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11-「婦人良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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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11-「婦人良方」②
  • 승인 2013.11.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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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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婦人方論의 進化와 학술성과

지난 호에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이 책의 판본은 明代 薛己가 校注하고 일부 내용을 첨삭한 것인데, 그 외에도 각 편의 구절마다 ‘愚按-’으로 시작하는 按語와 薛己 자신의 경험한 治驗을 덧붙였기에 이름을 「校注婦人良方」이라고 하였다. 按語에는 보통 ‘經云-’이라고 표현한 「황제내경」을 비롯하여 朱丹溪, 劉宗厚, 徐用誠 등 金元시대 여러 의가들의 부인과 학설을 끌어대어 논변하였다. 治方[附方이라 표기]에도 역시 李東垣을 비롯한 후대 의가들의 방제가 다수 부가되어 있다. 따라서 교주본은 원래의 송대 진본에 비해서 전면적으로 달라진 모습이다.

◇「부인양방」


조선에 들어서서는 초기부터 의과 시험과목에 이 책이 들어 있었으며, 「經國大典」에는 초시·복시에 모두 이 책을 포함시키고 있으나 나중 영조 연간에 간행된 「續大典」에는 빠져 있어 조선 후기에는 醫科考講書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의생을 교육하였던 典醫監과 惠民署에서는 여전히 이 책을 교재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校注婦人良方」에 수록된 의안에 대한 연구논문이 있고 이 책을 대상으로 한글로 풀이한 번역서도 나와 있다.

송대 진자명이 이 책을 펴내기 이전에도 부인과의 전문서로 唐의 昝殷이 펴낸 「經效産寶」를 비롯하여 李師聖의 「産育寶慶集」, 陸子正의 「産育經驗方」 등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이 소략하였고 이 책이 나온 이후 그 내용이 정밀하고 실용적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부인과 의서의 대표 명저로서 위치를 점하였던 것이며, 후세 부인과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히 이 「校注婦人良方」에는 권의 첫머리에 嘉靖 연간 沈謐이 지은 서문이 자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9조항으로 된 校注婦人良方凡例가 달려 있다. 대략 각론의 내용 가운데 중복되거나 소략한 곳에 素難과 역대 명의치법을 기준으로 증감하였다는 것과 陳無擇, 熊宗立 2사람의 평론과 치법을 실었으며, 그리고 여러 치험은 원처방을 따라 원래의 모습대로 실었지만 말의 뜻이 중복되는 것은 덜어 내어 찾아보기 쉽게 하였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또 뒤이어 ‘校注婦人良方用藥宜禁’이란 특별한 내용이 실려 있는데, 12항목에 걸쳐 부인과에서 자주 쓰이는 통용방에 대해 적증과 부적합증 그리고 투약의 기준 등을 설명해 놓았다. 물론 이들 방제에 대한 내용은 각각 본편에 모두 제시되어 있으나 시급하게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특별히 책의 첫머리에 거듭 요약해 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通經丸, 艾附丸, 四物湯, 人蔘橘皮湯, 紫蘇順氣飮, 四物膠艾湯, 六君子湯, 達生散, 澤蘭湯 등의 투약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본문으로 접어드는데, 첫 권 調經門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제1편 月經序論을 시작으로 精血, 産寶方序論, 王子亨方論, 月水不調方, 月經不通方, 養生必用論病, 室女月水不通方論, 室女經閉成勞方論, 血枯方論, 月水不利方論, 月水行止腹痛方論, 月水不斷方論, 殺血心痛方論, 暴崩下血方論, 帶下方論, 崩中漏下生死脈方論, 白濁白淫方論, 天癸過期方論, 血分水分腫滿方論 등 20여 편의 월경에 대한 의론이 다양하게 전개되어 있다. 이런 방식으로 매 문마다 수십 가지의 병증을 기술하여 전서에는 모두 296편의 병증방론이 실려 있으며, 각 편에는 병인과 증후, 치법, 처방이 기재되어 있다.

끝으로 지난 글 가운데, 이 책에서 채용한 부인과 영역을 크게 調經門, 衆疾門, 求嗣門, 胎敎門, 姙娠門, 坐月門, 産難門, 産後門 등 8가지로 구분하였다고 하였는데, 이 교주본에는 胎敎門과 姙娠門 사이에 候胎 1門이 더 해져 9문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이점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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