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27> - 「언해동의보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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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27> - 「언해동의보감」①
  • 승인 2014.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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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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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체로 선보이는 美本 동의보감

2009년 7월 31일 바하마 제도에 위치한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영국의 마그나카르타, 네덜란드의 안네 프랑크 일기와 함께 한국의 「동의보감」이 세계유산에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기록물로는 훈민정음,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등에 이어 7번째로 등재된 것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의미 깊은 일은 전서의 체제를 갖춘 전문의학서로는 세계 최초라는 점이다.

「동의보감」은 기록유산 등재 이전에 이미 보물 1085호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세계기록유산에 선정된 것은 간행 당시 史庫에 內賜했던 것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는 완질의 초간본 2종이었다. 하지만 위의 2부 말고도 규장각 등 국내에 초간본이 다수 전해지고 있으며, 충분한 보존가치를 지니고 있다.

◇「언해동의보감」


나아가 우리에게 더욱 흥미로운 뉴스는 세계기록유산 선정을 계기로 장서각에서 한글로 언해된 「동의보감」을 공개한 점이다. 그간 탕액편에 기록된 향약명 이외에는 전문의 대부분이 손쉽게 읽기 어려운 한문으로 집필되어 있기에 일반인들이 열람에 애로가 많았고 때문에 번역작업에 대한 열망도 높았는데, 고어이긴 하지만 한글로 적힌 「동의보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이 언해본「동의보감」은 미려한 궁체로 쓰여진 필사본으로 1610년 허준이 왕명을 받아 저술한 「동의보감」을 언문으로 풀어쓴 조선시대 한글 번역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전권이 남아 있진 않다. 3권3책으로 되어있으나 표제의 번호가 각각 一, 三, 五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 잔존본으로 여겨지며, 본문 대조 결과 내경편 가운데 권1, 권3, 권5에 해당하는 3책의 잔권만 남아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다. 그래서 장서각의 소장서명도 ‘사본 동의보감 내경편(東醫寶鑑內景篇)’으로 되어 있다.

허준은 1596년(선조 29)에 선조로부터 조선의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의학서를 편찬하라는 왕명을 받고 儒醫 鄭碏, 太醫 楊禮壽, 내의원 의관 金應鐸, 李命源, 鄭禮男 등과 내의원에 편집국을 설치하고 편찬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겨우 뼈대만 갖춘 상황에서 정유재란을 맞아 이 작업에 참여했던 여러 의관들이 난리통에 뿔뿔이 흩어져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허준이 단독으로 편찬을 단행하여 1610년에 이르러서야 편찬을 완료하였고 3년에 걸친 공정 끝에 드디어 1613년(광해군 5년)에 내의원에서 훈련도감 활자를 써서 25권 25책으로 간행하였던 것이다.

현전하는 언해본에는 원서의 5대편 즉, 內景篇, 外形篇, 雜病篇, 湯液篇, 鍼灸篇 가운데 내경편의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권1에는 月沙 李廷龜가 지은 서문[‘동의보감셔’]에서부터 동의보감총목, 집녜(集例), 녁의방(歷代醫方),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 그림 등 「동의보감」첫머리부터 1자, 1문도 빠뜨리지 않고 전문을 그대로 고한글로 풀어 옮겨놓았다. 국문표기의 형태는 아래아표기가 섞여있는 古語 한글을 사용하였고 띄어쓰기는 하지 않았으며 궁서체로 위에서 아래로 이어 써내려간 형태이다.

따라서 작성시기는 이르면 조선후기 늦어도 일제강점기에 접어들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권1의 내용은 「동의보감」원서의 서문부터 身形문에 해당한다. 또 현존본의 권3은 원서의 내경편 권1 神문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권5는 원서 권2의 言語로부터 痰飮문까지 실려 있다. 이로 보아 언해본은 원서의 처음부터 차례대로 언해하되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분량이 많이 늘어난 관계로 적당히 분편하여 묶은 것으로 여겨진다. 바꿔 말해 원서 내경편의 권1, 권2에 수록된 내용이 차례대로 5권의 언해본으로 옮겨진 것이며, 나머지 내용이 모두 언해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애초에 그럴 의도는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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