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사상 본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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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편 사상 본초에 대하여
  • 승인 2014.01.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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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학회 학술팀

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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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동무학회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하다’ (14)
1. 최오적과 김사물이 오늘날 개업한다면 성공할까?
전주 최치문 선생, 전북 김창호 선생, 전북 허창수 선생, 남원의 김광익 선생, 이 네 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분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명의로, 특이하게 하나의 처방에 가감을 하는 방식으로 여러 질병을 치료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치문 선생은 五積散을, 김창호 선생은 四物湯을, 허창수 선생은 六味地黃湯을, 김광익 선생은 補中益氣湯을 기본처방으로 하고 가감하여 처방을 구사하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임상을 하면 처방의 가짓수가 적어진다고 선배들은 말한다. 그래서 많은 처방이 필요 없고 몇 개 처방만 있으면 대부분의 병은 다 낫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1980년대 전까지는 한 동네에 한의원뿐 아니라 병원도 없는 곳이 꽤 많았다. 병원 문만 열면 환자가 넘쳐나는 시기가 있었다. 많은 환자에게 다양한 처방을 구사하기에는 진료시간이 부족했고, 약을 복용하고 낫지 않아도 환자들은 그 의원을 다시 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약은 효과가 3개월 뒤에 나타난다는 말도 안 되는 인식이 만연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 가지 처방만을 쓰다 보면 그 처방에 맞는 환자만 단골이 되고, 당시는 건강보조식품이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 처방에 효과를 본 환자만 때마다 약을 지어 먹으러 왔을 것이다. 아마도 김창호 선생에게는 어혈, 빈혈과 관련된 여성 환자가 많았을 것이고, 최치문 선생에게는 관절염 환자가 많았을 것이고, 허창수 선생에게는 노인들이 많았을 것이고, 김광익 선생에게는 노동에 지친 남성이 많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병의원은 넘쳐나고, 환자의 층은 매우 다양해졌으며, 건강기능관련 식품은 넘쳐나고, 한의원에 오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한약을 복용한 후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항의를 하거나, 한약에 대한 거부감으로 다시는 한약을 먹지 않고 주변에 험담조차 서슴지 않는다. 한약은 효과가 나중에 느리게 나타난다고 믿는 노인층은 점점 줄어들고, 한약으로 즉효를 보지 못한 요즘 사람들은 각종 건강기능식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는 한약재 중 돈벌이가 될 만한 것을 매년 상품화시켜 내놓는다. 오가피, 영지, 민들레, 꾸지뽕, 알로에, 산수유, 홍삼 등의 한약재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할 것이다.

이 시대의 한의사는 과거처럼 한 가지 처방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최오적, 김사물, 허육미, 김보익을 아울러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학교 때부터 배운 모든 처방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무기를 구비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腎陰虛藥에는 熟地黃만 있는가?
한의사라면 腎陰虛證의 대표적인 처방은 熟地黃이 군약인 六味地黃湯이라고 배웠고 임상에서도 다빈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본초서를 보면 腎陰虛를 돕는 약에는 熟地黃만 있는 것이 아니다. 女貞實, 桑椹子, 桑黃, 黃精, 枸杞子, 龜板, 鼈甲, 旱蓮草, 赤何首烏, 石斛, 玉竹, 夜關門, 原蠶, 阿膠(당나귀), 白芍藥 등 매우 많다. 그렇다면 熟地黃 대신 효능이 비슷한 다른 약을 쓰면 어떻게 될까? 또 熟地黃 외 補陰藥은 어느 경우에 써야 하는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래되지 않은 耳鳴증상으로 내원한 50대 여환을 腎陰虛證으로 변증하여 貞椹補陰湯(「새로쓴 四象醫學」 태음인 腎陰虛證 처방)을 1제(20첩 10일) 투약하였더니 70% 정도 호전을 보였다. 개인적인 이유로 치료를 더하지 못하여, 과로하면 재발한다고 주의를 주고 지켜보기로 하였다. 수개월 뒤 증상이 점차 더하여 다시 내원하였고, 이때는 상기 처방을 20일 복용하고 치료를 마무리하였다. 貞椹補陰湯은 女貞實酒蒸 12g이 들어가는 처방인데, 이 환자의 경우 16g으로 증량했다. 물론 熟地黃은 들어가지 않았다.

12세 남아가 내원했는데, 저녁부터 잠들 때까지 다리가 아파 주물러야 하고, 번조증이 있고, 땀이 많으며, 밥은 잘 먹는데 발육이 느렸다. 腎陰이 허한 것으로 보고 桑黃補陰湯(「새로쓴四象醫學」 태음인 腎陰虛證 처방)을 계속 처방하였다. 성장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한약과 식이요법(소고기)을 병행하면서 호르몬 치료에 시너지효과를 내었다. 桑黃補陰湯의 군약 역시 女貞實酒蒸이다. 熟地黃은 들어가지 않는다.

補氣의 대표 처방은 補中益氣湯이라고 알고 있고 六味地黃湯만큼이나 다빈도 처방이다. 하지만 본초서를 보면 補氣하는 약에 人蔘, 黃芪, 白朮만 있는 것이 아니다. 薏苡仁, 乾栗, 山藥, 鹿茸, 鹿角, 土蒼朮, 紅麥, 黨蔘, 白扁豆 등 매우 많다. 그렇다면 人蔘, 黃芪, 白朮 대신 효능이 비슷한 다른 약을 쓰면 어떻게 될까? 또, 人蔘, 黃芪, 白朮 외 補氣藥은 어느 경우에 써야하는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脾氣虛證이 분명하여 薏苡仁健脾湯(「새로쓴四象醫學」 태음인 脾氣虛證 처방, 薏苡仁 乾栗이 군약으로 각 12g씩 들어감)을 투약하였으나 배가 아프고 소화가 더 되지 않았다. 대변이 물러지고 입맛이 더 떨어진 환자에게 蕎麥健脾湯(「새로쓴四象醫學」 태양인 脾氣虛證 처방, 黨蔘이 군약으로 12g 들어감)을 투약하였더니 불편함도 없고 주소증도 개선되었다. 薏苡仁健脾湯, 蕎麥健脾湯에는 人蔘, 黃芪, 白朮이 없다.

古方이나 東醫壽世保元 처방을 사용하는 경우 약의 가짓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後世方의 경우에도 선호하는 처방이 정해지면 역시 사용하는 약의 가짓수가 적어진다. 특화진료를 하면서 특정 질환만 보는 경우라면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내상잡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람(체질)과 병증에 맞는 다양한 약물과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동무학회 학술팀. 학회 홈페이지 http://dongm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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