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산업과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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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산업과 의료민영화
  • 승인 2014.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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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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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박근혜 정부 보건의료중장기 계획 분석’(2)

앞선 기고에서 대형병원 집중과 헬스케어 산업 육성이 한의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았다. 의료민영화는 필연적으로 대형병원 집중을 야기할 것이고 대형병원을 앞세운 헬스케어 산업은 한방진료영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헬스케어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한의약산업육성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한의계에 자법인, 자본유치를 통한 대형화가 가능한 기관이 있는가?

한국에서 의료기관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치료효과만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상황이다. 이 경우 병원급과 의원급의 전략이 나눠진다. 대형병원의 경우 덩치를 키워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은 돼야 경쟁력이 생긴다. 44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같은 지역 내 한 개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그나마도 수도권에 거의 집중되며 자본이 크게 필요한 만큼 전국에서 환자를 쓸어모아야 생존할 수 있다. 그 하위 병원의 전략은 전문화이다. 어깨, 항문, 무릎, 허리, 불임, 비만, 피부 등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매우 효율적인 환자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패키지화된 공장식 진료를 행한다. 다음으로는 보험에 기대는 전략이 있다. 건강보험, 실비, 자동차보험 등 각종 보험에 의지해 장기입원, 과도한 시술/처치 등을 행한다. 지방 중소병원과 요양병원들이 여기에 있다.

한방병원의 경우 독자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확장은 불가능하다. 대형병원에 한의약이 포함되는 것은? 한방과, 협진으로 인한 한의약 활성화가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적도 있었으나 그 영역은 이제 대체의학이 차지하고 있다. 전문병원은 전문치료영역 + 자본력 + 진료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전문의료기관 한 곳 정도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대부분의 한방병원은 보험에 기댄 전략을 주로 취해왔다. 하지만 이 역시 실비보험에서 한방이 제외되고 요양병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핵심영역인 한약보험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원급 역시 네트워크화를 통한 전문화가 우선 사용된다. 전문네트워크 의원들은 치과, 한방 영역에서 처음 활성화되었다. 네트워크 한의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질환, 대상 등 영역확대, 신기술 및 재료 개발 등이다. 하지만 한의계 네트워크는 주로 공동구매, 공동탕전을 통한 느슨한 원가절감형 모형에 그치고 있다. 숫자 역시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2007년 7%에서 2012년 8%로 큰 변동이 없는 상태이고 자본을 축적해 확대되는 네트워크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한의계에도 지금까지 자본집중을 통한 대형화를 시도해왔다. 한방병원과 네트워크 한의원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원광대병원 폐쇄에서 보듯이 대학한방병원마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고 네트워크 한의원 모델 역시 자본집중을 통한 기업화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고부가가치의 기술 및 제품개발을 통한 선진화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병원은 한의원, 요양병원과 기능이 중복되며 전문적 진료영역 하나로만 병의원을 운영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한의원들은 전문진료와 일반진료를 겸하고 있다. 치료영역에서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병원에서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도 않은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방의료기관이 대형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다음으로 한약제제 산업 육성이다

정부의 보건의료투자활성화 대책에서 핵심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은 의료기기와 제약산업이다. 그중에서도 한미 FTA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 2007년부터 적극적으로 제약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은 영세한 회사가 난립해있고 기술력을 통한 신약개발보다는 리베이트를 앞세운 영업에 치중해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구조조정하는 방법으로 ①상위제약회사는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회사로 ②그 밑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적정 수준의 생산, 유통 담당으로 ③그 외 건기식, 화장품 등 제약연관산업 육성을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 천연물신약 육성계획과 한약소재 건기식, 화장품 산업 육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천연물 신약 특별법이나 심사허기기준 변경 등의 과정은 이러한 역사 속에 있다. 한약(천연물)유래 의약품과 제품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것은 확실하다. 바이오와 천연물의약품은 상위 제약회사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영역이고 한약재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에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기존 한약제제를 생산하던 영세업체들은 건기식이나 주문생산쪽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산업 개편이 한의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수단 확대, 보험적용 한약의 확대, 한약치료에 대한 근거 마련 등이 가능해야 한다. 한방보험에 포함되어 손쉽게 사용하면서 한의사 사용에 대한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양방 보험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손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번 천연물신약 고시소송을 통해 한의계 사용에 대한 법원의 인정을 얻었지만 보험적용은 또다른 과제이다. 공동사용-한양방보험 동시적용 등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방의료기기 산업이다

제약과 의료기기 R&D 지원이 확대되면서 한방 R&D 영역도 확대되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한방전문의료기기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의계에 더욱 절실한 것은 기존 의료기기의 한의약적 활용문제이다. 양방기기-한방기기를 이분화하고 한방기기를 개발하는 방향이 아닌 기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정리하면 의약품과 기기산업이 발달하는 것은 한의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관련 제품이 활성화되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전국 1만4000개에 육박하는 한방의료기관은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사용, 보험적용, 한-양방 기기 영역확대 등의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제품산업 발전은 한의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의약품과 기기, 건기식 등을 경쟁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한의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약, 기기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산업발전과 한의계 제도개선 속도를 맞춰 한의계가 적극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전통적 침, 뜸, 첩약 위주의 한의원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내용 중 하나는 원격의료와 U-Health이다. 이 정책들은 대기업에서 개인진단을 위한 의료기기/프로그램/앱 상용화, 관련 통신 인프라 활용, 대형병원 외래환자 집중 등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개발 지원되는 기기는 여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택배서비스를 이용한 약배달을 통해 경증환자는 집에서 진료를 해결할 수 있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제 상용화되기도 어려우며 상용화될 경우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는 상용화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을 통해 인프라를 전국에 깔 계획이다. 집집마다 진단기기 하나씩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일부라도 상용화된다면 의원급 내원율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이상 헬스케어산업이 발달할 경우 한의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살펴 봤다. 기관의 대형화는 한의계 대형 기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여타 대형병원, 전문병원, 네트워크 의원의 대형화로 한의계 경쟁여건을 악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의약품, 기기, 건기식 등 제품산업의 발달은 한의계 사용/보험 등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격의료나 U-health에 대한 정부지원과 상용화는 일차의료기관 내원환자 감소와 가계 의료비 지출 증가로 한의계에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추가적으로 보건의료 R&D가 이러한 제품개발에 집중되면서 한의계에 실제 필요한 치료효과검증에 대한 R&D 지원이 감소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민영화의 핵심 내용을 ①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 ②제품산업 육성 두 영역에서 짚어보았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중장기 계획의 큰 두 번째 흐름은 4대중증질환과 3대비급여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이다. 이 역시 대형병원 집중의 보장성 강화로 한의계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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