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23> -「古今實驗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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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23> -「古今實驗方」②
  • 승인 2014.03.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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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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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善惡)이 공존하는 약물의 사회상

행림서원판「古今實驗方」에는 본문에 앞서 책머리에 診脈要訣, 諸病主藥을 비롯하여 임상 진료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본지식들을 요약하여 간결하게 정리해 두었다. 이러한 특색은 黃泌秀가 「방약합편」(1884)을 개편하여 펴내면서 활투침선, 용약강령 등의 내용을 권두에 실은 이후로 여러 차례 중판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내용이 추가로 보충되었던 사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금실험방」


제병주약 다음에는 여백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약물 상호간의 배합금기를 적시해 놓았는데, ‘服毒藥用相畏’, ‘服善藥去相畏’, ‘相反必不合’ 3항목이다. 독약에는 대극, 상산, 여로, 부자, 오두 등 12종이 거례되어 있고, 선약으로는 인삼, 지황, 하수오, 육계, 정향, 당귀, 토복령, 석곡 8종이 올라 있다.

약물의 七情 가운데 相畏의 개념을 약독을 제어하거나 선약의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서로 꺼려야하는 관계로 명료하게 표기해 나타낸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독약의 상대되는 개념으로 ‘善藥’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발상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相反약에 대해서도 必不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놓아 왠지 당시의 시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필자만의 상상에서 비롯한 것일까?

이어 補劑, 瀉劑, 溫劑, 寒凉劑, 汗劑, 吐劑, 下劑, 和劑, 滲劑, 截劑, 燥劑, 潤劑, 正劑, 消劑, 解劑, 殺劑, 割劑, 流劑, 順劑, 升劑, 降劑, 收劑 등 다양한 약물 분류를 제시하고 있다. 분류항목 안에서도 또 몇 가지 세분류가 이루어져 있는데, 이전에 보기 드문 상세한 분류이다. 疾諸要方에서는 發表, 攻裡, 宣湧, 和解, 溫寒으로부터 收滑, 軟堅, 殺蟲에 이르기까지 21종의 분류 아래 대표방을 예시해 놓았다.

또 藥味並分兩之多少, 數之奇偶, 引用書目 등의 내용이 들어 있어 짜임새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搜方捷經에서는 方目을 두어 어떤 처방이 어떤 효능을 갖고 쓰일 수 있는 지를 간편하게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편람을 만들어 놓았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일제의 흔적을 모두 지울 수 없었던 듯, 일본어 五音系를 이용한 음순배열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시절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본편은 「의방활투」에서 보듯이 전면을 상중하 3단으로 분할하여 세로쓰기로 구성하였으나 補益, 和解, 攻下 3통으로 분류하여 橫看배열하지 않았고 질병분류에 따라 해당 방제를 위에서 아래로 연이어 적어 내려갔을 뿐이어서 3통 분류방식과는 모양만 비슷할 뿐이다. 또 처방기재 방식에서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1줄에 하나씩 약재를 적어나가던 관습을 따르지 않고 빈칸만 두고 여러 개의 약재를 연이어 적음으로써 지면을 상당히 압축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비용절감 차원인지 아니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압축하여 담으려는 의도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2가지의 사유가 모두 적용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1977년 보건사회부가 동양의학개발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여 전국 개원한의사 및 한방교육연구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100건의 우수치료법을 수록한 「한방치료법심사수록집」에는 이 책이 학술근거로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에 수록된 내용이 임상가에서 폭 넓게 응용되었던 사실을 입증해 주는 자료라 하겠다.

당시 한의학계 인사로 선임된 5개 분과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全鳳和회원이 중앙회에 제출한 치료법으로 風疹, 疹癬, 隱疹, 紫白癜風에 쓰는 처방이 선정되었는데, 지각, 적작약, 시호, 전호, 형개, 박하, 우방자, 창출, 독활, 연교, 선퇴 등이 配劑되어 있다. 약물구성으로 보아 패독산 가감방으로 보이지만 방제명을 적지 않아「고금실험방」안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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