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OICA 중장기 자문단’ 선발…몽골 한몽한방병원으로 떠나는 선현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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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OICA 중장기 자문단’ 선발…몽골 한몽한방병원으로 떠나는 선현주 한의사
  • 승인 2013.12.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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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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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라운드, 세상을 향해 베풀며 즐기고 싶다”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땅으로 가서 한의학을 통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는 11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제9기 월드프렌즈 중장기 자문단으로 선발된 한의사들이 각자 배정된 국가로 파견된다. 총 3명의 한의사가 몽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로 배정받았다. 이들의 각오를 지면에 옮겨본다. 이번호에서는 몽골 한몽한방병원으로 떠나는 선현주 한의사(43·前성남 고운빛한의원 원장)를 만나 포부를 들어보았다. 

한의학의 우수성 세상에 알리고 넓은 세상서 다양한 경험이 꿈

 

▶금번 KOICA 해외의료봉사를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0년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현지에서 코이카(KOICA) 봉사단원의 통역 도움을 받으면서 우리나라가 코이카를 통해서 해외원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당시 약 3주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귀국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코이카 단원들처럼 장기간 체류하면서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코이카에서 해외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할 한의사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고, 예전에 품었던 생각을 실천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다.
지금 나이가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제부터의 시간은 인생의 2라운드라고 생각한다. 전반전은 자기계발과 성취를 위해 노력한 시기였다면 2라운드는 외람되지만 세상을 향해서 펼치고 베풀고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한의학을 펼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리는 일도 보람 있을 것 같고,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이 오랜 꿈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은 국내 의료현장이 워낙 포화상태이다 보니 해외진출을 하나의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KOICA에 지원하기 전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
로컬 한의원에서 봉직의와 개원의로 근무했었다. 개인적으로 질병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프기 전에 병을 미리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세교정, 마음수행, 식습관 개선 등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몇 년간 채식을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지는 걸 경험을 하고 난 후에는 채식을 공부하고 알리는 일에 열중해 오고 있다. ‘베지닥터’라는 채식 의사, 치의사, 한의사 모임에서 활동도 하고, 지인들과 함께 채식식당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제가 목축과 육식의 땅, 몽골로 가게 돼서 매끼 밥 먹는 일에 많은 도전을 받을 것 같다.(웃음)

▶국제협력한의사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나.
정말 다양한 반응이었다. 해외의료봉사에 대한 비전이 있는 분들은 용기 있다고 칭찬해 주기도 하고 실제로 떠날 수 있는 여건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몽골의 추운 날씨나 육식문화를 걱정하는 분도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은 어떻게 하고 떠나느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여한의사이고 기혼자라서 이 반응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가족들은 제 선택과 결심에 힘을 실어주고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장시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쉬움에도 저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해외에 가서 한의학을 통해 봉사를 한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마음가짐이나 각오가 있다면.
봉사활동을 나간다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공인이 된 것 같은 뿌듯함과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민간 외교관이 된다고 한다. 저도 당연히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라 생각하고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특히, 한의사로서 봉사를 하는 만큼 우리나라 한의계를 대표한다는 사실도 명심하겠다. 몽골 국민과 의료계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평소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몽골의 서쪽 시골마을인 홉드에서 의료 봉사를 했었다. 당시에 몽골의 푸른 하늘과 넓은 초원 그리고 순수한 지역주민들한테서 참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겨울과 도시의 몽골은 매우 춥고 혹독하다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몽골의 여름은 너무나 평화롭지만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다고 한다. 몽골은 우리나라의 15배가 넘는 영토에 인구는 300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10대 자원부국이지만 인구가 적어서 개발을 못하고 있다고 알고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전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나라이며 우리나라와는 고려시대 전쟁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지만, 혈통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유사점이 많아서 대부분의 몽골인들은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혐중 감정이 심하기 때문에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길 가다가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몽골의 넓은 초원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6~8월에 오기를 권한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에 있을 제게 고국 소식을 전해주면 감사하겠다.

▶봉사를 통해 얻어오고 싶은 건 무엇인가.
코이카 봉사단원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니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처럼 봉사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한다. 그게 뭔지는 가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어떻게 하면 잘 해드리고 올까 그 고민만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을 내본다면 언어적으로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영어나 몽골어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말이 안 통해도 누구하고나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사랑을 많이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한의학쪽으로 관심분야가 있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
식생활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 해보고 싶다. 한의대 들어오기 전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해서 이 분야는 어쩔 수 없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의 많은 의성들이 음식을 통해서 병을 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에 날로 늘어가는 만성질환이나 암들이 실은 생활습관병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난치질환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평소의 음식과 생활습관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면을 통해 한의계 선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편해서, 나라 밖 세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해외봉사를 계기로 보니까 지금 세상은 매우 활발히 섞이고 교류하는 시대인 것 같다.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서양의학의 한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각 나라 전통의학의 가치가 제고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의학이 전통의학의 주류를 표방하면서 많은 나라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우리 한의사들은 서양의학에 비해 열악한 한의계의 위상과 포화상태인 의료시장에서 힘겨운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서 타개해 나가는 게 옳다고 보여진다. 우리 한의학이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당당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의계가 단합하고 서로 돕는 상생의 노력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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