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29]언해의서, 과학문화의 꽃으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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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29]언해의서, 과학문화의 꽃으로 피어나다
  • 승인 2014.04.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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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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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해동의보감」③
한글로 써진 「언해동의보감」은 현재 제1권, 제3권, 제5권 등 내경편에 해당하는 3책만 남아 있다. 원서 권1의 精門을 제1권으로, 神門을 제3권으로 하였고 제5권에는 내경편 夢門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첫째 권의 앞쪽에는 총목차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경편’이라고 되어 있는 목차를 살펴보면, 이 언해본 ‘경편’은 한문본과 달리 모두 9권으로 구성되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원서의 차서대로 병증문에 따라 수록하되, 언해하면서 늘어난 분량을 고려하여 원서의 권차와 별개로 구분한 것이다. 대략 한문본 30여장 정도를 1권으로 묶은 것으로 여겨진다.
◇「언해동의보감」

또 언해 방식상 중요한 특징으로 「동의보감」 원서에 없는 주석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석은 대부분 난해한 의학용어나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진 구절의 의미를 풀이한 것이다. 이 책이 주로 언문을 사용하는 부녀자 계층을 대상으로 언해하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점이다. 주석은 해당 단어나 구절 아래에 두 줄의 작은 글자로 적는 방식인데, 이른바 ‘小字雙行注’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자면 「동의보감」의 내용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글귀에 대하여 주석을 달아 부연 설명한 것으로 한글로 풀어 쓴 이 책의 편찬의도를 재삼 확인시켜준다.

「동의보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전문의학서임이 분명하지만,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비단 의학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이 단순히 의학적 내용뿐 만 아니라 과학, 역사, 철학, 사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통문화적 요소를 간직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인쇄된 출간물은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평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현재 「동의보감」의 초간본에 대한 초보적인 서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양연구원 장서각 소장본 이외에도 완질에 가까운 초간본 「동의보감」이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각처에 분산된 낙질본 10여종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미처 확인되지 않았거나 공개하지 않은 책이 더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지에 「동의보감」 완질본이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아직 초간본이 전존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아울러 앞으로「동의보감」의 간행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훈련도감, 내의원, 醫書撰集局, 校書館, 서적교인도감 등 여러 관련 기관간의 역할과 관계를 다각도로 규명하는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동의보감」과 동일한 목활자의 제작, 인쇄기술과 동일한 인쇄 방식으로 간행된 서책들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하여 인쇄기술과 의학 발전의 상관성과 학술, 문화상의 기여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언해본 「동의보감」은 한문본과 함께 우리 민족이 가꾸고 이룩해낸 훌륭한 의약문화상의 위업으로 한글창제 이후 우리의 언어와 문자가 역사시대에 의약기술의 발전에 얼마나 크나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앞으로 이번에 발견된 한글 「동의보감」과 함께 허준 시대에 직접 언해가 진행된 「구급방」, 「두창집요」, 「태산집요」, 「납약증치방」 등의 언해의서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동의보감사업단에서 새로 증보하여 펴내는 「허준의학전서」에는 원문과 해제, 국역이 모두 함께 수록되어 있어 언해의서 연구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상우/ 한국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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