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라 불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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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라 불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
  • 승인 2014.01.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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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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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잉투기
이 글을 읽는 분들이 2013년에 몇 번이나 극장에 가셨었는지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화관람 횟수가 4.12편, 즉 극장에 평균 4번 이상 가서 영화를 봤으며 이 기록은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풍성한 기록 이면에는 성공한 영화보다는 그렇지 못한 영화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작품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있겠지만 대자본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제대로 작품성을 보여주지도 못한 작품들도 있다. 이런 영화들은 주로 저예산의 독립영화이
감독 : 엄태화
출연 : 엄태구, 류혜영, 권율
거나 스타가 아닌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이지만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졌다면 충분히 흥행 요소가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자본의 상업영화와 달리 저예산이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화를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데 이러한 영화들도 관객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면서 관람해 준다면 한국영화의 흥행이 일시적이지 않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해 나갈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지난 11월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개봉했던 ‘잉투기’라는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 역시 다양성 영화이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를 매우 독특한 내용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잉여인간 태식(엄태구)은 같은 커뮤니티에서 사사건건 팽팽하게 대립하는 ‘젖존슨’에게 속아 급습을 당한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되고, 치욕감과 분노로 ‘젖존슨’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태식은 ‘젖존슨’을 이기기 위해 절친 희준(권율)과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격투기 관장의 조카이자 욕구 불만을 먹방으로 해소하는 특이한 격투소녀 영자(류혜영)를 만난다.

일단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인터넷 신조어를 익혀야 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잉여’는 원래의 뜻과는 약간 다르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며, ‘현피’는 칡콩팥이 젖존슨에게 급습당한 것처럼 온라인에서 논쟁을 벌이다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싸우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잉투기’는 ‘잉여들의 격투기’를 줄인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조어가 난무하는 영화이다보니 내용도 가볍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영화는 그들만의 고민을 격투기라는 소재를 활용해 풀어나가면서 목표 의식조차 없는 최근 젊은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물론 세대가 다를 경우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쉽사리 되지는 않겠지만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그로인해 초반에 보여주는 빠른 템포의 영화 리듬이 중반부터 조금 처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류승완-류승범 형제처럼 ‘잉투기’도 감독과 주연배우가 형제인 영화이자 유명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 내용처럼 나름대로 신선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로 인해 다양성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맘껏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2014년에는 거대 자본의 특정 영화로의 쏠림현상보다는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 모두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와 함께했던 2013년을 되돌아보고, 건강하고 즐거운 2014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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