이 또한 그 절정에 이르러서야 의사 내부에서 자성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의사들의 세계에서 최근 벌어진 두 사건, 즉 성형외과 의사 자정 선언과 갑상선암 발생세계 1위 추문을 계기로 한의계 내부를 살펴볼 시간을 가져보자. 한의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자. 자신이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계속 붙들고 있는 일은 없는지, 환자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은 없는지, 오로지 돈만 생각하고 검증되지 않은 시술과 약을 사용하며 진료비를 덤터기 씌우는 일은 하지 않았는지, 비방도 아니면서 비방을 지닌 신의(神醫)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자신은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주변 다른 동료들이 그런 짓을 하고 있지 않은지 관심을 가지자. 그리하여 만약에 하나 이와 유사한 일이 있다고 판단되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사회에 알리고 경고하자. 한의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버텨낼 수 있는 길로 가는 첫 관문은 단단하게 의료윤리로 무장하는 것이다.

<필자 약력>

서울신문 과학/의학전문기자, 한겨레신문 사회부장, 보건복지전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현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서로는 「에이즈 엑스화일」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인간복제 그 빛과 그림자」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증폭사회」 등이 있다. 현재 ‘내일신문’과 ‘프레시안’ 등에서 고정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