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생물학을 왜 알아야 하지?
상태바
한의사들이 생물학을 왜 알아야 하지?
  • 승인 2014.01.09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세인

엄세인

mjmedi@http://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엄 세 인
전남 영광군 보건소 공중보건한의사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과
진학예정
오프라인 교육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온라인 교육의 시도는 이전부터 많이 있어 왔지만,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개념이 소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입니다.

세계에서 손꼽는 유명 대학의 교수들, 그리고 권위있는 학자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 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든 대표적인 사이트들이 코세라(www.coursera.org), edX(www.edx.org) 이고 이외에도 분야별, 규모별로 많은 곳에서 지식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이트들의 공통점은 짧게는 5주에서 길게는 십여 주까지 정해진 학사 과정에 따라 매주 학습 및 평가가 이루어지고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이 가능하며 단순 암기력을 점검하는 시험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실습과 평가를 통하여 더 쉽게, 잘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수의 강의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초와 임상에 걸쳐 수많은 강의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전의 칼럼에서 임정태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코세라의 ‘Clinical Problem Solving’이 좋은 예이며, 이외에도 생리학, 유전학, 보건학, 진단학, 의학통계 등 수많은 분야에서 좋은 강의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강의가 무료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며, 모든 강의들이 일정 성적 이상 이수자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하고 일부 강의는 약간의 수업료를 지불하면 본인인증 후 Verified Certificate를 발급하여 경력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면서 기초의학 연구에 뜻을 두고 MOOC를 이용하여 몇 가지 강의들을 들었는데, ‘의학통계’와 ‘생물학’의 두 가지 큰 갈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 분류에 따라 몇 개의 추천 강의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의학통계
1)Health in Numbers: Quantia tive Methods in Clinical & Public Health Research (12주, Havard, edX)


-전체적으로 Biostatistics와 Epidemio logy의 두 파트로 나누어집니다. 전자에서는 평균, 중간값 등 통계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여 오즈비(OR), 상대위험도(RR) 등의 친숙한 개념들을 설명하고 ANOVA나 회귀분석 등 실제적인 통계검정 및 분석 방법을 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후자에서는 기술역학과 분석역학의 구분에서부터 시작하여 단면연구, 환자대조군연구, 코호트연구 등 여러 가지 역학연구의 디자인 등을 설명하고 이들의 의미와 장단점을 설명합니다. 실제 연구들을 예로 들면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 통계적 추론에서 교란변수(confoun ding factor)들을 배제하는 방법들에 무엇이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통계 전반에 관한 이론적인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통계분석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Stata와 통계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R을 이용하여 모든 과제 및 시험을 치루도록 되어 있습니다. 강의기간이 다소 길지만 발음이 명쾌하고 과정이 짜임새가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강의입니다.

2)Statistics in Medicine(9주,Stanford, class.stanford.edu)
-스탠포드 대학교의 MOOC 사이트는 edX와 거의 흡사한 포맷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실제 진행되는 수업들을 최대한 온전하게 온라인으로 옮겨 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의학통계학을 다루는 이 강의는 제가 수강한 온라인 강의들 중 완성도 면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1)에서 소개한 edX의 강의와 내용상의 차이점은 많지 않으나 흐름에 따라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강의자료 또한 더 깔끔하고 그림과 표를 활용한 개념 설명이 매우 친절합니다. 본과 때 수강하는 의학통계 강의가 아쉬웠던 분들은 이 강의를 들으시면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매 주마다 따라오는 과제나 퀴즈 등도 적절한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으나 한 가지 흠이라면 Stata와 R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버드 강의에 비하여 포맷의 다양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R을 이용하는 optional exercise가 있으나 R을 모르더라도 학습 진행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의학통계를 MOOC로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이 강의를 먼저 듣고 하버드 강의를 이어서 수강한다면 만족할 만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 표·그림 참조>

생물학
1) Introduction to Biology - The Secret of Life(13주,MIT, edX)

-MIT의 Eric Lander 교수는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수학자로 2013년도에 구글, 페이스북, 23andMe 등의 창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의 초대 수상자이며, 유전학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석학 중 한 사람입니다. 이 강의는 대학 과정에서 배우는 일반생물학을 그 범위로 삼고 있으나, 실제로는 생명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유전학-생화학-분자생물학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면서 발전되어 왔는지 설명하며, 원자와 분자 및 여러 가지 화학 결합 등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시작하여 암 유전체학과 맞춤의학을 비롯한 의학 분야의 최신 이슈까지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기초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현대 생물학과 의학이 어떠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빠르게 또 찬찬히 훑어보고 싶은 임상 의료인, 영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학부 생화학 수업 때문에 이쪽 방면에는 문외한이 된 사람들 모두에게 매우 흥미로울 듯한 강의입니다. 물흐르듯 판서를 하며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간간히 유머를 던져 집중력을 되찾게 하는 강의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매주 숙제마다 웹 상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돌리며 분자 구조를 만들고, DNA array를 해독하며 실제로 기능을 발휘하는 단백질을 찾아내는 등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고 답을 찾아 갈 수 있는 학습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을 한의사가 왜 알아야 하지?’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강의입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