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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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건강하게 살 권리를 원한다
  • 승인 2014.04.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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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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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상이다
정부가 또 국민을 속였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료민영화 및 영리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야당의 의료영리화저지 특별위원회 등은 즉시 정부의 거짓말을 비난하고 나섰다. 의사들의 집단파업을 막겠다며 의사협회와 합의한 ‘선 시범 실시 후 입법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이 약속을 파기하는 데는 불과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거짓말 않는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이다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또 다른 문제는 원격진료의 또 다른 당사자인 치과의사와 한의사 등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견 청취도 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보건의료정책의 가장 중요한 대상자이며 당사자인 국민들에게는 지난 5개월의 입법예고 기간을 준 것 이외에는 어떠한 소통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이것이 전국민의 건강과 의료시스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말이다.

이미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시민을 배제한 의사협회와 정부의 의정협의를 규탄하였다. 의료영리화 정책인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건정심 구조에서 의사 몫만 챙긴 의정협의는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하였으며, 당사자인 시민을 배제한 건강보험 개편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였다. 특히 350억원 이상을 들여 3년간 시행하고도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던 시범사업을 다시 실시한다는 것은 잘못이며, 영리자법인 설립을 통해 우려되는 국민의 부담 증가 및 건강권의 훼손에 대한 논의 없이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만을 논의한 의정협의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는 일이며, 사실상의 의료민영화 정책의 피해자인 국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 옳은 이야기이다.

규제개혁으로 포장한 의료민영화 중단을
현행 의료법시행령 제20조는 의료법인 및 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은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1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안으로 41개의 규제개혁을 시행하겠다고 하였다. 이 안에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원격의료에 관한 법률은 이미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된 2013년 10월 29일 이후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포함)와 의료인간의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간의 직접 진료하는 형태로 확대하는데 차이가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법 제34조 1항에서 원격의료를 하는 자, 즉 원격지의사를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진다. 또한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인 경우에는 현지의사가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원격의료 시행에 대해 정부는 의사협회가 동의했다 하더라도 한의사협회나 치과의사협회와도 동등한 협의와 절차를 거쳐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떠하였는가? 어째서 원격의료시행 및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의사협회와 정부간의 협의기구만을 만든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는 의료인 직종간에 차별을 두고 있단 말인가?

내 목소리가 들려? 네 목소리는 안 들려
지난달 27일에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5개 보건단체가 공동성명서를 내어 원격의료, 영리자회사, 법인약국 등 의료영리화 정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선언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제2차 의정합의를 통해서 자신의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건강을 볼모로 정부와 밀실 야합하는 모습을 전 국민 앞에 보여주었다. 매우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실수라기 보다 진심을 간파 당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공공의료 강화를 원하는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잃었으니 명백히 실패이다. 정부에게 속았다고 재투쟁 하겠다고 지르는 목소리가 연대했던 동지들이나 국민들에게는 모깃소리만큼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도 국민들과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인들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 아닐까?
보건의료 5단체는 정부와 의협이 일방적으로 제안한 논의기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의료비 폭등과 의료양극화 심화, 건강보험제도 붕괴를 가져올지도 모를 의료영리화 정책을 반대하며 국민건강권을 지키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벼르게 되었으니 정부도 실패한 게 아닐까?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
의사가 환자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민간의료시장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공공의료를 강화하여 전 국민이 건강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정부이다.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 방문보건사업이나 가정간호사업 등을 확대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 의사-의료인간의 원격의료사업을 통해서도 대부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원격의료이며,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의료민영화 정책인가.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자본이 어렵게 구축해온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게 만드는 것임을 진정 모른단 말인가. 전세계에서 도시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인구밀도가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의료접근도가 낮다면 그것이 지리적 접근도의 문제이겠는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 대상으로 만들고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위협하고 의료를 왜곡시키는 나쁜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시장과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는 길을 걸어 가는 게 옳다. 의료인이 폭넓은 사회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세우는 세상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폭넓은 합의에 근거한 정책이 아쉽다.

다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성명서로 돌아가면 의협과 정부의 의정협의는 의료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국민들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의료제도가 개편되어서는 안 되고, 건정심 구조 및 건강보험의 개편은 국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상이다.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다. 아직도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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